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Dookie(둔한 자) 출처: Mr. Fish
엘 프레지덴테(El Presidente, 중남미의 독재자들을 조롱하거나 풍자할 때 흔히 쓰이는 호칭) 트럼프는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아첨꾼과 폭력배, 범죄자들로 자신을 둘러싸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모든 하찮은 라틴아메리카 독재자들의 전형을 그대로 본뜬 인물이다. 트럼프와 그의 가족은 대통령직을 이용해 18억 달러가 넘는 현금과 선물을 축적했으며, 자신을 기념하기 위한 천박한 기념물들을 세웠다.
“지상에는 트루히요, 하늘에는 신” ― “Trujillo en la tierra, Dios en el cielo” ― 이 문구는 도미니카공화국의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Rafael Leónidas Trujillo)가 31년 동안 통치하던 시기에 국가 명령으로 교회에 게시되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트럼프의 사기꾼 목사 폴라 화이트 케인(Paula White-Cain)은 트루히요의 신격화 발언을 현대적으로 되풀이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께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니카라과의 아나스타시오 “타치토” 소모사(Anastasio “Tachito” Somoza, 1967년 쿠데타와 조작된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올랐고, 부패와 폭력, 반대파 탄압으로 악명 높음)나 헌법을 고쳐 자신을 ‘종신 대통령’으로 만든 아이티의 프랑수아 “파파 독” 뒤발리에(François “Papa Doc” Duvalier)의 그링고(gringo, 미국인) 버전이다. 아이티 독재자의 장기 통치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에는, 앉아 있는 파파 독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있고, 그 밑에는 “내가 그를 선택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폭력배들은 파파 독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 통통 마쿠트(Tonton Macoute)의 망령이다. 이 조직은 1만 5천 명 규모로, 뒤발리에의 반대파 3만에서 6만 명을 무차별 구금·폭행·고문·투옥·살해했다. 통통 마쿠트는 대통령 경호대와 함께 국가 예산의 절반을 삼켜버렸다.
엘 프레지덴테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의 후안 비센테 고메스(Juan Vicente Gómez)와 같다. 고메스는 나라를 약탈해 스스로를 국가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로 만들었고, 학자 팔로마 그리페로 페데몬테(Paloma Griffero Pedemonte)의 표현대로 “국민을 무지하고 순종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공교육을 경멸했다.
모든 독재에서 엘 프레지덴테는 똑같은 각본을 따른다. 그것은 기괴한 희극이다. 어떤 찬양도 지나치지 않다. 어떤 뇌물도 작지 않다. 어떤 시민의 자유 침해도 과하지 않다. 어떤 어리석음도 터무니없지 않다. 모든 이견,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반역이다.
행정명령, 예산 삭감, 게리맨더링(선거구 조작), 투표소와 투표기 압류, 우편투표 폐지, 개표 통제, 유권자 명부 정리 등이 결합해 선거 결과를 미리 정해놓는다.
언론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도는 엘 프레지덴테의 어리석음 앞에 무릎 꿇는다. 입법부는 그의 변덕과 자기기만을 반복해 메아리치는 아첨의 회랑이 된다. 그곳은 현실이 환상으로, 역사가 신화로, 부도덕이 도덕으로, 독재가 민주주의로, 거짓이 진실로 바뀌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다.
엘 프레지덴테를 권좌에 붙잡아두는 것은 폭력과 위협만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전복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을 매일 부정하고, 그 자리에 혼란스러운 허구를 대신 심어 균형을 무너뜨린다. 여기에 국가가 조장한 공포가 더해지면, 나라는 거대한 노천 감옥으로 변한다. 인간의 의식은 끊임없이 폭격당하고, 결국 부서져 거대한 수감 기계의 잘 기름칠된 톱니바퀴가 된다.
엘 프레지덴테 트럼프의 왜곡된 심리는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Miguel Ángel Asturias)가 소설 ⟪대통령 각하⟫(El Señor Presidente)에서 그린 인물상에 의해 가장 잘 드러난다. 이 작품은 22년간 과테말라를 통치한 독재자 마누엘 에스트라다 카브레라(Manuel Estrada Cabrera)의 독재를 바탕으로 했다. 또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의 ⟪족장의 가을⟫(The Autumn of the Patriarch), 줄리아 알바레스(Julia Alvarez)의 ⟪나비들의 시대⟫(In the Time of the Butterflies),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의 ⟪염소의 축제⟫(The Feast of the Goat)와 ⟪까데드랄 주점에서의 대화⟫(Conversation in the Cathedral) 역시 동일한 주제를 다룬다. 이 소설들은 대부분의 미국 정치 관련 저서들보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훨씬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줄리아 알바레스는 자신의 소설에서 이렇게 썼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팔린다. 자유만 빼고.”
독재자들은 궁정생활의 달콤한 아첨 속에 밀폐되어 있으며, 그 결과 현실과의 접촉을 빠르게 잃는다. 음모론, 사이비 과학, 기괴한 믿음과 미신이 증거와 사실을 대체한다. 사회병질적 성향을 지닌 그들은 공감이나 후회의 능력이 없고, 세상을 천박한 언사와 유치한 감상으로 묘사한다. 그들은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한다. 오직 권력을 휘두르며 느끼는 감정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기분이 좋으면 선이고, 기분이 나쁘면 악이다. “국가란 곧 나다(L’état, c’est moi).”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전체주의의 기원⟫(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에서 이렇게 썼다.
“대중지도자의 주요한 자격은 결코 끝나지 않는 무오류성이다. 그는 결코 실수를 인정할 수 없다. 권력을 쥔 대중지도자는 모든 공리적 고려를 압도하는 단 하나의 관심사를 가진다. 자신의 예언이 반드시 현실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1930년대 엘살바도르의 독재자 막시밀리아노 에르난데스 마르티네스 장군(Gen. Maximiliano Hernández Martínez)은 아시아인, 아랍인, 흑인의 이민을 제한하는 일련의 법을 제정하고, 1932년 1월 실패한 봉기 이후 약 3만 명의 농민을 학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색유리를 통과한 햇빛이 질병을 치료한다고 믿었다. 두창이 유행하자 수도 산살바도르(San Salvador) 전역에 색등을 걸도록 명령했다. 막내아들이 맹장염에 걸리자 그는 의사를 물리치고 색등 요법으로 치료하려 했고, 그 결과 아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는 또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고무샌들을 기부하겠다는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지구의 유익한 기운과 진동을 더 잘 받을 수 있다. 식물과 동물도 신발을 신지 않는다.”
엘 프레지덴테 트럼프도 이와 같은 부류다. 그는 인간의 몸이 한정된 에너지를 가진 배터리와 같다고 주장하며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당시 대중에게 소독제를 몸에 주입하거나 자외선으로 조사하라고 권유했다. 또 기자회견 중에 임신부들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횡설수설했다. 그는 기후 위기를 부정하며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지구온난화 개념은 미국 제조업을 비경쟁적으로 만들기 위해 중국이 만들고 이용한 것이다.” 이후 그는 농담이었다고 말을 바꾸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풍력발전기의 소음이 암을 유발한다고 말했고,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가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의 숨겨진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독재자들은 키치(kitsch, 권력이나 상업을 위한 도구적 예술)에 빠져든다. 키치는 어떤 지적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와 지도자 숭배를 미화한다. 그것은 ‘도덕적 통치자, 행복하고 충성스러운 국민, 이상화된 시민의 초상’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를 찬미한다. 트럼프의 경우, 그 ‘시민’이란 백인들이다. 키치는 백악관 벽난로 위에 진열된 금빛 트로피와 꽃병처럼 번쩍이고 반짝인다. 그 옆에는 그의 이름이 새겨진 천박한 금빛 컵받침들이 놓여 있다. 키치는 문화를 질식시킨다. 케네디센터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제 모든 공연을 국가 연주로 시작한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센터의 새 이사장으로 임명하고 “이제 더 이상 드랙쇼나 반미적 선전은 없다(NO MORE DRAG SHOWS, OR OTHER ANTI-AMERICAN PROPAGANDA)”고 게시했다.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이름이 ‘홀 오브 스테이츠(Hall of States)’의 대리석 벽에 새겨진 케네디센터의 올해 공연 시즌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개막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케네디센터의 임시 회장 리처드 그레넬(Richard Grenell)은 프로그램을 “폴라 압둘 스타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키치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것은 똥의 존재를 부정하는 미학이다. 모두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는 또 “키치는 죽음을 가리기 위해 세워진 접이식 장막”이라고 덧붙였다.
트루히요는 자신의 측근, 장관, 장군들의 아내들, 궁정 여성들, 그리고 어린 소녀들까지 성적으로 착취했다. 트럼프는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의 절친한 친구였으며, 최소 24명의 여성으로부터 강간, 성폭력, 성희롱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줄리 브라운(Julie Brown)은 저서 ⟪정의의 왜곡: 제프리 엡스타인 이야기⟫(Perversion of Justice: The Jeffrey Epstein Story)에서, “케이트 존슨(Kate Johnson)”이라는 가명으로 한 여성이 2016년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썼다. 그는 1994년 6월부터 9월까지 약 4개월간 자신이 13세이던 시절 트럼프와 엡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송에서 “나는 트럼프에게 멈추라고 크게 애원했다. 트럼프는 내 얼굴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소리쳤다”고 진술했다.
존슨은 엡스타인의 뉴욕 저택에서 열린 미성년자 대상 파티에서 트럼프를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와 여러 차례 성적 행위를 강요당했으며, 그중 한 번은 또 다른 12세 소녀와 함께였다고 진술했다.
소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성행위를 강요한 뒤 두 미성년자를 밀쳐내며 “형편없는 성적 수행이었다”고 모욕했다. 그는 2016년 4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 법원에 제소됐다.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존슨의 순결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해 존슨을 폭행하려 했다고 소송은 덧붙였다.
존슨은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난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3세의 케이트 존슨이 자신에게 수치스러운 행위를 하도록 시키며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진술했다.
존슨은 엡스타인과 트럼프가 자신과 가족에게 해를 끼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송은 결국 취하되었고, 이는 거액의 합의로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자취를 감췄다.
독재자들은 비판자와 반대자를 침묵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상대를 모욕하고 조롱하며 파괴하는 데서 가학적인 쾌감을 느낀다.
“내 친구들에게는 모든 것을, 내 적들에게는 법을.” 페루의 권위주의 대통령 오스카르 R. 베나비데스(Óscar R. Benavides)는 이렇게 말하며 모든 독재자의 신조를 요약했다. 법은 복수의 도구로 무기화된다. 죄와 무죄는 중요하지 않다.
법무부가 트럼프의 전 보좌관 존 볼턴(John Bolton),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티아 제임스(Letitia James),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James Comey)를 기소하고, 전 CIA 국장 존 브레넌(John Brennan), 전 FBI 요원 피터 스트르조크(Peter Strzok), 전 FBI 변호사 리사 페이지(Lisa Page)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것은 모든 독재정권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협력하라, 그렇지 않으면 박해받을 것이다.”
이 복수의 문화는 시민적·정치적 생명을 굳어지게 만든다.
독재자들은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헛되이 추구한다. 불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퍼뜨려 죽음을 몰아내려 한다. 트루히요는 수도 산토도밍고(Santo Domingo)의 이름을 ‘시우다드 트루히요(Ciudad Trujillo)’로, 도서(島)의 최고봉 ‘피코 두아르테(Pico Duarte)’를 ‘피코 트루히요(Pico Trujillo)’로 바꿨다.
트럼프는 37억 달러 규모로 계획된 워싱턴 커맨더스 구장을 자신의 이름으로 짓길 원한다. 재무부는 국가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트럼프의 얼굴이 양면에 새겨진 1달러 기념주화 초안을 공개했다. 케네디센터의 오페라하우스를 영부인 이름으로 바꾸려는 계획도 있다. 아마존이 멜라니아 트럼프(Melania Trump)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권을 4천만 달러에 구입했으며, 이는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șescu) 시대 국영방송이 ‘국모(Mother of the Nation)’ 엘레나 차우셰스쿠(Elena Ceaușescu)를 찬양하던 보도를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에 있는 연방 건물 외벽에는 엘 프레지덴테 트럼프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있다. 전 세계에 세워진 트럼프 타워들과 함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를 트럼프의 초상으로 뒤덮고, 그의 이름을 건물과 광장에 새기며, 그의 신성과 천재성에 끝없는 경배를 바침으로써 죽음을 억누르려는 것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염소의 축제⟫(The Feast of the Goat)에서 독재가 어떻게 모든 사람을 공범으로 만드는지를 썼다.
“부자들도 부를 유지하려면 지도자와 손잡고, 사업의 일부를 팔거나 그의 사업에 투자해 그의 위대함과 권력에 기여해야 했다. 트루히요가 만든 이 사악한 체제에서 도미니카인이라면 누구나, 조만간, 공범이 되었다. 망명자(그리고 죽은 자)만이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나라에서 모든 사람은 어느 시점이든 체제의 일부였고,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도미니카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똑똑하거나 유능해지는 것이다.’ 그는 아구스틴 카브랄(Agustín Cabral)이 한 말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트루히요는 결국 그런 사람들을 불러 체제에 봉사하게 만들고, 그가 부르면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그 진실의 증거였다. 그는 한 번도 임명에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에스트렐라 사달라(Estrella Sadhalá)가 늘 말하듯, 염소(The Goat)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신성한 속성, 즉 자유의지를 빼앗았다.”
[출처] America is a Banana Republic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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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