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6년|1월|특집] 달력으로 본 2016년 노동자 건강권

2월 18일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3주기.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크지 않았고, 승객들도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맞은편에 멈춰 선 열차에 불이 옮아 붙고, 기관사와 소방본부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 한 사이에 희생자가 크게 늘어 결국 192명이 사망했습니다. 심지어 사고 직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결국 기관사만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3월 6일 고(故) 황유미 9주기.
질병과 죽음으로, 삼성반도체의 직업병 문제를 드러냈던 고(故) 황유미 님의 기일입니다. 반올림과 노동단체들은 매년 3월 초, 반도체 산업 직업병 사망 노동자 추모제를 열어 왔습니다. 조금씩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지고, 조금씩 더 많은 연대가 형성되고, 조금씩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모제이지만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긴 농성 뒤인 내년 추모제는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이제 4월은 이전의 4월이 아니라는 노래 가사처럼, 2016년 4월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 한 달입니다. 한국 사회에 국가의 역할, 안전의 의미, 피해자의 권리 등 수많은 질문을 던진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과정이나 결과도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4월 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에 맞추어 열리던, 살인기업 선정식이나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도 우리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


5월 1일 노동절.
노동절의 시작도 노동자들의 집회에 경찰이 발포해서 사람들이 죽고, 그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노동자들이 경찰을 공격했다는 조작으로 노동운동가들을 사형시키는 공안 탄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내건 노동자들의 행진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16년 상반기는 노동개악과 관련된 싸움이 계속 될 것 입니다. 노동자 건강에도 지옥문을 열어버리는 노동개악.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하는 투쟁으로, 우리 삶을 지켜냅시다.


7월 2일 고(故) 문송면 기일 / 7월 4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7월 2일은 1988년 당시 열다섯 살이던 고(故) 문송면 님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날입니다. 수은 증기가 뿌옇던 작업장의 열악한 현실이 폭로되고, 나이 어린 노동자의 직업병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노동자 스스로가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고, 산재 추방을 위해 서로조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은 매년 이 즈음 산재사망노동자 합동추모제를 엽니다. 정부는 매년 7월 첫 번째 월요일을 산업안전
보건의 날로 정하고,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박제화하는 장애인의 날처럼, 지금 산업안전보건의 날에도 노동자는 빠져 있습니다. 그런 산업안전보건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1970년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해 평화시장 의류노동자들의 참혹한 일터를 고발하였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20세에 이미 6년 전후의 경력자로, 하루 14시간 7일 내내 일하고 있었습니다. 눈병, 신경성 위장병, 호흡기장애, 폐결핵에 대한 호소도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결국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만듭니다. 전태일을 기리며 매년 11월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립니다.


12월 30일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대한 보건조치 도입.
2002년 3월 5일 대우조선에서는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노동자 88명이 집단요양신청을 하였고, 이 중 74명 이 집단 산재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는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이 투쟁은 집단적으로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IMF 이후 구조조정과 노동 강도 강화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이에 맞서는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실로 2002년 12월 30일 사업주 의무에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 건강을 보호’ 할 것을 포함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 조사의 시작입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근골격계 예방프로그램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이지만,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2016년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2002~2003년처럼 현장의 활력을 만드는 사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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