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어디서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

2월에는 민주노총의 보궐선거가 치러지며 내부적으로 어수선했다. 국회에서는 보수정당의 비정규직개악입법공세가 계속되더니 급기야 2월 27일 법안이 기습적으로 환노위에서 통과되며 정국은 급냉되었다.

민주노총은 28일 파업을 시작했다. 3월 1일부터 시작된 철도파업과 맞물리며 오랜만에 전국적 전선이 복원되는가 했다. 그러나 3월 3일 민주노총은 20여만 명이 참여했다는 총파업의 중단을 선언한다. 보수정당이 비정규개악법안을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마무리하려던 계획을 4월로 미룬 것이 이유이다. 법안처리를 유보시키는 작은 전과를 올리기는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력부대가 되어 그러한 성과를 얻게 한 철도노조는 고립된다. 그들은 결국 3월 4일 파업을 중단하며 패배를 선언한다.

그리고 3월 8일 민주노총은 <비정규법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4월투쟁계획 발표>한다. 4월 3일부터 14일까지 총파업(전 조직 순환파업)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위원회와 저출산고령화연석회의 등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가할 것을 결정했다고도 한다.

무엇을 볼 것인가.



보궐선거를 치르기 위한 투쟁인가, 비정규개악입법저지를 위한 투쟁인가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1일 중앙위원회의를 통해 보궐선거일정을 확정하였고, 1월 21일에는 입후보자들이 공식선거유세에 돌입한다. 그리고 선거를 틈 타 보수정당의 기습이 시작된다. 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실무간사들이 간사협의를 열고 7일 비정규법안 법안소위 심의, 8일 인사청문회, 9일 비정규법안 전체회의 의결 등을 주축으로 하는 일정을 확정한다.

보궐선거에 임하고 있는 선본들은 각각 성명을 내고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국회앞 농성투쟁이 다시 시작되고 각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은 투쟁의 파고를 높인다. 투쟁으로 인해 선거가 연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민주노총 비대위는 2월 3일 열린 중집회의에서 7일로 예정되어 있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8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선거연기나 중단에 대한 제기에 대해서는 7일 이후 다시 중집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한다. 전비연도 4일 열린 토론회에서 선거연기를 주장한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보수정당은 한발 물러나 민주노총선거기간 내에는 법안처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물론 “2월 안에는 가급적 법을 처리하려고 한다”는 협박도 잊지 않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민주노총이 물러난다*1). 7일 민주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회함에 따라(그리고 10일 이후에 열 것을 약속함에 따라) 2월 8일 오전 10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총파업 투쟁지침을 유보한다”고 ‘긴급공지’한다. 법을 처리한다는 “2월 안”이라는 단서도 잊어버린 듯 무장을 해제한다. 그들에게는 투쟁보다는 선거가 훨씬 중요한 것이고, 그들의 투쟁 목적은 비정규개악법안폐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투쟁의 목적을 달성하였다**2).



비정규개악법의 환노위 통과저지를 위한 투쟁인가, 비정규개악법의 폐지를 위한 투쟁인가

그러나 2월 10일의 보궐선거는 21일로 연기되고 보수정당의 도발을 계속된다.

법안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2월 국회에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통과시겠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입장이며 “법안이 오는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힌다.17일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다시 개최된다.

19일, 우원식 환경노동위 법안소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20일 까지 소위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전체회의로 직권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그러자 민주노총도 19일 열린 긴급 중집회의에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비정규권리보장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의한다. 그리고 21일 대의원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결정을 한다. △2월 25일 간부 및 조합원 3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강력한 대중투쟁 결의 △정부여당과 자본이 졸속 입법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은 신임 집행부가 최대한 27일까지 조직 점검 후 28일 오전 10시에 지침을 내린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4개 야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전 11시에 국회서 회담을 갖고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차기 국회로 이월할 것을 합의한다.

그러자 다시 민주노총은 2월 22일 다음과 같은 공지사항을 띠운다.


1. 2월 22일 국회에서는 비정규법안을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개최하는 임시국회에서 처리방침에 따라 2월 총파업투쟁지침의 기본방침인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법안 졸속강행처리시 총파업투쟁지침의 변경 사항입니다.

2. 2월 20일 공지한 2월 총파업투쟁지침은 철회합니다.

단 2. 21 임시대대에서 수정된 2. 25(토) 전국노동자대회를 전국동시다발 지역별 집회는 개최합니다.

- 명칭 :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

- 방식 : 전국지역별집회 수도권은 서울집중

- 수도권 집회일시 및 장소 : 2월 25일(토) 오후3시 국회 구)한나라당사앞

3. 이후 투쟁방침은 중집 및 총파업투쟁본부회의를 개최하여 공지할 예정입니다


그들의 투쟁의 목표는 단지 법안의 환노위 통과저지라는 것을 선언한다. 법안의 폐지가 아니라!



비정규개악법의 국회 전체회의 통과저지를 위한 투쟁인가, 비정규개악법의 폐지를 위한 투쟁인가

비정규개악법안이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가는 듯 하더니, 2월 27일 기습적으로 환노위 전체회의가 소집되어 강행처리 된다.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여 민주노동당의 회의실점거를 사전에 봉쇄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표결로 밀어붙여 비정규개악법안이 결국 통과된 것이다.

기간제법은 “사용기간 2년, 2년 초과시 무기계약 간주”로 여당 안 그대로 통과되었고 쟁점이었던 2년 동안 “사유제한”은 전혀 없다. 파견제법에서는 “사용기간 2년, 초과시 고용의무”로 한나라당에서 제안한 것 그대로 통과되었다. 최악의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다시 투쟁을 선언한다.

민주노총은 비정규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 직후 총파업투쟁본부 대표자 회의를 열고 '28일 13시부로 13시부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며 28일 15시 전국동시다발 파업집회를 개최할 것을 결정한다. 이어 3월 1일 14시 전국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하고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3월 2일까지 총파업을 이어갔다. 총파업의 기세에 놀란 보수정당은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4월 임시국회로 처리를 연기한다.

그러자 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3월 3일 민주노총은 당당하게 선언한다.


국회에서 처리하려던 비정규개악안이 민주노총의 가열찬 투쟁 끝에 결국 유보되었다...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고 날치기 강행통과를 하였고 결국 노동자의 분노에 찬 대규모 총파업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민주노총은 이제 단호하고 결연한 투쟁의 깃발을 올린다. (2006. 3.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기자회견문.)


그러나 이어지는 선언은 “우리는 30만, 40만의 총파업 투쟁으로 법안의 완전폐지로 나아갈 것이다”가 아니다. 어이없게도 다음과 같이 그 “결연한 투쟁의 깃발”을 즉시 내린다. 바로 다음 문단에서...  


민주노총은 2월28일부터 진행한 총파업을 일시 유보하고 4월 임시국회 일정에 맞추어 80만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6. 3.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기자회견문.)


그들의 투쟁은 역시 비정규개악법의 단지 국회 전체회의 통과저지를 위한 투쟁이었다.

저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하지만 투쟁하는 전선이 어디인가? 그 전선은 자꾸만 뒤로 밀리고 있다. 계속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투쟁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교섭을 위한 투쟁인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계급의식의 성장을 위한 투쟁인가

3월 8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개악안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한 3~4월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7일 중집회의에서, 4월 3일부터 14일까지 총파업(전 조직 순환파업)투쟁에 돌입할 것과 노동위원회와 저출산고령화연석회의 등 각종 정부위원회에 참가할 것을 결정했다고 발표한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한다는 그들의 선거공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투쟁은 교섭의 수단이다. 파괴력은 적당해야 한다. 그래서 순환파업을 선택한 것일 게다.

조준호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마무리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됐다...즉각 총파업이 아닌 순환파업을 결정했고 (정권과 자본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사전 경고를 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경고와 함께, 정부에 대한 국민인식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투쟁은 교섭의 수단임을, 즉 투쟁은 대화의 당사자로서의 우리 힘을 인정할 것을 “정부에 대해 경고”하는 수단임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투쟁은 교섭의 수단이 아니다.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계급의식의 성장을 위한 수단이다. 투쟁의 목적은 “만족해하는 임금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다. ≪노사과연≫



정세


어디서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



이진우|회원




*) “적이 공격하면 방어 하라. 그러나 적이 후퇴하면 추격하지마라.” 이것이 민주노총관료들의 좌우명일 것이다.


**) 7일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 3인과 구권서 전비연 의장을 비롯한 전비연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우원식 환경노동위 법안소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에서는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들이 10일 이전 처리를 두고 우원식 법안소위원장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자 우원식 법사위원장은 “정 그렇다면 10일 전에는 하지 않겠다. 걱정 말고 선거 잘 해라”고 답했다. 이 상황에 대해 전비연 관계자는 “전비연 대표자들과 민주노총 후보들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전비연 대표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본권에 대해 발언하려 했지만 후보들은 10일 일정에 많은 관심이 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민중언론 참세상 2월 8일자)  



덧붙이는 말

"생각하며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세와 노동] 제11호 (200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