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제안한 ‘평화 협정’ 구상에 인용된, 미국 컨설턴트들이 작성한 가자의 ‘도시 재정비 계획’은 이 도시의 불길한 미래를 그린다. 그것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이미 여러 현대 대도시에서 작동 중인 논리를 드러낸다. 언제나 그렇듯, 악마는 세부에 숨어 있다. 도시계획은 경제권력의 언어로 변했으며, 그 부수적 희생자는 도시라는 개념 그 자체다.
가자시, 2025년 2월 7일. 도널드 트럼프는 몇 년 안에 가자지구 전체가 두바이에 견줄 만한 반짝이는 마천루로 뒤덮인 일종의 비즈니스 천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Unsplash+, Alex Shuper
도널드 트럼프의 첫 임기 때부터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주요 사업가들과 사업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맨해튼에 있는 그의 부동산 회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파산을 막았으며, 그가 장인 트럼프의 행정부를 떠난 뒤 세운 회사 역시 지원했다.
오늘날 쿠슈너는 더 이상 미국 정부의 대표가 아니다. 그는 단지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일 뿐이다. 그는 미국의 중동특사이자 부동산 투자자인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와 함께 비공식적으로 외교 역할을 맡고 있으며, 당연히 자신의 경제 활동과 관련된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책임질 의무가 없다. 외교 네트워크와 사업 네트워크가 완전히 뒤섞인 이 상황은, 가자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얽힘의 본질을 보여준다.
쿠슈너는 이미 오래전에 그 기본 구상을 제시했다. 가자의 해안은 부동산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그 주민들은, 예컨대 네게브 사막 어딘가로 이주해야 한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는 2025년 8월 말 백악관에서 위트코프, 쿠슈너, 그리고 영국의 전 총리 토니 블레어(Tony Blair)를 불러 모았다. 일부 분석가들에 따르면, 백악관과 가까운 복음주의자 조니 무어(Johnnie Moore)가 이끄는 ‘가자 인도재단(Gaza Humanitarian Foundation)’이 그 자리에서 이 계획을 마련했고, 이후 워싱턴 포스트가 이를 보도했다. 그 계획은 정교한 기술적 분석처럼 포장되었지만, 동시에 ‘평화협정’ 제안문에도 인용되었다.
약 40장의 슬라이드로 구성된 이 문서는 수많은 수치로 채워져 있지만, 이미지와 인간의 현실은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가자 주민들의 비극을 외면하고 정치적 차원을 지워버린 채, 재건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려 한다. 그 유일한 목표는 두바이식 모델을 본뜬 대규모 프로젝트의 금융 수익성이다.
가자, 부동산적 접근
이 문서는 도덕적 가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하다. 그것은 금융자본주의가 이제 사회적 삶의 문법 자체를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평화 프로젝트’는 세계화 시대의 상업적 평화주의를 대신해 로마식 제국의 평화를 제시한다. 즉, 먼저 파괴하고, 그다음 이윤을 얻는 것이다. 걸프 지역에서 쿠슈너가 벌여온 부동산 사업과 유사하게, 이 모델은 가자를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지정학적·도시적 재정비의 대상으로 본다. 그래서 인프라와 도시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진다. 엑셀 표, 예상 수익률, 그리고 기업 마케팅의 진부한 이미지들에 기반한 개발이다.
가자는 더 이상 하나의 도시나 영토로 상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제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지중해를 잇는 물류 거점―세금이 면제된 세계적 회랑―으로 구상된다. 이 계획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견고하다는 점을, 적어도 워싱턴의 관점에서 암시한다. 사우디와 인도양에서 나오는 석유와 희토류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지중해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 전략적 동맹이 보장하는 통로다.
가장 심각한 부재
‘리비에라(Riviera)’ 프로젝트의 홍보 자료에서 가자 주민들은 단지 잔여적 범주로만 등장한다. 그들은 인구학적 장애물 혹은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간주된다. 200만 명의 주민들은 역사에서 지워지고, ‘역사의 악당들’은 권리를 가질 자격조차 없는 존재로 대체된다. 하마스는 단지 범죄조직으로만 언급되며, 어떠한 정치적 맥락도 고려되지 않는다.
이 계획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이주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 경제적 유인이 제공된다면 더 많을 수도 있다. 계산은 섬뜩하다. 각 이주는 2만3천 달러(약 2만 유로)의 ‘이익’으로 평가된다. 재산 보상은 현재 가치, 즉 거의 ‘제로’에 근거하며, 신축 주택은 텔아비브 기준의 고가로 책정되어 대부분의 가자 주민에게는 완전히 접근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시각자료 속에서 주민들은 사라지고, 대신 하얀 로브와 케피예를 걸친 투자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호화로운 테슬라 자동차에서 내리고 있다.
폐허가 된 땅
로마인들은 오히려 더 솔직했다. 타키투스(Tacite)는 브리튼 정복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들은 사막을 만들고 그것을 평화라 부른다.”
여기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관련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으면서.
2년간의 체계적 파괴 끝에 가자의 물질적 실체―그 역사, 지형, 심지어 토지대장까지―가 지워졌다. 사막과 바다 사이 365㎢의 땅에서, 가자의 인구 밀도는 텔아비브보다 50% 높다. 피해는 참혹하다. 6천1백만 톤의 잔해, 전체 건물의 78%가 파괴되거나 손상되었고, 병원의 절반이 기능을 잃었으며, 200만 명의 주민에게 남은 경작 가능한 땅은 1.5%뿐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알시시가 2025년 10월 13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관련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트럼프 인스타그램
잔해를 치우는 데에는 약 180억 달러(156억 유로), 수천 대의 중장비, 수만 개월에 달하는 노동, 이동식 처리 장비와 특수 매립지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잔해를 가자 전역에 흩뿌린다면, 가자 지대의 지표면이 30센티미터 높아질 것이다. 그것을 바다에 버리면, 단지 재앙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셈이 된다—두바이식 항구와 인공섬을 꿈꾸는 탐욕스러운 사업가들이 분명 고려했을 법한 ‘해결책’이다.
이 과정은 기존의 지형과 토지대장마저 지워버릴 것이다. 이 점은 오히려 그들에게 기회다. 이 계획은 기존 토지 등기부를 블록체인 기반의 투기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토큰화된(tokenisés)’ 재산권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가자의 폐허를 부동산 복권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신기루
기아와 인도적 붕괴에 대한 대책 대신, 트럼프가 즐겨 언급하던 ‘중동의 리비에라(Riviera du Moyen-Orient)’라는 약속이 등장한다. 이 계획은 향후 10년 안에 가자의 부동산 가치를 3천억 달러(2,610억 유로)로 끌어올리고, 1천억 달러(870억 유로)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주장한다. 통제권과 안전은 계속 군사 세력의 손에 남는다.
‘가자 인도재단‘은 “개혁되고 탈과격화된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준비될 때까지” 이 영토를 관리할 신탁(trust)으로 바뀔 것이다. 이 신탁은 전체 영토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주민들은 ‘임시 주거지’—즉, 사실상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가 추진하는 계획이 제시한 ‘미래의 가자’ 구상. ⟪위대한 트러스트(The Great Trust): ‘파괴된 이란의 대리인에서 번영하는 아브라함 동맹국으로’⟫ — 가자 재건(Gaza Reconstitution), 경제 가속(Economic Acceleration)과 전환(Transformation).
잠재적 투자자 명단에는 사우디와 국제 대형 건설 그룹들, 빈 라덴 가문, 테슬라, 이케아, 아마존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기업이 실제로 자문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곧 밝혀지겠지만 그 사이에 그들의 로고는 홍보책자에 실려 있다. ‘리비에라’ 서사는 진짜 목표를 가린다. 즉, 토지 투기와 인프라 독점이다.
디자인을 통제 수단으로
도시 설계는 이 계획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오스만(하우스만)식 파리와 마찬가지로, 이 프로젝트는 공간 재조직을 통해 반란을 근절하려 한다. 전제는 완전한 탑불라 라사(tabula rasa), 즉 물리적·지형적·법적 백지 상태다. 해안은 가스·석유 플랫폼을 위한 추출적 경계로 구상된다.
제안된 공간 질서는 획일적이고 불길하다. 인구 20만 명가량의 도시가 7~8곳 조성되며, 각 도시는 데이터센터·물류·관광 등 특정 경제 기능이나 민간 행위자가 규정하는 형태로 고립되며, 인프라와 감시의 회랑으로 연결된다. 인공지능 도구들은 기만적 정확성의 설계를 만들어내며 공감·현장 경험·인간적 규모의 결여를 은폐한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도시학교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사악한’ 도시를 상상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들의 답은 이 비전을 예견했다. 폐쇄된 구역, 인공적 공공공간, 장벽형 인프라, 전면적 감시, 익명적인 기념물주의가 그것이다.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좋은 도시설계의 반대가 무질서가 아니라 통제임을 이해했다. 곧 다양성, 근접성, 공동생활을 계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비뚤어진 도시계획의 카탈로그
가자에 제안된 도식은 학술적 연습이 아니다. 그것은 글로벌 자본을 위해 ‘안전한’ 환경을 창조하려는 악의적 도시 논리의 고의적 적용이다. 이 논리는 자원을 고립·울타리화·상품화하고, 자연을 파괴하며, 사회적 삶을 억압하고, 이동성을 제한하며, 감시와 적대성을 강제한다. 그것은 행동력·공동체·존엄을 안전과 이윤이라는 명목으로 말살한다.
이 현상은 가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걸프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이미 같은 원칙이 관찰된다. 사유화된 공간, 인공적 경관, 감시된 영역, 통제 인프라가 그것이다. ‘비뚤어진 도시’는 더 이상 디스토피아적 허구가 아니다. 이는 도시 파괴 이후의 현대적 도시화가 내세우는 새 모델이며, 간단히 말해 ‘죽음성(la nécrocité)’을 주장한다.
더 섬뜩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내부의 적을 말살하겠다고 맹세한 반동적 우월주의자들의 미국은 가자를 모델로 바라본다. 파괴를 위한 폭탄, 재건을 위한 개발업자다. 무엇을 재건하겠느냐고 묻겠지만, 전사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와 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콴티코(Quantico)에 모인 800명의 장성들에게 노골적으로 말했다. 적은 우리 안에 있으니 대비하라―당신들의 다음 전장이 미국의 도시들이 될 것이다.
[출처] L’urbanisme pervers de la « reconstruction » de Gaza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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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크레마스키(Marco Cremaschi)는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도시학교 도시계획학 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