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천태종 삼광사 노동자들의 투쟁

우리도 노동자다 ― 천태종단의 처사와 보살님들에게 고함

지난해 8월, 신도 35만 명을 자랑하는 대한불교천태종단 산하 최대의 사찰인 삼광사(부산시 초읍동 소재)에서 부산지역일반노조로 조합원가입을 해 온 노동자들이 있다. 운전, 경비, 관리실, 사무직, 방앗간, 전기실, 보일러실, 판매원, 식당 등에서 일하는 이들을 사찰에서는 ‘처사/보살’님으로 부르고 있다. 가입당시의 인원은 30여명이었지만, 노골적인 사찰 측의 탄압과 회유에 의해 많은 조합원들이 탈퇴를 하고 현재는 7명의 조합원만 남아서 어려운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교단체내부에서의 노동기본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착취의 성역이었다. 근로기준법조차 무시되었으며, 종단자체의 율법에 의한 철저한 지배와 종속의 관계, 봉건시대의 사찰노비 정도의 인식수준이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리라.

우선 이들의 노동조건을 살펴보면, 휴일휴가가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4대보험(산재/건강/고용/국민연금)조차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불안한 생활을 지속해 와야만 했다. 쥐꼬리만한 임금도 보시금이라는 명목으로 주는 대로 고분고분 받아야만 했으며,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해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주지스님이 바뀔 때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한바탕 대규모 인사이동을 치러야 했으며, 대부분 10년~2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들인 이들은 이러한 무원칙한 인사관행으로 인해 안 거쳐본 업무가 없을 정도이다. 스님배짱에 안 맞으면 그만두라는 말 한마디가 해고통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찰에서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다. 속세에서 부는 노동자들에 대한 칼바람이, 비리로 얼룩지고 도덕성을 상실한 못 돼먹은 스님들에 의해 차용되면서, 사찰 내에서도 기업경영방식이 본격화 된 것이다. 종단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장기근속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방침이 확정되고 일부 해고조치가 진행되었다. 못된 짓을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데 종단의 속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장기근속자들의 눈이 따가웠던 것이었다. 그리고 경비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고자 일을 추진해 갔으며 사찰직원들의 임금을 연봉제로 전환시켜 나갔다.

언제나 당하고만 살아왔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위기 앞에서 더 이상 엎드려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름대로 종단내부에서 문제를 풀어보고자 간부스님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정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종단의 실세인 총무원장마저도 이들에 대하여 “해고하라”는 명령만 있었다 한다. 그래서 찾았던 곳이 부산지역일반노조였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후 부산일반노조에서는 천태종단에 현안문제해소와 더불어 단체협약을 맺고자 2005년9월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교섭상견례를 요청하였지만, 종단에서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였으며, 길일(吉日)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해태로 일관하였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종단에서는 조합원에 대하여 노조탈퇴 협박과 노조무력화 공작을 노골화 하였다. 조합원에게 술을 먹여 노조사무실까지 끌고 와 강제 탈퇴서를 작성케 했으며, 심지어는 노조탈퇴협박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여성조합원은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신도회에서는 신도들을 상대로 노조반대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였다. 1만 명이 참가한 공식적인 법회과정에서 스님들은 신도들에게 노조탄압을 공공연히 선동했다. 조합에서 내건 현수막은 밤새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기를 반복했다. 갈기갈기 찢겨져 탈취당한 현수막은 50여개에 이른다. 사찰내부에서의 노조집회에서는 종단에 고용된 용역깡패와 동원된 신도들과 몸싸움까지 치러야 했다.

경찰과 노동부 사법부의 비호 속에서 무지막지하게 퍼부어대는 노동탄압에 대응해 노동조합에서는 사찰내부에서의 집회투쟁과 도심지에서의 대시민 선전투쟁을 본격화 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고소고발투쟁을, 그리고 총무원장스님과 주지스님을 비롯한 종단의 권력자들의 비행과 비도덕성을 폭로해 나갔다. 온갖 정치행사에 들러리서며 정작 사찰내부에서는 온갖 인권탄압과 부당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종교인의 이중인격을 폭로 규탄하였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투쟁은 많은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종교단체 종사자들의 노동자성여부와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에 대한 관심은 높아갔다.

노동조합의 본격투쟁과 언론보도로 인한 사회적 관심으로 인해 천태종단에서는 사태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종단내부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총무원장을 비롯해서 3부 요직을  물갈이 했고 삼광사주지도 인사이동했다.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도 변호사에게 교섭권을 위임하여 응해오기도 했다. 뭔가 노동조합에 대한 종단의 입장변화가 보였고, 이러한 변화를 노동조합에서는 환영하였다. 그러나 종단의 변화는 형식적이었다. 여전히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내를 굳이 감추려들지 않았다. 교섭권을 위임받아 나온 종단 측 교섭대표는 아무것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중재자의 위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몇 번의 교섭자리를 가졌지만 더 이상 의미 없는 자리라 판단하여 노조에서는 교섭을 중단하였다.

종단의 탄압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취업규칙을 제정한답시고 정년을 대폭 낮춰 핵심조합원을 잘라 냈다. 극렬신도들을 ‘우리 절 지키기’라는 구사대로 재조직하여 조합원들의 인권을 짓밟아댔다. 노조를 없애기 위한 법회를 열었다. 사찰정문(일주문)에 감시병력(구사대)을 배치하고, 사찰 내 요소요소에 추가병력을 배치하여 조합원들이 눈에 띄기만 하면 50~200여 명씩 둘러싸고 집단린치를 가했다. 온갖 욕설과 집단구타가 일상적이었고, 조합원들의 얼굴에 고춧가루가 섞인 소금을 뿌려대며 ‘노조귀신 물러가라!’를 외쳐댔다. 이성을 잃은 70세 전후의 종교적 신념(?)으로 정신무장한 구사대는 배후에서 조종하는 종단스님들의 훌륭한 전투부대였다. 답답한 것은 조합원들이었다. 조합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자리에서도 할머니구사대들은 자기들끼리 넘어지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조합원들을 고발하기도 하였다. 조합원들이 대기 중인 건물에 은밀히 잠입하여 출입문과 창문을 박살내었지만 들켰다. 기물파손을 조작하여 불법쟁의로 몰아 공권력투입을 요청할 요량이었다. 자해공갈단 못잖은 신도들의 행동. 이를 사주하며 노조와 신도 간의 갈등구조로 왜곡해 가는 천태종단. 역시 스님들의 노조다루는 법은 고수였다.

06년 9월5일, 노동조합에서는 대한불교천태종단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날 오후에는 천태종단(삼광사)에서 신도 1천여 명을 조직하여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종단에서는 노조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한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06년 10월15일(일), 부산에서 버스3대에 탑승한 일반노조와 지역의 조합원들은 악질적인 탄압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천태종단의 총본산인 충북단양군에 있는 구인사에 규탄집회를 갔다. 사전에 일주문 앞에 집회신고까지 낸 상태였고, 또 일주문까지는 노선버스가 다니는 도로였지만 조합원들은 800미터 아래인 주차장에서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었다. 이날 조합원들의 집회정보를 입수한 구인사에서는 공권력을 요청하였고, 경찰병력은 한참 아래인 주차장 쪽에서 노선버스가 다니는 도로를 전면 봉쇄한 채 집회대오를 통제했던 것이다. 집회장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진입로에서 무장한 공권력과 조합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조합원들의 집회장소이동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공권력은 갑자기 날선 방패를 휘두르며 조합원들의 몸뚱이와 머리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조합원 대오는 아수라장이 되고 많은 사람이 부상당하고 머리가 찢기며 피를 흘렸다.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에서 많은 단풍관광객과 전국방방곡곡에서 온 불자들이 보는 앞에서 조합원들은 스님들이 동원한 공권력에 의해 백주대낮에 단풍잎보다도 더 붉은 피를 구인사주차장에 뿌려야만 했다.

천태종단 삼광사의 조합원가입과 투쟁을 계기로 많은 종교단체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종교시설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그동안 신앙심을 볼모로 인권침해와 노동력을 착취해 왔었지만, 이제부터는 조심스럽게 이러한 부분을 들춰내기 시작하고 있다. 나름대로 종교단체 내부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온라인공간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며, 그동안 숨죽이며 일해 왔던 노동자들도 권리의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종교단체 내부에 계급투쟁의 불을 싸질러버린 천태종단삼광사의 조합원 7명은 분명 의미 있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승리 할 때까지 투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결의는 비장하다. 이들의 투쟁이 승리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계급적 연대가 필요하다. <노사과연>





부산 천태종 삼광사 노동자들의 투쟁

우리도 노동자다 ― 천태종단의 처사와 보살님들에게 고함



박문석 | 부산일반노조교육부장, 자본론 부산 세미나 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