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의 [공산주의에서의 “좌익”소아병]의 「10. 몇 가지 결론」부분을 읽고

노동자계급운동의 두 단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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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글을 읽을 때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사람으로 종종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만이 느끼는 문제가 아니다. 그와 함께 혁명투쟁을 하던 당시 그의 동지들도 그를 곧잘 오해했다. 이것은 레닌의 대부분의 글이 급변하는 정세와 그것에 입각한 실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 따라서 그의 글을 읽을 때는 그것이 쓰였던 배경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교훈을 얻기는커녕 완전히 반대되는 잘못된 결론을 얻게 되기 십상이다. 사실 쓰인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읽어도 되는 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꼭 집어 주장하는 것은 레닌의 글은 특히 더 그렇고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가?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 타당하다. 왜냐하면 레닌 스스로도 이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당 대회’에서 그의 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팜플렛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직접적 언급에 관하여 말하자면, 언급이 그 맥락으로부터 왜곡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란 매우 쉽다.

결론을 내리자. 현재 우리 모두는 “경제주의자들”이 한쪽 극단으로 가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누군가는 다른 방향-그것은 내가 했던 일이다-에서 끌어 당겨야 했다. 나는 러시아 사회민주주의가 언제나 모든 종류의 기회주의에 의해 왜곡된 모든 것을 힘차게 바로잡아낼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행동노선은 언제나 행동에 가장 곧고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확신한다.1)


기회주의란 별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쪽 극단으로 가버”린 노동자계급운동 내부의 경향이다. 노동자계급운동에서 이탈한 ‘변절’이나 ‘배신’과는 달리 그것은 노동자계급운동 내에서 자신의 올바름을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회주의적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기되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정도 혹은 많은 부분 현실에 기반을 갖는다. 다만 그것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을 은근슬쩍 “왜곡”할 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종종 기회주의의 본질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결과 이것은 노동자계급운동에서 하나의 경향이 되기도 한다. 기회주의가 이렇게 경향으로까지 자리잡게 되면 그것은 지속적으로 자신을 재생산하고 때로는 노동자계급운동의 지배적 경향이 되기까지 한다. 이것이 기회주의가 갖는 무서운 점이며, 이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레닌은 러시아 혁명의 과정에서 각종의 기회주의와의 투쟁을 훌륭하게 모범적으로 수행했다. 그는 러시아 혁명의 과정에서 기회주의와의 투쟁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다. 그런데 그의 기회주의에 대한 투쟁의 방법은 독특했다. 그는 기회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한쪽 극단”의 “다른 방향”에서 “사태를” 끌어당겼다.2) 따라서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레닌의 글에서 교훈을 배우려 할 때, 우리가 다른 “한쪽 극단”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앞의 지적은 어느 정도 진실을 반영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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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것처럼 레닌의 글들은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그것은[공산주의에서의 “좌익”소아병](이하 [좌익소아병])4)에도 물론 적용된다. 레닌은 이 책을 통하여 러시아혁명의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일반화하여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는 러시아혁명의 경험을 먼저 요약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각국의 ‘좌익 공산주의자’를 비판한다. 그는 러시아혁명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었던 여러 교훈이 러시아만의 의의가 아니라 국제적인 의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였다.5)

레닌이 파악한 당시 공산주의 운동의 발전의 특수성은 ‘모든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의 지도자들이 공산주의 인터내셔날의 기본 원칙들의 완전한 터득’, ‘세계 혁명운동이 강력한 고양’, ‘새로운 근로인민 대중들의 투쟁에로의 합류’, ‘노동계급의 정치적 각성과 단결의 급속한 성장’, ‘공산당들의 대중적인 출현과 공고화’ 등이었다. 이러한 시기의 공산주의 운동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정치 지도와 대중을 위해 싸우는 능력, 그들을 이념적으로 프롤레타리아 전위 쪽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부의 젊은 공산주의자들은 ‘지도자-당-계급-대중’을 혼동하였고,6) ‘혁명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합법 활동을 경시하였고, “반동성”을 이유로 노동조합을 비롯한 대중적 활동 공간에서의 활동을 거부하였으며,7) “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폐물이” 되었다는 잘못된 판단을 근거로 의회 및 선거참여를 거부하였다.8) 또한 그들의 가장 중요한 슬로건은 “어떠한 타협도 안된다!”와 “타협없이, 우회없이 전진하자”였다.9) 이것들은 그들의 정치적 경험부족과 이론적 능력부족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좌익소아병적’ 경향이 당시 유럽과 미국의 노동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에서 상당한 정도로 나타났다. [좌익소아병]은 아직은 약하지만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경향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했으며 우리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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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소아병]의 마지막 장은 “모든 자본주의 나라의 공산주의 발전에 관련된 일반적인 결론”에 관한 내용으로 이 책의 일종의 요약이다.11) 따라서 우리는 이 부분을 검토하면서 이 책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들의 일반화된 내용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의 부제는 “마르크스주의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쉽게 쓴 강의 시론”이었다.12) 따라서 우리는 이 부분을 통하여 맑스주의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레닌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다. 


3-1. 대중의 진출

레닌은 러시아의 1905년 혁명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905년 러시아 부르주아 혁명은 세계 역사상 아주 독특한 전환점을 이루었다. 곧 가장 후진적인 한 자본주의 나라에서 파업운동이 일찍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정도로 폭넓고도 강력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 완전히 독특한 일련의 역사적 조건들의 영향에 힘입어 후진 러시아는 억압당하는 대중들이 혁명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행동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켰을(이것은 중대한 혁명에서는 모두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프롤레타리아의 중요성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무한히 컸다는 점도 처음으로 세계에 보여주었다.13)


혁명기나 특수한 정세에서 대중들이 독자적 행동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이미 많이 보아온 사실과도 일치한다. 최근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이것은 확인된다.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 투쟁과 7․8․9노동자 대투쟁, 미선이․효순이 추모 촛불시위, 파병반대 시위, 탄핵정국 등등이 모두 그 예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왜 진출하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진출하게 하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길지만 레닌의 말을 들어보자.


영국을 예로 들어보자. 영국에서 진정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얼마나 빨리 불타오를지, 이제까지 잠자고 있던 아주 광범한 대중이 특히 어떠한 동기 때문에 각성해서 불타올라 투쟁에 나서게 될지는 현 상황으로서는 알지 못하며, 현 상황으로서는 그 누구도 미리 규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고인이 된 플레하노프가 맑스주의자요 혁명가였을 때 즐겨 말했듯이)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예비 작업을 수행해야만 한다. 의회의 위기가, 절망적으로 뒤얽히고 날이 갈수록 더욱 병적으로 복잡해지고 첨예해지고 있는 식민지 및 제국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되는 위기가, 또는 제 3의 그 무엇이 “얼음장을 깨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투쟁이 영국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인가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공산주의자라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확고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잠자고 있는 프롤레타리아 대중들이 운동에 나서도록 일깨우고 그들을 바로 혁명으로 이끌어낼 동인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국제적 측면에서나 국내적 측면에서나 오늘날보다 백배나 혁명적이지 못한 상황이었던 프랑스 부르주아 공화국에서, 반동적인 군부의 수많은 사기 음모 가운데 하나인 “예기치 못한” “사소한” 원인(드레퓌스 사건)이 인민을 내전 일보 직전까지 끌어내기에 충분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자!(강조-원문)14)


그는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전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위기의 영향 아래 오늘날 모든 나라 어디에나 떠다니고 있는 수많은 불꽃 가운데―어느 불꽃이 대중들을 각별히 일깨운다는 의미에서 불타오르게 될지는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 아무리 오래되고 케케묵었으며 겉보기에 절망적일지라도 모든 분야를 우리의 새로운 공산주의 원칙으로써 “개척”해야만 한다.15)


어떤 의미에서 이들 문제에 대한 레닌의 대답은 약간은 실망스러워 보인다. 왜냐하면 혁명의 승리를 요약하는 시점에서도 레닌은 어떠한 계기가 대중들을 폭발시키고 어떠한 요인이 그들을 각성시켜 투쟁에 나서게 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객관적 사실이고 바로 이 지점이 맑스주의와 그 발전 형태인 레닌주의의 핵심 사상이 기초하는 부분이며 이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역사발전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실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을 주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이후의 역사는 레닌이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계기로 대중들이 폭발하고 진출하는 것을, 또 바로 지금도 대중들은 폭발하고 진출하고 있음을 명확히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닌이 살아 활동하던 시절보다 현재 우리의 주위는 어느 때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가연재”로 더욱 더 가득 차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그의 가르침을 가슴에 더욱 깊게 담아두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발전의 동력은 계급투쟁이다. 계급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의 중요성과 대중적 진출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맑스주의의 기본적 상식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운동에서 누구보다도 ‘당’과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레닌이지만, 맑스주의자인 레닌이 대중적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주장을 한다.

 

역사 일반, 특히 혁명의 역사는 가장 훌륭한 정당들, 가장 선진적인 계급들의 가장 의식 있는 전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언제나 더 다양하고 더 다면적이고 더 약동적이고 “더 기묘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가장 훌륭한 전위는 수만 명의 의식, 의지, 열정, 상상력을 표현하는 반면, 혁명을 수행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능력이 특히 고조되고 긴장된 시기에 아주 첨예한 계급투쟁으로 자극 받은 수천만 명의 의식, 의지, 열정, 상상력이기 때문이다.16)


3-2. 노동자계급운동의 두 단계

레닌은 노동자계급운동을 그 목표에 따라 두 단계로 나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는 노동계급의 전위를 올바른 노선(당조직)으로 결집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그것을 바탕으로 대중을 당주위로 모으고 이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요한―물론 전부는 결코 아니지만 중요한―일, 곧 노동계급의 전위를 끌어들여 의회주의에 맞서 소비에트 정부쪽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맞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쪽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일은 이미 이루어졌다. 이제는 모든 노력과 모든 주의를 다음 단계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 단계는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 그렇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제를 실천적으로 성취하는 데는 사실상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단계란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의 이행이나 접근 형태들을 모색하는 것이다.17)


그는 당시에 국제적으로 전개되어지던 노동자계급운동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각국에서 벌어지는 부르주아지에 대한 노동자계급운동의 투쟁의 발전 양상이 러시아보다 빠르다고 평가하며, 이념적으로도 자기 나라의 “멘셰비즘”을 극복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제 2 인터내셔날에 대한 제 3 인터내셔날의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직도 승리는 너무나 멀다. 전위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지만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프롤레타리아 전위는 이념적으로 획득되었다. 이것은 중요하다. 이것 없이는 승리를 향한 첫 걸음조차 내디딜 수 없다.18)


그리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의식있는 국제 노동운동의 전위, 곧 공산주의 당, 집단, 경향의 당면 과제는 광범한 대중들(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경우 잠자고 있고 냉담하고 구태의연하고 침체되어 있고 각성되지 않은)을 자신들의 이 새로운 위치로 이끌 수 있게 되는 것, 더 정확히는 말해서 자신의 당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치로 접근하고 나아가는 이런 대중들까지 지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강조-원문)19)


그가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 즉 ‘노동계급의 전위’를 소비에트로 또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끌어들이는 것은 노동자계급정당으로 노동자계급의 전위들이 결집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그것은 그렇게 건설된 노동자계급정당이 올바른 노선을 채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닌은 이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이것은 중요하다. 이것 없이는 승리를 향한 첫 걸음조차 내디딜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 노동자계급운동의 첫 번째 단계다. 첫 번째 단계의 과제가 이루어져야 노동자계급운동은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다음 단계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의 이행이나 접근 형태를 모색하는 것”이다. 레닌은 이 두 번째 단계가 혁명의 실천적인 성취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지 이전 단계에서는 그것이 덜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고 “어떤 관점에서만” “실제로 그렇다”고 한 것이다. 오히려 그는 이 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프롤레타리아 전위가 이념적으로 획득되었”지만 “아직도 승리는 너무나 멀다”고 하고 “전위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의식있는 국제 노동운동의 전위, 곧 공산주의 당, 집단, 경향의 당면 과제”를 “자신의 당뿐만 아니라, 새로운 위치로 접근하고 나아가는 이런 대중들까지 지도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첫 번째 과제가 해결되고 새로운 정세가 형성되어 과제가 변화한 것이며, 이러한 변화한 상황에서는 새롭게 제기되는 “당면 과제”가 가장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전 단계에서는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던 것이 이제는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전위의 이념적 획득이 “승리를 향한 첫 걸음”임에 분명하지만 전위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고 “전체 계급, 곧 광범한 대중들이 전위를 직접적으로 지지하거나, 적어도 전위에게 우호적인 중립을 취하고 적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 입장에 서기도 전에, 전위만으로 결전을 치르는 것은 멍청할 뿐만 아니라 죄악을 저지르는 일이”라는 레닌의 주장을 이해한다면 레닌이 두 번째 과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20)


3-3. 두 단계와 상이한 과제

이렇듯 목표에 따라 나누어지는 단계는 당연히 상이한 과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레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전위를 공산주의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문제가 되는 동안에는(아직 문제가 되는 한), 선전이 최우선과제이다. 여기에서는 온갖 파벌성의 약점을 갖고 있는 써클조차 쓸모 있으며 또한 좋은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대중들의 실천 활동이 문제일 때―이를테면―수백 만 군대의 배치가 문제일 때, 일정한 사회에서 최후의 결전을 위한 모든 계급 세력들의 배치가 문제일 때, 숙달된 선전만으로는, “순수한” 공산주의의 진리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여기에서는 아직 대중들을 지도하지 못하는 소그룹 소속의 선전자에 해당하는 수천 명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 여기에서는 수백, 수천만 명을 고려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혁명적 계급의 전위에게 확신시키고 있는가를, 뿐만 아니라 모든 계급들, 곧 어떤 예외도 없이 일정 사회의 모든 계급들의 역사적 활동력이 마치 결전이 이미 무르익은 것처럼 배치되어 있는가를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강조-원문)21)


이른바 “전위를 공산주의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문제가 되는” 첫 번째 단계에는 “선전이 최우선 과제”라고 하며, 이때에는 심지어 “파벌성”(parochial-편협한)의 약점이 있는 써클조차 쓸모가 있고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기회주의와의 투쟁과 그것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전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수행하는 것에 있어서는 써클조차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레닌이 러시아에서 이러한 수공업적인 써클을 당으로 결집시키기 위해 또 유명무실해진 당을 당기관지의 복간, 정치신문의 창간, 또 당대회의 재조직을 통해 진정한 당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것은 아주 잘 알려진 사실이다.22) 그리고 그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강조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레닌의 주장은 써클을 옹호하는 것이거나 분열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상․이론적인 혼란은 당연히 조직을 분열시켜 파벌화하고 당조직을 써클화 하며, 이는 전위를 뿔뿔이 흩어지게 한다. 따라서 “전위를 공산주의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투쟁, 즉 ‘전위를 이념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투쟁은 사상․이론투쟁(“선전”)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때에 따라서는 써클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 분열된 조직의 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통일로 귀결되고 또 귀결되어야 한다.

전위들을 이념적으로 획득하는 문제에 있어서 선전은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실천활동이 문제가 되는 경우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숙달된 선전만으로는 [순수한] 공산주의의 진리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레닌의 주장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위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전체 계급, 곧 광범한 대중들이 전위를 직접적으로 지지하거나, 적어도 전위에게 우호적인 중립을 취하고 적을 전혀 지지하지 않는 입장에 서기도 전에, 전위만으로 결전을 치르는 것은 멍청할 뿐만 아니라 죄악을 저지르는 일이다. 사실상 전체 계급, 곧 자본에 억압당하는 광범한 근로인민 대중들이 그러한 입장에 서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전과 선동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것을 위해서는 대중들 자신의 정치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것은 모든 대혁명의 기본 법칙으로서 지금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아주 강력하고 두드러지게 확인되고 있다. 무식하고 대개가 문맹인 러시아 대중들뿐만 아니라 교양 있고 잘 교육받은 독일 대중들에게도, 단호히 공산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2인터내셔널 기사들의 정부가 완전히 무능하고 완전히 우유부단하며, 완전히 쓸모없고 부르주아지에게 비굴하기 짝이 없고 완전히 굴종적이며,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서 극단적인 반동들(러시아의 코르닐로프, 독일의 카프 일당)의 독재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몸으로써 경험하는 것이다.23)


선전․선동만으로는 대중들에게 부족하다. 그들은 직접 경험함으로써 깨달을 것이고 그를 통해 전위를 지지하거나 우호적인 중립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때 전위들의 과제는 자명하다. 즉, 광범한 대중들을 자신들의 위치로 끌어들이고 그들을 지도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들은 현재 이른바 ‘개혁세력’을 경험하고 있고 이들로부터 급격하게 떨어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 특히 소부르주아 대중들은 노동자계급진영이 아닌 ‘수구세력’의 품으로 몰려가고 있다.24) 그러나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즉자적 반발에 의한 것으로 그것은 그들에게 또 다른 경험과 각성을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계급운동내의 기회주의자들의 준동을 올바로 타격해내지 못하는 전위들의 능력부족과 분열, 전위들의 대중과의 결합부족이다. 파국은 예상되고 준비와 능력은 부족하다. 이 경우 예상되는 결과는 노동자계급대중과 그 전위들에게 돌아오는 대재앙이다. 사상적․이론적․조직적 혁명화를 통해 이를 돌파하지 못하는 경우 이것은 불가피하다. 대재앙을 막는 것 혹은 막지 못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다.25)


3-4. 기회주의와의 투쟁의 중요성

레닌이 노동자계급운동에서 기회주의와의 투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대로다. 그는 특별히 노동자계급운동의 두 단계와 이것을 연관 지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 번째 역사적인 과제(의식 있는 프롤레타리아트 전위를 소비에트 권력과 노동계급 독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가 기회주의와 사회배외주의에 맞선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완전한 승리 없이 성취될 수 없었다면, 혁명에서 전위의 승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위치로까지 대중들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오늘날 당면하게 된 두 번째 과제, 곧 이 당면과제는 좌익 교조주의의 청산 없이는, 그 오류를 완전히 제거함이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26)


이글이 쓰인 낙관적인 당시와는 달리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 반동의 물결이 넘치고 있으며 대중들의 투쟁은 끊이지 않지만 노동자계급운동진영 내에서 기회주의가 크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회주의세력에 반대하는 진영 역시 이념적으로도 혼란스럽다. 레닌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주어진 과제는 첫 번째 단계의 문제이고 이것도 아주 낮은 단계이다. 만일 그가 옳다면 우리는 첫 걸음조차 내디딜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뛰어넘고 갈 수는 없다. 어렵지만 해결해야 하고 해결해야만 승리를 향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 “국가주의적․애국주의적․코퍼러티즘적, 즉 이른바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투쟁과 극복이 우리의 가장 큰 임무의 하나가 된다.27)

이들 기회주의에 대한 투쟁의 중요성에 덧붙여 레닌은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각국이 동일한 국제적인 과제들, 곧 노동운동 내의 기회주의와 좌익 교조주의에 대한 승리, 부르주아지의 타도, 소비에트 공화국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수립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식에서 어느 것이 민족적으로 특이하고 민족적으로 차이나는 것인가를 추적, 연구, 모색, 예측, 파악하는 것, 바로 이것이 모든 선진 나라들(물론 선진 나라들뿐만 아니라)이 겪고 있는 역사적 시기의 기본 과제이다.28)


물론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 “구체적인 특성들”을 고려하고 “공산주의 기본원칙” “하나하나를 올바로 변형시키고 민족 내지 민족적 국가적 차이에 맞게 올바로 조정해서 적용하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는 자명한 진리이다.


3-5. 노동자계급의 배신자와 형편없는 혁명가

레닌은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가장 철저한 헌신성을 모든 필수적인 실천적 타협, 방향전환, 협조, 지그재그, 양보 따위로 나아갈 능력과 결합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미숙한 혁명가들은 부르주아지가 합법적 투쟁수단의 분야에서 노동자들을 너무 자주 속이고 우롱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합법적인 투쟁수단은 기회주의적이고 비합법적 투쟁수단은 혁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컨대 1914~1918년의 제국주의 전쟁 시기와 같은 조건에서, 곧 가장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들의 부르주아지가 전쟁의 약탈적 성격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유례없이 후안무치하고 잔인무도하게 노동자들을 속이고 있을 때, 비합법적 투쟁 수단을 채택 할 수 없었거나 채택(할 수 없다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라)을 바라지 않았던 당과 지도자들이야말로 기회주의자요, 노동계급의 배신자인 것이다. 하지만 비합법적 투쟁형태를 모든 합법적인 투쟁형태와 결합시킬 수 없는 혁명가들은 참으로 형편없는 혁명가이다.(강조-원문)29)


현재 한국의 노동자계급운동 내에는 “노동계급의 벗”으로 위장한 “노동계급의 배신자”들이 많이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반동의 시기’에 배신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배신자”가 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형편없는 혁명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은가?


3-6. 결전의 시기

레닌은 혁명적 시기의 징후에 대해 언급한다.


결전이 무르익었다는 것은 첫째, 우리에게 적대적인 모든 계급 세력이 충분히 혼란에 빠지고, 충분히 서로 치고받고 있으며, 자신들의 힘에 부치는 투쟁으로 스스로 약해졌을 때, 둘째, 동요하고 흔들리고 불안정하며 어중간한 모든 분자들, 곧 부르주아지와는 다른 쁘띠부르주아지와 쁘띠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인민 앞에서 충분히 폭로되고, 자신들의 실질적 파탄으로써 충분히 창피를 당했을 때, 셋째, 부르주아지에 맞서 아주 단호하며 헌신적으로 대담한 혁명적 행동을 지지하는 대중적 분위기가 프롤레타리아트 사이에서 나타나 강력해지기 시작했을 때를 말한다.30)


또한 다음과 같이도 말한다.


모든 혁명들과 특히 20세기에 일어난 러시아의 세 혁명 모두에서 확인된 혁명의 기본법칙이란 다음과 같다. 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대중들이 예전의 방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인식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착취자들이 예전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도 없고 지배할 수도 없는 것이 필요하다. “하층계급들”이 옛 것을 원하지 않고, “상층계급들”이 더 이상 예전의 방식대로 할 수 없을 때, 바로 그때에야 비로소 혁명은 승리할 수 있다. 이 진리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피착취자와 착취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국적인 위기가 없이 혁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첫째, 노동자 대다수(혹은 의식이 있고 생각이 깊으며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노동자 대다수만이라도)가 혁명이 필요하다고 완전히 깨닫고 혁명을 위해서 죽을 각오를 하는 것이다. 둘째, 지배계급들이 통치의 위기를 겪어야 하는 것인데, 이 통치의 위기는 가장 후진적인 대중들까지도 정치에 끌어들이고(모든 진정한 혁명의 징후란, 정치투쟁을 전개할 능력은 있지만 지금까지는 잠잠하였던 억압받는 근로대중의 지도자들이 그 규모에 있어서 십 배, 아니 백배까지도 급속하고 증가되는 것이다), 정부를 약화시킴으로써 혁명가들이 그 정부를 빨리 타도할 수 있도록 해준다(강조-원문).31)


암울한 반동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혁명적 시기는 공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주변은 이미 수많은 “가연재”들로 가득 차있다. 언제 또 어떤 계기가 그것을 촉발시킬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역사속의 수많은 사례들은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임을 우리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32)


3-7. [다함께].

[다함께]의 최일붕씨와 김하영씨는 공동명의로 발표한「좌파 혁신과 연대에 제기될 몇 가지 문제」33)에서 [좌익소아병]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에 어떤 지지도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계급의식의 불균등한 발전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소치이다. 또한 원칙과 전술을 구별하지 않는 태도이기도 하다. 극소수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이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라는 점이 자명하다. 하지만 훨씬 더 광범한 대중, 수백만은 아닐지라도 수십만 선진 노동자들에게도 이 점이 자명하지는 않다. 사회주의자들은 적어도 수십만 노동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의 실체가 사회민주주의임이 입증될 때까지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서 활동하는 것이 현명하다. 입증의 때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나의 정치적 세대가 얼마나 길지는 정치적 경험에 달려 있다. 1997-98년 경제공황은 노동조합 관료의 실체를 대중적으로 입증했다. 세계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의 불안정과 세계 규모로 전개되는 계급투쟁의 양상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역동적일 것임을 뜻하므로 대중적 입증의 때가 그다지 오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좌파가 옛 소련 블록 사회를 모종의 사회주의로 여기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 이데올로기의 혼돈이 있고, 이 때문에 운동의 진전이 더디다.34)


그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또한 그들의 주장은 [좌익소아병]에 분명하게 근거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레닌의 주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레닌과 트로츠키를 인용하여 좌익적인 문구로 자신을 치장한다. 하지만 실천에 있어서 그들은 전략적으로 우편향에 빠져있고 또 전술적으로도 자주 우편향에 빠지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오류에 빠지는 것은 처음에 말한 것처럼 레닌에게 도움을 얻고자 할 때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는 점을 간과하고 그것을 적용하는데 있어 주의를 게을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35)



4


레닌의 글을 읽을 때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좌익소아병]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좌익소아병]은 그 부제―“맑스주의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쉽게 쓴 강의 시론”―가 말해주듯이 ‘교과서’ 혹은 ‘참고서’로서 의미가 충분하며 오랜 기간 동안 실제로도 그렇게 이용되었다. 이글을 읽은 분 중 혹시 [좌익소아병]을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일독․재독을 권하며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동지들에게 지면을 통해 다음의 말로 인사를 드린다.


혁명이 이미 폭발하여 불타올랐을 때, 누구나가 순전히 자기도취에 빠져서, 유행으로, 때로는 심지어 출세할 욕심으로 혁명에 가담할 때, 혁명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승리한 이후에 프롤레타리아트는 그런 사이비 혁명가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 아주 집요한 노력을,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한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 아직 직접적이고, 공개적이며, 진정으로 대중적이고, 진정으로 혁명적인 투쟁 조건이 없을 때, 혁명가가 될 줄 아는 것, 흔히는 아주 반동적인 비혁명적 기구에서, 비혁명적 상황에서 혁명적 행동 방식의 필요성을 재빨리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들 사이에서 혁명의 이익을 옹호할 줄 아는 것(선전, 선동적으로, 조직적으로), 이것이야말로 훨씬 더 어렵고 더 값진 일이다.([좌익소아병], pp. 108-9.) 《노사과연》


1) 레닌․김탁(역), 「R.S.D.L.P 2차 대회」, [레닌저작집 2-1], 전진, 1988, pp. 426-7.


2) 레닌은 이것을 “막대 구부리기”라고 표현했다. 다음을 참조하라. (토니 클리프, [당 건설을 향하여], pp. 101-4.)


3) 레닌은 1907년에 쓴 글에서도 이에 대해 다시 언급한다. “현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기본적인 잘못은 팜플렛을 우리 당 발전의 명확한, 그리고 지금으로선 오래 지난 시기의 구체적인 상황과 연관시켜서 취급하지 않는 점이다. 이러한 잘못은 예를 들어 (수많은 멘셰비키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팜플렛이 나온 수년 후에 직업적 혁명가들의 조직이라는 문제에 관한 잘못되고 과장된 사상에 관하여 썼던 파르부스에 의해 두드러지게 보여진다. … 불행하게도, 우리 당을 판단하는 사람들 중의 다수는 국외자들인데, 그들은 문제를 알지 못하며 오늘날 직업적 혁명가들의 조직이라는 사상이 이미 완전한 승리를 기록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만약 이러한 사상이 그때 전면에 제기되지 않았더라면, 만약 우리가 그 사상이 실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 사상을 납득시키기 위하여 [과장]하지 않았더라면 그러한 승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1901년과 1902년의 [이스크라]의 전술 및[이스크라]의 조직적 방침에 대한 요약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닌 [요약]이었다. … 그러나 지배적인 경제주의 경향에 대한 [이스크라]의 투쟁을 알지 않고서, 그 투쟁을 이해하지 않고서 그 요약을 판단해 버리는 것은 순전히 게으른 잡담일 것이다. [이스크라]는 직업적 혁명가들의 조직을 위해 투쟁했다. [이스크라]는 1901년과 1902년에 특별한 원기로 투쟁했고, 그 당시에 지배적 경향이었던 경제주의를 물리쳤으며, 그리고 마침내 1903년에 이러한 조직을 만들었다. [이스크라]는 뒤이어진 이스크라주의 대열에서의 분열과 폭풍과 강압의 시기의 모든 격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조직을 보존했다; [이스크라]는 러시아 혁명 내내 그 조직을 보존했다; [이스크라]는 1901~02년부터 1907년까지 그 조직을 온전하게 보존했다.(강조-원문)”(레닌․레닌출판위원회 역, 「논문 모음집 [12년]에 대한 서문」, [레닌 저작집 4-3]전진, pp. 72-3) 길게 인용한 것은 “직업적 혁명가들의 조직”이라는 사상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기 위해서이다.

4) 이 책은 레닌이 1920년 7월에 있을 코민테른 제2차 대회에 맞추어 그해 4월에 본문을 쓰고, 5월 12일에 보충하여 대회에 참가한 모든 대의원에게 배포된 소책자이다. 그는 이 책이 대회가 개막될 때 발간되어 배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접 식자와 인쇄에 이르기까지 관여했다. 이 책의 여러 명제와 결론들은 대회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서 대회에서 결정된 여러 결의안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이글은 아마도 당시에는 그 비판의 초점이 되었던 ‘좌익소아병’을 앓고 있었던 사람들을-예를 들어 판뇌쿠크- 당연히 분노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 책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판뇌쿠크의 후예를 자처하는 ‘평의회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판뇌쿠크를 되살려오기 위해 분투중이다. 그런데 그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 책에 당시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인데, 레닌은 지도자들과 대중들을 대립시키는 당시의 좌익소아병자들(지금의 ‘평의회 공산주의자들’)을 “지도자를 타도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옛 지도자들”을 대신하고자 하는 “지독한 잠꼬대와 허황된 말을 지껄여대는 새 지도자”라고 비웃는다. 이 비웃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판뇌쿠크가 탁월한 공산주의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레닌은 자신의 글(「유럽 노동운동에서의 의견차이(1910.12)」)에서 그를 높게 칭찬했다.


5) “지금 우리는 꽤 상당한 국제적 경험을 갖게 되었는데, 이 경험은 우리 혁명의 몇몇 기본적 특성들이 지역적이거나 특히 민족적인, 또는 러시아만의 의의가 아니라 국제적인 의의를 갖고 있음을 아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레닌․김남섭 역, [좌익소아병], 돌베개, p. 13.)

   그는 또한 다음을 덧붙인다. “여기서 나는 넓은 의미에서 국제적 의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곧 우리 혁명의 기본적 특성 몇몇이 아니라 모든 기본적 특성이, 나아가 혁명의 숱한 이차적 특성들까지도 모든 나라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국제적으로 의의가 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가장 좁은 의미에서, 곧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태가 국제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뜻하거나, 국제적인 규모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인 불가피성을 뜻한다는 의미에서 국제적 의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혁명의 몇몇 기본적 특성들이 그러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레닌, 같은 책, p. 13.) 레닌은 “모든 기본적 특성” 그리고 “숱한 이차적 특성들까지도”가 아니라 “몇몇 기본적 특성들”임을 강조한다.


6) 레닌, 「5. 독일의 “좌익” 공산주의. 지도자들-당-계급-대중」, 앞의 책, pp. 37-45)


7) 레닌, 「6. 혁명가들은 반동적인 노동조합들에서 활동해야 할 것인가?」, 앞의 책, pp. 46-57.


8) 레닌, 「7. 부르주아 의회에 참여할 것인가?」, 앞의 책, pp. 58-70.


9) 레닌, 「8. 어떤 타협도 안된다?」, 앞의 책, pp. 71-84. 레닌은 여기서 타협의 중요성과 불가피성,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이전에도 타협에 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역사의 지그재그 길에 대한 맑스주의의 태도는 본질적으로 그것의 타협에 대한 태도와 똑같다. 역사에서의 모든 지그재그식 전환은 타협,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완전히 무시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 못한 새로운 것 사이의 타협이다. 맑스주의는 타협을 전혀 거부하지 않는다. 맑스주의는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살아서 움직이는 역사적 세력으로서의 맑스주의가 타협에 대항하여 정력적으로 투쟁하는 것을 결코 막지는 못한다. 이런 외관상의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맑스주의의 기초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레닌, 「보이코트에 반대하여(1907.6)」,[레닌저작집4-3], 전진출판사, pp. 24-5.) 여기서 곧바른 길과 지그재그식의 길이란 다음과 같다. “낡은 체제의 직접적인 전복 또는 가장 나빠도 그것의 약화와 침식, 인민들에 의한 새로운 정부기관의 직접적인 수립-이 모든 것은 의심할 바 없이 가장 직접적인 길, 인민들에 관한 한 가장 유리한 길이지만, 최대의 힘을 필요로 하는 길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힘의 우위가 있다면 직접적인 정면공격에 의해 승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결여되면, 우회로, 시간벌기, 지그재그, 후퇴 등등에 호소해아 할지도 모른다. 물론, 군주제적 헌법의 길은 어떤 식으로도 혁명을 배제하지 않으며, 그것의 요소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 길에 의해서도 역시 준비되고 발전되지만, 이 길은 보다 길고 보다 지그재그식의 길이다.(강조-원문)”(레닌, 같은 글, pp. 23-4.)

10)레닌은 이들 “좌익 교조주의”의 오류가 “우익 교조주의(사회배외주의와 카우츠키주의)”의 오류보다 “천 배나 덜 위험하고 덜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아주 어린, 겨우 싹트고 있는 경향이기 때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좌익 교조주의”는 “우익 교조주의”와 “방향이 다를 뿐인 똑같은 오류”이고 “우익 기회주의”를 “보충하는 형태”, “노동운동의 기회주의적 범죄에 대한 일종의 형벌”이라고 “우익 기회주의”와 마찬가지로 혹독하게 비판한다.


11) 레닌은 바로 앞장에서 영국의 좌익 공산주의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 영국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의견차이인 노동당과의 통합문제에 대해, 노동당의 극단적인 특수성 때문에 자신은 이 문제를 다룰 수 없다고 하면서 “늘 그렇듯이 여기에서도 과제는 역시 공산주의의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원칙들을 계급들과 정당들 사이의 관계의 특수성에, 곧 공산주의로의 객관적인 발전의 특수성에 적용시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임은 의심할 바 없다. 그러한 특수성은 각 개별 국가에 고유한 것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연구하고 모색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바로 “그렇지만 이것은 영국 공산주의에만 관련시킬 것이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나라의 공산주의 발전에 관련된 일반적인 결론들과 결부시켜 논의해야 할 것이다.”(레닌,[좌익소아병], pp. 99-100.)고 덧붙인다.


12) 포노말료프, [소련공산당사 3], 거름, p. 137.


13) 레닌, [좌익소아병], p. 101.


14) 레닌, 앞의 책, p. 109.


15) 레닌, 앞의 책, pp. 111-2.


16) 레닌, 앞의 책, p. 107. 레닌은 계속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로부터 매우 중요한 실천적인 결론 두 가지가 나온다. 첫째, 혁명적인 계급이 자신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소한 예외도 없이 모든 사회적 행위의 형태나 측면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이전에 완성하지 못했던 일을 정치권력을 장악한 이후에, 때로는 커다란 모험과 엄청난 위험을 무릅쓴 채 완성시키면서). 둘째, 혁명적인 계급은 한 형태를 다른 형태로 아주 신속하고 지체 없이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p. 107)

   참고로 다음의 글을 참조하라. 김해인, 「전위와 대중―계급 의식의 불균등 발전에 대하여」,[정세와 노동]제7호(2005.11), pp. 64-76.


17) 레닌, 앞의 책, pp. 103-4.


18) 레닌, 앞의 책, p. 104.


19) 레닌, 앞의 책, pp. 104-5.


20) 레닌, 같은 책, p. 104. 물론[좌익소아병]을 쓴 것 자체가 가장 큰 증거다.


21) 레닌, 앞의 책, p. 105.


22)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조하라. 신양식, 「무엇을 배울 것인가?-레닌의 [이스크라] 발간 노력으로부터 배운다」, [정세와 노동]제8호(2005.12), pp. 110-120.


23) 레닌 앞의 책, p. 104.


24) 물론 이것은 이른바 여론조사에 근거한 결과에 불과하며 때때로 각종 선거로 확인된다. “보통선거권은 노동자계급의 성숙도를 재는 측정기이다. 그것은 오늘날의 국가에서 그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으며, 또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보통 선거권이라는 온도계가 노동자들의 비등점을 가리키는 날에, 노동자들도 자본가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엥겔스, 「가족, 사적 소유 및 국가의 기원」,[맑스․엥겔스 저작선집]제6권,p. 191.)


25) 레닌은 러시아 혁명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볼셰비키가 혁명적 철의 규율을 세우고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프롤레타리아 당이 규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조건의 하나는 대중이 경험을 통해 전위의 전략․전술의 올바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레닌은 이점을 강조한다.

   “프롤레타리아트에 있어서 절대적인 중앙집중화와 가장 엄격한 규율이라는 것이 부르주아지에 대한 승리의 한 본질적 조건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 먼저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겨난다. 곧 혁명적인 프롤레타리아트 당 규율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그 규율은 어떻게 검증되는가? 그것은 어떻게 강화되는가? 첫째, 그것은 프롤레타리아 전위의 의식성에 의해서, 그리고 혁명에 대한 그들의 헌신, 곧 전위의 끈기와 자기희생 및 영웅적 행동에 의해서이다. 둘째, 일차적으로는 가장 광범한 프롤레타리아 근로인민 대중들과, 뿐만 아니라 비프롤레타리아 근로인민 대중들과도 연결을 갖고 가장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며, 그리고 당신들이 원한다면 어느 정도는 융합할 수 있는 전위의 능력에 의해서이다. 셋째, 이 전위가 발휘하는 정치 지도력의 올바름에 의해서, 곧 전위의 정치 전략 및 전술의 올바름에 의해서인 바, 이것은 가장 광범한 대중들이 자신들의 경험으로써 그 전략 및 전술의 올바름을 인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이러한 조건들 없이는 부르주아지를 타도하여 사회 전체를 변혁시키고 말 선진계급의 당이 진정으로 될 수 있는 혁명적 당의 규율이란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조건들 없이는 규율을 세우려는 시도들은 불가피하게 수포로 돌아가고, 말장난과 광대짓으로 끝나버린다. 다른 한편, 이러한 조건들은 단번에 생겨날 수 없다. 그것들은 꾸준한 노력과 고난 속에서 얻어진 경험에 의해서만 창출된다. 이들 조건의 창출은 올바른 혁명이론에 의해 촉진되며, 역으로 이 혁명이론은 도그마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으로 대중적인, 진정으로 혁명적인 운동의 실천과 밀접히 연관될 때에만 완전히 나타나게 된다.(강조-원문)”(레닌, 앞의 책, pp. 18-9)


26) 레닌, 앞의 책, p. 105.


27)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좌익 기회주의”는 “우익 기회주의”와 “방향이 다를 뿐인 똑같은 오류”이고 “우익 기회주의”를 “보충하는 형태”, “노동운동의 기회주의적 범죄에 대한 일종의 형벌”이다. “우익 기회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이들 범죄를 막지 못하고 있는 현재 우리 역시 ‘벌’을 받고 있다. 그것은 “자율주의”와 “평의회 공산주의”인데 이것들은 우리의 뒤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우익 기회주의”와의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투쟁 역시 당연히 중요하다.


28) 레닌, 앞의 책, p. 103.


29) 레닌, 앞의 책, p. 108.


30) 레닌, 앞의 책, p. 105-6.


31) 레닌, 앞의 책, pp. 94-5.


32) 변절한 김근태씨조차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사회적 분열은 결코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념적 갈등 때문이 아닙니다. 분열의 본질은 악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입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그랬고 LA폭동에서 그랬듯이 양극화가 심화되면 더 많은 시민들이 칼과 낫을 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33) 최일붕․김하영, 「좌파 혁신과 연대에 제기될 몇 가지 문제」, [진보평론]22호, pp. 91-133.


34) 최일붕․김하영, 앞의 글, pp. 110-111.


35) 최일붕․김하영씨의 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비판은 「우리는 지금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야 하는가?―최일붕․김하영 비판」(전성식, [현장에서 미래를]제105호)를 참조하라. 그 중 영국공산주의자와 관련된 부분은  「영국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레닌의 조언」(신양식,[정세와 노동]제11호, pp. 79-93.)를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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