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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사유화 공세에 맞서

상식과 심성이 극도로 왜곡되지 않은 자라면, 오늘날 노무현 정권이 여전히 좌파정권으로 불리는 사태를 납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보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한 정치인의 과거를 두고, 오늘 그의 생각과 행위에 좌파나 사회주의 같은, 인류 역사에서 진보의 한 측면을 분명히 대표하는 어떤 이름을 붙이는 것은 퇴행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노무현 정권의 이념적, 정책적 색채는 분명해진지 오래다. 우리가 노무현 정권 출범 때부터, 이 정부의 사회정책이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초기 구상을 더럽히고 말, 분열적인 것이라고 주장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보건의료 부문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집권 2년째였던 작년, 이 정권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의료사유화 정책의 첫 발을 내딛었다. 비판적인 지식인들과 운동가들, 노동운동과 사회단체들의 근거 있는 우려와 정확한 비판도 소용 없는, 그야말로 막무가내식 사유화 공세였다. 어디 그 뿐인가. 기업도시법과 지역특구법, 민간투자법, 건강보험특별법 등, 작년 한 해 이 정권은 그러지 않아도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기초를 더욱 침식하는 정책수단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던 것이다. 작년에 어렵사리 쟁취한 건강보험 급여확대의 성과도, 복지부가 주도하는 건강보험혁신TF의 강공 속에서 유실(流失)될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 있다.

다른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겠지만, 보건의료 부문은 작년에 이어 전례없는 이 정권의 사유화 공세에 직면할 것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사보험 도입과 영리법인 의료기관 허용 문제가 재론될 것인 바, 이는 8월에 예정된 실손형(實損型) 사보험 도입과 대통령이 연초에 공언한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 정책 의지에서 그 근거가 확인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과적인 성패를 떠나서, 우리의 대응 방향은 명확해보인다

첫째, 정책적으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우리 운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보험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는 실질적이고,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기업의료의 문제점과 폐해에 대한 연구와 선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지배적 의료의 영적 쌍둥이인 미국의 의료, 특히 그 기업의료적 속성에 관한 탐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조직적으로는 당분간 보건의료단체를 포함한 사회단체을 중심으로 한 활동력 배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적인 정치운동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조운동의 약화도 예상된다. 살아남은 자들이 연대하여 싸워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운동은 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발전해왔다

일시적인 퇴보와 굴곡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순의 존재는 운동의 씨앗이며, 오늘 우리 사회의 모순은 쉽게 지울 수 없을 정도의 깊이로 토대 위에 새겨져 있다. 우리 운동이 새롭게 맞는 올해, 결코 쉽지 않겠지만, 바로 그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 셈이다. 사태가 명확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
덧붙이는 말

제 93 호 최용준 (민중의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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