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14명 연쇄살인, 정리해고 중단해야 합니다”

한진중, 대우자판, 쌍용차, 발레오 해고노동자 거리 증언대회 개최

한진중공업, 대우자동차판매, 쌍용자동차, 발레오 노동자들이 명동 거리로 나섰다. 대량 해고로 인한 잇따른 자살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 사태를 알리고, 명동 거리의 수많은 시민들을 향해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16일, 4개 사업장 노동자들은 명동 거리에서 조합원 증언대회를 열고 해고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벌써 14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은 쌍용자동차와 지난한 복직 투쟁을 벌이는 한진중공업, 대우자동차 판매,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간간히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사회에 의한 14명의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9년, 대량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벌써 14명의 노동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잃었다. 투쟁과정에서의 뇌출혈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해 연탄가스, 투신 자살 등으로 노동자들이 운명을 달리했다.

파업이 종료 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고된 노동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쌍용차 사측은 2009년 8.9 노사합의서를 이행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추모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정부의 모르쇠는 여전하다.

증언대회에 나선 김득중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옥쇄파업으로부터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파탄난 생활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계속되는 사회적 타살, 14명의 연쇄 살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라고 호소했다.

“77일간 옥쇄파업을 전개할 때, 동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매일 옥상에서 쓴 소주를 삼키는 한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10년간 일을 하면서 회사에서 주는 상을 서른 두 개나 받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해고 전 년도 까지만 해도 최우수 사장 표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해고 발표 전날까지도 그는 자신이 해고 명단에 올라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고를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해고는 옵니다. 저희의 문제가 곧 여기 계신 시민들의 문제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는 단 0.01의 점수로 산자와 죽은자를 만듭니다.

저는 6살과 13살의 두 아들을 둔 가장입니다. 18년 동안 일터에서 나와 아내, 그리고 내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일터는 곧 꿈이고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그런 일터를 빼앗겼습니다. 옥쇄파업을 멈출 수 없었던 것 또한 공장 정문 앞에서 희미한 촛불을 쥐고 있는 아들과 아내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저 같은 노동자들이, 가족들이 연탄불로, 목을 메고, 투신으로 자살을 합니다. 14명이 사회적 타살로 인한 연쇄살인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신다면 우리 싸움이 옳았다는 것을 승리로써 보여드리겠습니다.”

“시민여러분, 힘을 보태주십시오.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지난 3월 15일, 172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한 한진중공업 역시 힘겨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한 지도부의 고공농성, 공장 점거 농성 등 이들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80여 명의 조합원들은 지난 8일부터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며 또 다른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싸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노동을 할 수 있는 일터다. 증언대회에 나선 김찬일 한진
중공업지회 조합원 역시 시민들을 향해 일터를 다시 되찾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 했다.

“우리는 서울에 깡패 짓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일터를 되찾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는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배를 만드는 노동자들입니다. 철판 하나하나를 붙여 300m 짜리 배를 만드는 노동자들입니다. 그 배는 컨테이너 5000~6000개를 실을 수 있는 8만톤 짜리 배입니다. 약 1~2천 억에 배를 팔면 회사는 1~2백억 원의 이익을 가져갑니다. 그 이익으로 사장은 한남동 대저택에 살며 외제차를 몰고 다닙니다. 우리는 그들처럼 대처택을 원하는 것도, 외제차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먹고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처자식과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일터를 돌려달라는 것뿐입니다.”

지난 1월 31일, 전체 직원 572명 중 70%에 해당하는 388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한 대우자동차판매의 노동자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대우자동차판매는 한진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투자로 경영악화를 불러왔다. 주력산업인 자동차판매를 등한시 한 채, 건설 등의 투자를 통해 부실 방만 경영을 해온 경영진은 경영악화를 노동자 대량해고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김성효 대우자동차판매지회 조합원은 이 같은 사태는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구조조정 백화점입니다. 지난 2001년, 임금개악에 맞서 투쟁을 벌이다 한 동지를 심장마비로 잃었습니다. 2006년 투쟁 당시에도 한 동지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7년과 2008년, 스트레스로 인한 암과 사투를 벌이던 두 동지마저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지금도 암과 싸우는 4명의 동지가 있습니다. 지난 11년간, 너무 많은 동지들이 떠났습니다.

51일째 공장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우리는 열사들이 뿌려놓은 씨앗으로, 그들의 뜻대로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그 승리를 위해 시민 여러분들의 힘이 절실합니다. 우리의 투쟁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승리로써 보답하겠습니다.”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이들 4개 사업장은 ‘금속노조 정리해고 철회 공동 투쟁단’을 구성해 8일째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쌍용차 희생자 추모구간에 맞춰 적극적인 투쟁과 여론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증언대회를 시작으로 정리해고 문제점 토론회, 시민선전전, 문화제 등으로 노동자들의 해고와 자살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 시킬 계획이다. 김호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한 상태”라며 “시민들의 관심만이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