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치소에서

더운 날씨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밖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더위를 참습니다. 36도~37도의 이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도급에 미친듯이 일하고 있을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참습니다. 그래도 독거방에서 선풍기 하나 없이 견디는 것은 또 다른 고문입니다.

보내주신 책 어렵게 어렵게 보고 있습니다. 누가 보내신 지 몰라 그냥 받은 주소대로 편지를 씁니다. 책 값이라도 하고 싶어 시도 한편 보냅니다.

대부분의 구속노동자들이 일용직 건설노동자(89명입니다)이고,  "노사과연"과 "구속노동자 후원회, 양심수 후원회" 등 몇 곳에서 서신과 책을 보내옵니다만, 정작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매년 이렇게 집중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속시원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건설 일용직 노동조합 현장 간부들은 답답할 뿐입니다. 그런데 왜 투쟁은 또 그렇게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비정규직 개악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3년이 흘렀습니다. 그 3년동안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인 일당쟁이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옵니다.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의 고용구조는 최악으로 "특수 고용직, 계약직, 임시직, 소사장, 도급제, 일당제." 그야말로 비정규직 고용형태의 백화점이라 할 정도입니다. 특히 "돋내기"는 동료들의 노동을 감시하고 자기 자신의 노동을 강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자본가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고용구조입니다. 일거리가 없으면 자동해고 되니까 고용에 따른 연속적인 고용의 부담도 없습니다. 이런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일당쟁이 노동자들이, 지역을 거점으로, 직종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여수, 2003년 광양과 포항, 2004년 플랜트 3개지역 공동투쟁, 2004년 대구철근 노동자투쟁, 2005년 울산지역 건설노동자 투쟁, 2006년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 파업투쟁, 포항지역 건설노동자 투쟁, 덤프노동자 투쟁. 이런 투쟁이 위력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전투력까지 회복하면서 매년 일어납니다. 노동운동의 진영내에서도, 그리고 자본가들도 일용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부분입니다. 최근 노사관계 로드맵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에서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갔지만 걸쩍지근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투쟁에서 건설노동자가 백주 대낮에 맞아 죽는 일까지 생겼는데도 신문에 사진으로 찍혀 나온 조준호 위원장의 얼굴이 밝지는 못합니다. 2005년 건설 노동자들의 탄압과 함께 2006년 대구에서 보여준 경찰과 검찰의 탄압과 대응은 울산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잡아 넣고 죄목을 갖다붙이는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일까지 그리고 포항에서 탄압은 더 말할 것이 없겠지요.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이런 관계, 비정규직 운동 속에서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집중적인 탄압에 대해 속 시원하게 분석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갇혀 있는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책 보고 편지 쓰는 것 밖에 없습니다. 詩 2편을 보냅니다1).

[정세와 노동] 책의 성격상 시를 실을 수는 없겠지만 책값이라도 한다는 마음에 보냅니다. 현재 구속되어 있는 건설노동자가 89명입니다. 끝나지 않은 투쟁 포항이 아직 남아 있고, 경기도와 서울지역에 공안탄압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이 구속될 지도 모릅니다.

왜! 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탄압받고 있는지 왜 비정규직 투쟁의 전국적인 전선이 쳐지지 않는지, 왜 총연맹은 노사정에 들어갔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다음 호에 그런 정세 분석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졸작인, 시를 삽입한다면, 필명: 조선남으로 해 주십시오.

동지들 더운 여름날 건강하십시오.

  

2006년 8월 13일

 

대구 구치소에서

조기현



독자편지

조기현2)* | 대구경북 건설노조위원장






살인 명령

  

조선남 | 노동자 시인



방패에 찍혀, 뒤통수를 내려치는 소화기에 맞아

두개골이 깨어지고

진압봉과 군화발에 밟혀

갈비뼈가 부러졌다

전국에서 불러들인 수백, 수천의 전투경찰들은

집회를 하고 있는 일당쟁이 건설노동자들을 포위했다

벌건 백주 대낮에 노동자를 때려 죽였다

 

일당쟁이 건설노동자들이 원청회사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포스코 자본의 70%가 넘는 외국인 주주를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라!

명령을 내렸다

 

비정규직 개안안 통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위해

비정규직 중에서 비정규직 건설노동자

비정규직 투쟁의 뇌관이 되는

노가다들의 투쟁은 반드시 막아라

 

지역을 거점으로, 직종을 중심으로

여수에서, 광양에서, 울산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포항에서

벌떼처럼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투쟁

일당쟁이 노가다들의 투쟁은 반드시 막아라

명령을 내렸다

 

백주대낮에 경찰들은 노동자를 때려 죽였다.

망치  소리는 창살에 갇혔다.



 조선남 | 노동자 시인 




사흘 밤, 사흘 낮 비가 내렸다.

어둠 속을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물줄기가 갈라지고 바람이 부서진다

 

돈 벌러 떠난 젊은 아버지를 기다리던

젖먹이의 피울음 소리가 들린다

성치 않은 몸으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눈물에는 탄식과 한숨이 젖어 있다

 

어둠이 와도 구치소의 밤은 잠들지 못한다

  

일당쟁이 노동자들의 손발을 묶었다

수십명에게 재갈을 물렸다

 

2중 3중 착취의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라

현대판 노비문서 시공참여자 폐지하라

인신매매 불법용역, 불법파견 근절하라

 

망치 소리는 창살에 갇혔다.


1) 편집자 주 : 편지에 있던 시는 본 책의 권두시로 실었습니다.


* 편집자 주 : 조기현님은 대구 경북 건설노조 동지로서 6월 15일 적들에게 끌려가셨습니다. 건설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알리는 장문의 편지입니다. 최근 정세와 노동에 현장관련 글들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장문의 편지입니다만 타자로 옮겨봅니다. 오기와 원문이 불명확한 부분에 한에서 약간 손을 본 곳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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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 하청 , 건설노조 , 하중근 , 조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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