[편집자 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기 총선 두 달만인 지난 9월 5일 우파 공화당 소속인 '미셀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좌파동맹인 신인민전선은 조기 총선에서 1위를 하고도 총리직을 우파에게 내어줘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글은 신인민전선이 루시 카스테츠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지난 8월 말에 쓰여졌다. 이 글을 통해 프랑스에서 신인민전선의 현재와 과제를 살펴볼 수 있다.
프랑스 의회 선거는 예상보다 좌파에 유리하게 진행되었다. 여론조사는 마린 르펜(Marine Le Pen)의 국민전선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7월 7일 결선 투표에서 르펜이 패배한 것은 좌파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577석의 국회에서 신인민전선이 193석을 차지하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동맹 166석, 르펜 지지자들의 142석을 압도하였다.
7주가 지난 지금, 상황은 장밋빛이 아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기본적인 수치 때문이다. 국민전선은 여전히 득표율 기준으로 가장 큰 정당이며, 6월 유럽 선거에서 이미 천만 표를 넘겼다. 프랑스 의회 선거에서 중도 및 좌파 유권자들은 극우에 맞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신인민전선이 1위를 차지한 것조차 르펜의 당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했을 뿐, 좌파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또한 마크롱의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Gabriel Attal)이 사임을 약속했음에도 그의 정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좌파는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많은 도전들로 인해 이는 진정한 승리가 아닌 유예 상태에 가깝다.
신인민전선은 공공 서비스 수호 운동가인 루시 카스테츠(Lucie Castets)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었다.(가운데) 출처 : 루시 카스테츠 공식 X
불안한 동맹
마크롱이 6월에 조기 총선을 소집한 후 결성된 신인민전선은 장뤽 멜랑숑 의 프랑스 인수미즈(La France Insoumise)부터 녹색당, 공산당, 사회당까지 좌파 정당 간의 동맹이었다. 국민전선에 저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신인민전선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선거 후 며칠 동안 갈등으로 가득 찬 협상을 벌인 끝에 신인민전선은 공공 서비스 수호 운동가인 루시 카스테츠(Lucie Castets)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파리 올림픽 준비, 협상 지연, 마크롱 대통령의 반발로 인해 신인민전선 주도의 정부 구성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신인민전선과 카스테츠(Castets)의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그녀를 총리로 임명해 신인민전선의 정책을 실현하려는 시도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고집을 부리는 듯하다. 이러한 결정의 표면적인 이유는 프랑스 인수미즈가 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장뤽 멜랑숑은 이번 주말, 프랑스 인수미즈가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카스테츠가 이끄는 내각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마크롱이 좌파 정부가 신자유주의와 단절하는 것을 막으려는 진짜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다. 신인민전선이 가장 많은 의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절대다수는 물론이고 가장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도 않다. 이는 좌파 연합을 어떻게 다수 정권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하나의 방법은 신인민전선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신인민전선 내 중도파는 마크롱 진영과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 라파엘 글뤽스만 같은 사회당 내 우파 인사들이 지지하고 있다. 이 협력은 국민전선과 프랑스 인수미즈 같은 극단 세력을 배제하는 것이다. 최근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우파에서 공산당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프랑스 인수미즈는 '제4블록'이라 불리는 기권층, 즉 좌파와 극우를 제외한 유권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급진적 담론을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시골과 소도시에서 르펜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노동계급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랑수아 뤼팽(François Ruffin) 의원처럼 계급적 이해관계를 통해 이러한 유권자들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앞으로 좌파 내부에서 더욱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누가 좌파를 지지하는가
지난 몇 년 동안 좌파 내 논쟁에서 국민전선의 유권자에 대한 질문은 반복적인 주제였다. 특히 좌파 지지층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눈에 띄게 부재한 상황에서 좌파 유권자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2022년 총선에서 나타난 첫 번째 경고 이후, 여러 학자들이 좌파 유권자층의 이러한 공백을 조사했다. 먼저, 장 조레스 연구소(Institut Jean Jaurès)는 티보 로노르(Thibault Lhonneur)와 악셀 브루노(Axel Bruneau)의 지휘 아래 이른바 '프랑스의 지방 소도시'에 대한 분석을 수행했다. 이 지역들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사회적 격차가 크며, 현재 르펜의 정당에 주요한 지지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후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와 줄리아 카제(Julia Cagé)는 1789년 이후 프랑스의 투표를 분석하면서 '사회-공간적' 계급 개념을 제시했다. 이들은 유권자의 거주지(작은 도시 혹은 큰 도시, 부유한 지역 혹은 가난한 지역)와 경제적 지위에 따라 형성된 새로운 선거 역학에 대해 설명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국민전선을 지지하는 노동계급 유권자와 좌파를 지지하는 유권자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그들이 사는 지역에 있다.
하지만 이 접근 방식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극우 유권자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체성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사회학자 펠리시앙 포리(Félicien Faury)는 남동부 프랑스에서 국민전선의 중산층 유권자들을 연구한 책을 출간했다. 그의 주요 연구 결과 중 하나는 정체성 문제와 인종주의가 국민전선 지지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었다.
이 문제는 현재 좌파 내 논쟁의 핵심으로, 대략적으로 뤼팽과 멜랑숑 간의 충돌로 설명될 수 있지만, 이들을 넘어선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주요 질문은 인종주의가 대도시 교외의 노동계급과 '백인' 노동계급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러한 갈등이 정말로 불가피한가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가 세 갈래로 나뉘면서, 정체성 문제는 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급의 경우, 그들의 물질적 생활 조건(소득, 거주지 등)에 따라 세계관이 크게 다를 수 있으며, 정체성 문제에 대한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의 정치 구도에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중도 좌파 유권자와 극우에 투표하는 노동계층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기존 좌파 블록을 해체하지 않고 신인민전선의 지지 기반을 이 두 그룹으로 확장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필요한 전략
좌파 유권자는 분명 사회에서 소수다. 최근 선거를 앞두고 전례 없이 많은 인원이 동원되고 투표율이 상승했음에도 신인민전선은 1차 투표에서 28%를 득표하여 2022년보다 약간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지만, 안정적인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좌파는 대도시와 노동계급 교외 지역, 젊은 졸업생, 공무원, 노동계급 이민자 등 프랑스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 특정 집단에서 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는 르펜 당의 '이미지 개선'과 대조된다. 이로 인해 르펜 당은 예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경제 엘리트 같은 일부 유권자들에게까지 다가가고 있다. 마크롱의 사상과 논점, 세계관은 많은 프랑스 국민들(아마도 천만 명 이상의 유권자)에게 지지를 받으며, 오랫동안 미디어와 정치 논쟁의 틀을 형성해 왔다. 여전히 극좌 성향의 일부 선거구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민전선의 유권자는 점점 다른 유권자들과 비슷해지고 있다.
따라서 주요 과제는 국민전선이 선택한 주제가 아닌, 좌파가 선호하는 사회적 이슈로 정치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위기는 경제적 또는 문화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체성 위기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좌파는 이러한 사람들을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좌파가 이미 가지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이 기회를 활용해 이슬람과 이민 문제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논쟁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정치적 초점을 옮겨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이미 겪은 위기의 느린 버전을 경험하고 있다. 정당들의 전통적인 기반이 약화되고, 줄어드는 지지를 동원하는 민주주의는 프랑스 제도를 그 어떤 정당이나 연합도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당 시스템이 새로운 기반 위에서 안정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다. 비슷한 정치적 위기를 겪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는 현재 벨기에, 아일랜드와 함께 아직 안정화를 이루지 못한 몇 안 되는 예외 국가 중 하나로, 좌파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할 수 없는 소외된 상황에 놓여 있다.
좌파는 종종 분열과 다툼이 잦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느슨한 진보적 자유주의 좌파가 다시 부상하길 기대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EU 체제 내에서 변화를 꾀하려는 데 필요한 정치적 갈등과 맞지 않는 위험한 환상이다. 또한 좌파가 사회에서 소수라 하더라도, 실망한 유권자들이 쉽게 기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확하고 일관된 접근이 필수적이다.
현재 좌파 진영에서 어느 정당이나 인물도 헤게모니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선거 기간에만 연합하는 것이 아니라, 신인민전선 내부에서 진정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정당 간의 경쟁으로 인해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또 다른 희망은 사회 운동, 특히 노동조합이다. 프랑스에서 노동조합은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유지하려 노력해 왔지만, 노동총동맹(CGT)이 이번에 신인민전선에 투표할 것을 촉구하며 역사적인 첫 선거를 치렀다.
좌파는 여전히 부상하는 극우 세력과 르펜의 지지 기반을 다지고 있는 미디어 시스템에 직면해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다. 노동계급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 간의 문화적 적대감을 무시하고, 계급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을 화해시키려는 시도는 큰 함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좌파가 일시적인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이를 통해 통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 것 역시 착각이다.
이는 좌파가 직면한 딜레마의 양면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선거의 역학을 만들어내고, 좌파가 선택한 주제를 중심으로 정치적 경쟁을 재구성하며, 교외나 소도시에 거주하는 프랑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첫 번째 제안은 프랑스 인수미즈와 가까운 인스티튜트 드 라 보에티(Institut de la Boétie)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 재단은 급진적인 사회 프로그램과 인종주의에 맞선 문화적 싸움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옹호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합한 전략처럼 보이며, 문화적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에서 깊이 뿌리내린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는 분명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극우에 맞서고 좌파의 힘이 약화된 지난 수십 년의 효과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출처] France’s Left Still Needs to Broaden Its Bas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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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니콜라스 칼푸퀴(Julian-Nicolas Calfuquir)는 소르본 누벨 대학교의 경제학 박사 과정 학생이자 전직 프랑스 공화당(Parti de Gauche)의 국가 공무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