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인권오름] 밀양X청도, 너와 나의 연결고리

72시간 특별한 송년회에 나서는 할매들

시청 광장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며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를 이야기합니다. 따뜻한 연말 분위기 속 곳곳에서 송년회 모임에 오라고 손짓합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연말을 맞이하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해에도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월호, 밀양, 청도, 쌍차, 스타케미칼, 코오롱, 씨앤앰, 기륭, 유성기업 등 제가 모르고 있는 일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단식 농성을, 또 누군가는 고공 농성을, 또 누군가는 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키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밀양에서는 작년 말 어르신 한 분이 더 돌아가셨습니다. 밀양 할매들과 연대자들이 더 열심히 싸웠지만 6월 행정대집행 후 송전탑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청도 할매들도 매일 새벽같이 공사장 앞을 지키며 다치고 끌려나오면서도 열심히 싸우셨지만 송전탑이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송전탑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할매들은 이 송전탑이 핵발전의 문제이며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제 2의 밀양과 청도가 생기지 않도록 연대자들과 함께 송전탑 투쟁 시즌 2를 시작하였습니다. 새롭게 농성장을 열고, 협동조합을 만들고, 에너지 3대 악법(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송주법)을 바꾸기 위해 계속 싸우고 계십니다.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항상 함께 하고 싶은데 서울에서 밀양과 청도의 거리는 꽤 멉니다. 이럴 때 가장 반가운 건 할매들이 서울에 올라오신다는 소식입니다. 이 먼 거리를 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오셔서, 따듯한 손으로 손 잡아주시고 잘 지냈냐며 안아주시면 힘들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습니다. 할매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위로하고 아픈 마음을 나누는 힘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쌍차 대법원 판결 날에 함께 울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밀양과 청도는 지금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쌍차, 코오롱, 기륭, 스타케미칼, 씨앤앰 등에서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인간답게 일하고 싶기에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어마무시한 공권력이 동원되었습니다. 싸움이 며칠, 몇 년 길어져도 사측은 아무런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책임을 회피합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사이인 중규직을 만들겠다고 하는 정부는 우리의 일자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탄압하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를 보며 이 사회가 또 다른 세월호임을 생각학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비슷한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고, 우리는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밀양과 청도도 과도하게 공권력을 투입하여 송전탑을 지어냈습니다. 이 송전탑은 밀양과 청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규모 전력 생산을 하기 위해 전 국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핵발전을 하고 있고, 기존 송전선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생산량에 고압송전탑과 변전소는 늘어날 예정입니다. 하나하나의 싸움이 구체적으로는 다르지만, 이 모든 싸움들은 사람보다 돈을, 효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바꿔내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현장들에 자주 가지 못하는 게 가장 죄송하고 속상했습니다. 올라오는 소식을 SNS로만 공유하는 것도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할매들과 연대자들, 단식농성과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농성장 등을 자주 가지 못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연말에 이 무거웠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송년회를 한다고 합니다. 밀양과 청도의 할매들이 72시간 동안 전국의 투쟁 현장들을 방문하셔서 마음을 나누고, 응원하는 송년회를 합니다. 특별하게 서울에서는 밀양과 청도, 기륭, 씨앤엠, 세월호, 노점상, 철거민 등의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만나고 싶었는데 뵙지 못한 분들, 그리고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전달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모아 따듯한 송년회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있음을 기억하고 한해를 잘 마무리 하며 내년에도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힘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한 해 동안,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앞으로도, 힘을 내서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해요!
12월 16일 늦은 7시 반 광화문, 모두 다같이 특별한 송년회에서 만나요~




덧붙이는 말

공혜원 님은 성미산학교 학생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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