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부리]의 행.페이야기
박미선, "딴세상을 여기로 가져오는"(Bring elsewhere home) 페미니즘, 여성, 소수자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페미니스트 이론가. 이론과 실천으로서 페미니즘과 급진 이론의 혜안들을 '따로 또 함께' 나누는 페미니스트 네트워커. '행.페'는 '행동하는 페미니즘'의 줄임말
"아펙 폭력 진압, 지배집단은 여전히 꼴통"
반아펙 투쟁과 다른 상상(력)들
박미선(여성문화이론연구소) 
반아펙투쟁에 대한 국가권력의 과잉, 폭력진압을 보면서 하게 된 다른 상상.

반아펙 투쟁을 과잉 폭력으로 진압한 이번 국가권력의 아둔함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우리 사회의 지배집단이 여전히 꼴통이자, 서구의 신자유주의 엘리트 집단들이 지닌 교활한 영민함을 아직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달리 보자면, 그만큼 범진보 세력 및 딱히 스스로를 "진보" "급진"이라 여기지 않더라도,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함시롱 작게 크게 활동하는 개별적 행동인들 (뭉뚱그려 말하면 소위 "시민사회")이 보다 해방적인 사회를 맹그는 변혁의 작업에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스스로를 "제국"이라 부르는 아메리카의 심정적 심장부(알고보면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인 텍사스의 무니만 리버럴, 속깊은 네오콘들을 봄시롱 내가 재삼 목도한 것은, 역사 이래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함으로써 지배를 확보한 최초의 지배집단인 자본주의적 지배집단의 생리다.

자본주의 생산 양식을 통해서 권력과 헤게모니를 휘어잡은 지배집단의 생리란, 자신이 가진 것을 保守하기 위해 강력한 레토릭과 래디컬한 제스쳐를 펼치며 왼갖 것들을 補修해서 자신의 報酬를 保守하는 "진정한 보수능력"이 지닌 그 겁나는 교활성을 그 진면목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반아펙 투쟁을 과잉 폭력으로 진압한 이번 국가권력의 아둔함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우리 사회의 지배집단이 여전히 꼴통이자, 서구의 신자유주의 엘리트 집단들이 지닌 교활한 영민함을 아직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역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달리 보자면, 그만큼 범진보 세력 및 딱히 스스로를 "진보" "급진"이라 여기지 않더라도,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함시롱 작게 크게 활동하는 개별적 행동인들 (뭉뚱그려 말하면 소위 "시민사회")이 보다 해방적인 사회를 맹그는 변혁의 작업에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그라고 끊임없이 갱신, 혁신함으로써 지배를 확보하는 부르주아적 "능수능란함"은 이에 맞장만 뜨는 안티(반대)투쟁이 급진변혁 운동의 최소 조건일 뿐이라는 점을 일러준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세기(특히 후반부)의 역사는 (최소한의 필수조건으로서) 반체제 혹은 안티운동(들과 더불어, 그람시롱 그것을) 넘어서는 촌철살인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움직임들/운동들을 절실히 요구한다.

미국의 몇 안 되는, 탁월한 좌파 (문화)평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은 포스트모던 문화를 필두로 하여 문화를 앞세워 (전 세계뿐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까지도 점령하여 시장으로 개척해내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교활하고도 발빠른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문화"를 앞세운 자본주의에 대응하는 서구 좌파 일반의 대응(무)능력이 바로 상상력 (부족)에 있다고 절규한 바 있다. ("Cognitive Mapping" in Marxism and Interpretation of Culture)

모든 반체제 혹은 안티 운동들은 최소한의 필수 사항일뿐이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사회 변혁을 지향하는 운동들의 지배적 주류가 안티 운동일 경우, 그라고 이런 안티 성향이 상상력(부르주아 식으로 말하자면, 갱신과 혁신)빈곤과 눈이 맞아 안티 운동만이 지속될 경우,

그것은 곧 "알아서 기는" 운동, 즉 전혀 "급진"적이지 않게 자진 퇴화되어 버린 운동, 알아서 거세된 자리를 찾아내 그 "거세된"자리에서 불구의 권리나 운운하는 운동으로 퇴행할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반아펙 미디어 행동 연대가 보여준 활동은 급진변혁운동이 지배적인 헤게모니에 맞서 대항/대안 헤게모니를 벼리어 내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돌파지점들(breaking-through points)을 열어젖히는 의미심장한 출발점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기땜시롱, 신자유주의 재구조화 압력하의 퇴화와 신자유주의를 농락하는 창조적 탈주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급진/변혁 운동의 주체들은 때로 실천적 냉소와 환멸을 불러오는 이중의 부담/구속에 놓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는 자기 비판과, 이론과 상상력의 빈곤을 탈피하려는 피나는 자기혁신이라는 이중의 자기부담 속에서/을 통해서만 다른 주체들, 다른 운동들과 만나 창조적 "탈주선"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깐, 밥 많이 먹고, 그라고 집단 자위쇼가 아닌 긍정적으로 상호기살려주는 공동체 속에서 사랑과 우정 넘치는 교환의 네트워크들을 소중히 허자.)

아펙 회의를 마칠 즈음, 노무현 대통령이 "세계화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하고, 세계화의 방향이 양극화 해소를 전제하면서 동시에 양극화 해소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듣기 좋게 말했던 것은 무슨 제스쳐란 말인가?

"진보"를 "사회변혁"과 짝지우려는 이라면 저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을 터이다.

권력의 전략과 지식의 기술이라는 견지에서 볼 때 지배 집단은 저항과 변혁의 목소리가 강할수록 자신들의 진용을 절묘하게 다시 구축해낸다. 지배 집단은 정신적 생산 수단을 점유함으로써 사회의 한 집단일 뿐인 자기 집단의 이익을 보편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지배적 위치를 확고하게 다져간다.

20세기는 자본의 세기였고, 자본과 자본가들은 맑시즘이라는 강력한 비판에 힘입어 더욱 기승을 부리며 번성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매번 비판의 매질을 당해 온 자본이 승리하고 비판을 가했던,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범좌파는 삐리리해지고 있는 게다.

니체와 그의 탁월한 후예들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래도, 분명하게도 위기에 강하고 위기를 기회삼아 변신을 잘 하는 이들은 미안하게도 좌파 즉 비판과 변혁의 세력이 아니라, 지배 집단인 우파인 것이다.

비판, 변혁 세력은 자신의 대의와 명분 때문에 실질적인 전투를 행하지 못하고, 행동의 통일의 필수성 땜시롱 상상력을 억압하곤 한다. 그 대의와 명분 때문에 상스러운 짓을 못하기 때문이리라. 오죽했으면 이러한 현상을 두고 모더니티의 삼위일체 중 한 사람인 니체도 “모든 위기의 시대는 주변적인 것들을 팔아먹음으로써 번성한다”고 피를 토하듯 말하지 않았는가. 위기와 균열을 통해서 작은 것들이 기를 펼 자리가 생겨나기도 하지만, 역으로 자본과 지배 집단은 위기와 균열을 통해서 더욱 혹독하고 강철같은 진용을 새로 짜내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지형을 보자면, "영민한 우파"를 보기 힘든 꼴통 우글거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그만큼 즈그들이 입때껏 해오던 대로 개김시롱 퍼질러 있어도 된다는 식의 '안심'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놈현 말마따나, 경제지형을 보자면, 변혁 세력이 제기한 급진적 아젠다들을 알딸딸하게 슬쩍 즈그들 유리하게 바꿔서 시장도 개척하고, 발빠르게 헤게모니도 다시금 장악하는 우파의 영민함은 날로 달로 은근슬적 발전하고 있다. (삼성이 우리로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3천만불씩이나 벌금을 당함시롱까지 해외에서 하는 짓들이며, 최근 엠피쓰리 시장을 죽쒀놓은 것을 보라)

열받으면서도 한편으로 무지 동조하게끔 유도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지배집단의 영리함이요, 치사해 하면서도 안온한(?) 노예로 살게 꼬셔내는 것이 바로 힘있는 자들의 보수법이다.

이에 맞섬시롱 넘어가는(against within yet beyond) 상상력이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그라고, 이런 상상력들을 마구 마구 가능하게 하는 "2중대"로서, 우리 시대를 보다 정합적으로 설명하는 (옛 통찰 위에) 새로이 벼려진 유물론(적 이론화 작업) 또한 시급하다.

반부시, 반아펙 구호와 더불어, "우리"로 하여금 "저들"과 사회구조에 실질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실행하도록 해주는 힘/역능(저자 거리에 유행하는 말로 "수권능력')과 헤게모니를 접수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한 실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운동조직 내외부의 다른 목소리들을 허하라! 옥죄는 정치경제 지형에 맞서 투쟁하다 보면 생기기 마련인 조직 내부의 동맥경화를 완화하는 다른 상상력을 실험하자.

20세기 특히 그 후반부의 이론 일반, 특수하게는 급진변혁이론은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의 통찰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써먹음시롱 발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네시스>를 쓴 앨리스 쟈딘 말대로, "모더니티를 통한 사유는 페미니즘과 여성을 통하게 되어 있다.")

지금 여기 급진/변혁 운동이 살아남아 발전가능한(viable) 여러 방법들 중에 내가 보기에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여성들과 소수자들의 (유물론적) 시각에서 세상을 다시 보는 것(re-vision)일 터이다. 이것은 예컨대, 육체적으로 힘있는(physically abled 소위 "정상인") 이들이 장애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엄청나게 다른 (radical)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역사적으로 보아, 여성과 소수 집단의 주체들은 근현대 급진 운동의 최초이자 최후의 보루였다.

다시 말해서, 페미니즘적 차원 그라고 소수주체들이 제기하는 아젠다를 담보하지 못하는 운동은, 살아남아 발전할 가능성(viability)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목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라고, 이런 도발적이고 전복이며 (그리하야 근본적인 수준에서) 급진적인 시각은 딱히 (본질주의식으루다가) 소수자의 상황에 처해야만 가능한 시각은 아니다. 자기 계급을 배반하고 혁명적 지식인으로 활동했던 수많은 쁘띠 부르주아 출신의 지식인들을 생각해 보라.

이런 점에서, 적극적인 저항의 지점으로서 소수자(minority) 되기를 선택한 이들에게서 적극적으로 (상호)배워나가는 아비투스와 멘탈리티를 벼리는 게 중요하다.

소수자의 입장을 적극적인 저항 지점으로 택하는 이런 "도발적" 소수자들에게서 우리는 최소한, 이들이, 자신들을 주변부로 정의하는 억압적 사회구조들에 대한 유물론적 인식에 기반해서, 주변성을 급진적인 개방성과 가능성의 지점으로 창출해내는 역능과 의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비판과 적당한 타협을 통해 주류의 "인정"과 "픽업"(간택)을 은근스레 욕망하는, 소위 자칭 개혁 세력과 "진보"세력 일부의 공모적 멘탈리티를 효과적으로 "주변화"시킬 수 있는 아비투스와 멘탈리티는 현재로서는 이런 적극적인 소수자 (되기를 선택한 이들)에게 있다.

마지막으로, 스피박 말마따나, "중심 자체가 주변이 되도록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변의 바깥에 머물며 중심을 비난하는 손가락질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중심에 연루시키면서 그 중심을 주변으로 만들 정치가 어떤 모습일지 탐지해 내는 것이다." (<다른 세상에서>)
박미선 님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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