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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군사갈등과 군비경쟁을 택한 박근혜 정부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 결과와 의미



10월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또 한 번 양국이 전략동맹 파트너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와 한미연합군사령부 및 미군기지 잔류를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미군 주도의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추진을 합의했다. 다만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있는 ‘적정한 시기’가 오기 전까지 필수 최소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한미연합사 본부를 현재 용산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 대화력전 수행 전력을 한강 이북 현 위치(동두천)에 유지시키기로 했다.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 증강 계획이 완성, 검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한국과 미국의 의도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는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대신 한국 정부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군 현대화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의 핵미사일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하기 위한 공격형 방위시스템 킬 체인(Kill-Chain)과 고도 20Km 이하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아체계(KAMD) 구축 합의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정부는 SCM 이후 곧바로 1조5천억 원을 들여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포함한 PAC-3 구입절차를 시작했다. 더욱이 전작권 전환 시점을 고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적정한 시기’) 변화하는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따라 전력 증강과 무기체계 도입이 현재 계획된 수준을 넘어 지속적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 역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8월 7일 미국 보수파를 대변하는 헤리티지재단의 부르스 클링너는 “현재 점증하는 북한의 군사위협 속에서 한미연합사 해체는 무분별하고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효과적 방어와 연합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미국은 실리적인 측면 역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캠프 케이시 기지는 동두천 시 면적의 42.5%로 거대한 훈련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신속기동화의 일환으로 캠프 케이시 기지에 ‘9개월마다 본토병력을 순환배치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본토병력을 전쟁훈련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 작전수행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한국정부는 210화력여단이 이전할 경우 3800억 원으로 평가되는 부대 부지 매각 수익을 이전비용으로 충당할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연간 84억 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하면서 미군 훈련부지를 유지하게 되었다.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한국정부는 전작권 전환 연기를 통해,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대화력전 수행전력과 한미연합사를 잔류시키며 미군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지속적인 군비증강으로 한반도 내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더불어 한미양국은 전략동맹국으로서 범세계적 안보도전(질병, 테러, 평화유지군 파견 등)에 대해 공동 대응하고, 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 관해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양자·지역·범세계적인 포괄적 전략동맹 구축이란 이름으로 미국의 부담을 동맹국에게 전가해, 한국군의 광범위한 군사적 활동을 부추길 것이다.
이는 SCM이 비단 북핵 위협에만 대응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미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부상하는 중국과의 관계(G2)를 중시하면서도,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MD체계 편입과 고고도미사일(THAAD) 배치를 추진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집단적자위권을 인정하는 한편, 한미일 정보보호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나서는 등 중국에 대응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최근들어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위험한 한반도, 갈등의 핵심부로 들어가는 한국정부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 결과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킬 체인 도입, KAMD 구축, 한미일 정보공유 등 호전적 군사동맹의 강화는 결코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를 군비경쟁과 화약고 상태로 몰아가는 것으로, 역내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또한 전작권 전환 연기로 잔류하게 된 한미연합사와 동두천 훈련장은 한반도 평화구축에 커다란 위협이 될 뿐이다. 문제는 잔류와 이전이 아닌 존재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는 주한미군의 영구주둔과 전쟁계획(작계5027, 5029 등)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이후에 미국의 계획대로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져,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사령부 개편과 연합사령관직 수행이 되더라도 호전적 군사동맹은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한국정부는 거대한 평택 미군기지 외에도 동두천, 서울 시내 등을 미군의 자유로운 운용 공간으로 제공하면서 화약고를 늘려 놓았다. 한반도의 위험과 갈등의 핵심부로 박근혜 정부는 들어가고 있다. 결국 한미연합사 해체를 통한 군사동맹의 폐기, 군비경쟁 지양과 주한미군기지의 궁극적 폐쇄만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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