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징계철회투쟁

올해 초 고려대당국은 교육투쟁을 이끈 7명에게 '출교'조치를 내렸다. ‘출교’란 중징계 중 하나인 ‘제적’과는 달리 학교에 다녔었던 기록도 인정되지 않고 재입학도 인정되지 않는, 그야말로 학생사회에서의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인 징계조치이다. 1970년 이래 그 어떠한 투쟁에도 이러한 탄압을 가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윤대 총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대 당국은 이번 계기를 통해 자신들의 폭력적인 행정에 걸림돌이 되는 학생자치와 학생운동을 뿌리 뽑으려 하고 있다.


고려대당국의 학생자치 말살을 위한 방해공작

고려대 학생들은 올 해 지속적으로 강력한 교육투쟁을 이끌어왔다. 2월에 학교당국은 학생회 자치활동인 새터(새내기 OT)를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새내기들의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았고 노골적으로 ‘학생회는 우리와 관련 없다.’는 말을 해댔다. 이에 새터를 준비하던 수백 명이 입학처를 점거하고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 결과 연락처를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요구대로 모든 새내기들에게 새터를 홍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로 합의하게 되었다. 새터를 못 가게 하려고 했던 학교 측의 행동은 사실상 학생자치활동을 전면적으로 탄압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이후에도 등록금문제와 교육환경, 교육내용에 관련한 투쟁은 계속되었다. 이와 함께 3월 총학생회 재선거를 진행하면서 ‘보건대학생 투표권’이라는 쟁점이 터져 나왔다. 고려대 병설보건대는 얼마 전 고려대에 통합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당국이 보건대 학생들을 완전하게 기만했었다. 등록금을 책정할 당시 ‘통합되었으니 등록금을 똑같이 6%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학교였다. 하지만 총학생회 선거기간이 되자 “전문대생인 2·3년과 고대생인 1학년은 같이 취급할 수 없다”, “보건대는 폐교된 것이다.”고 말하면서 투표권을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학생들은 학생처에 가서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고대가족이다. 언제든지 찾아와서 얘기해라”고 하던 학생처장은 “너는 내 관리대상이 아니다. 나가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 보건대 학생과 안암 학생 100여명은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을 요구하며 진정서를 주려고 했지만 처장단은 진정서 한 장 조차 받지 않고 17시간이나 버팅기면서 학생들을 끝끝내 무시했다.


정당한 투쟁에 대한 보복성 징계

학교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학생들이 심지어 물도 제공하지 않고 감금하였다고 왜곡하였다. 대다수 보수언론들과 학교당국의 선전에 의해 이 투쟁을 전개한 학생들은 패륜아들로 변해버렸다. 이에 힘입어 학교는 투쟁을 이끌었던 19명에게 징계할 것임을 알렸다. 그 중에 7명에 대해서 아예 다시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출교'조치가 취해졌다. 완전하게 학교에서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보건대 투쟁뿐만 아니라 ‘입학처 점거 투쟁’과 2005년에 진행된 ‘이건희 명예박사학위수여 반대 시위’에 대해서까지 징계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번 탄압이 단순한 징계가 아니라 학교당국에 저항해 온 학생운동 자체를 뿌리 뽑으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처장들은 학생들을 징계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감금'당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억류투쟁을 시작할 당시에는 있지도 않던 처장들이 자발적으로 억류 공간으로 들어왔다. '복도에서 요구안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하던 학생처장은 언론사 사람들이 도착하자마자 '장소가 뭐가 중요하니. 얘기하자'고 말을 바꿨다. 투쟁이 끝나자마자 학교는 홈페이지에 물 한 모금 제공하지 않고 감금했다고 공지하였다. 사실 학생들은 식사까지 제공하였으나 자신들이 먹지 않았다. 심지어 기획예산처장은 그 음식을 먹으려 한 다른 처장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이러한 정황을 돌아봤을 때 학교당국은 이번 계기를 통해 징계를 내릴 명분과 여론을 얻으려고 미리 준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실관계를 아는 학생들은 '처장들이 징계를 내리기 위해 본관억류를 유도했다'며 학교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우파의 준동과 기회주의자들의 ‘명확한’ 행동

4월 5일 본관시위가 끝나고 학교당국의 거짓선전이 시작되자마자, 우파 학생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개시되었다. “비권”이라 자칭하는 공대학생회장은 공대생 300명을 조직하여 검은 옷을 입고 본관 앞에 몰려가서는 ‘선생님 죄송합니다.’라는 식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우파학생들은 투쟁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로 고려대자유게시판을 도배해버리기까지 했다. 예전부터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띠고 있던 자유게시판의 고정멤버들은 자신들끼리 ‘자게사랑’이라는 커뮤니티까지 만들면서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파들이 조직적으로 준동할수록 좌파들은 단결하여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데 내부의 기회주의자들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투쟁을 기권해버렸다. 아니, 오히려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동지들을 비난하고 학교당국의 논리를 인정해버렸다. 전국학생행진(구 전국학생연대회의)경향의 선본은 4월5일 투쟁이 끝나자마자 ‘투쟁을 진행한 학생들은 비상식적’이라는 말로 공격함으로써 학교 측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물론 투쟁 전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첨예하게 대립이 되고 진보적 운동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명확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배계급의 언어로 쓰인 진보적 학생운동 세력에 대한 비판자보는 그야말로 같이 투쟁하는 동지들에 대한 확인사살이며 배신적 행위의 절정이었다.

NL경향의 활동가들은 ‘출교철회를 위한 삼보일배’에 동참하면서 ‘학생들은 사과하고 학교와 대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자신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는 듯이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중립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가? 자본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보건대투쟁에 ‘사과’라는 윤리적인 문제로 사상전향서를 들이대면서 투쟁전선을 회피하는 NL경향의 활동가들이야말로 투쟁한다는 명목으로 동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사학자본 편에 서버린 배신자들이다.


계속되는 투쟁들

고려대 선배들이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의한 것을 기념한 ‘4월 18일 대장정’이 있은 다음날인 4월 19일 학교당국은 끔찍한 징계방침을 발표했다. 징계방침이 발표되고 1시간 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5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집결해 투쟁에 지지를 보냈다. ‘징계자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본관 앞에 천막을 짓고 투쟁의 명확한 의지를 알렸고, 이후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매일 다른 내용의 유인물로 아침선전전을 진행하면서 학교당국의 위선을 알려나갔다. 정기적으로 집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고려대 개교기념일ㆍ연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ㆍ숙명여대 개교기념일 등 어윤대 총장이 가는 곳마다 출교철회를 위한 집회를 진행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학교와 관련한 이슈가 하나씩 터지고 학교당국의 천막탄압 움직임이 포착될 때 마다 매번 항의행동을 계획하고 투쟁을 진행했다. 배신행위를 했었던 기회주의자들도 미약하나마 연대를 하였기에 항의행동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1학기가 지나고 천막 실내온도 40도를 넘는 뜨거운 여름을 보낸 뒤 출교철회투쟁은 법정투쟁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몇 주 전 학교당국이 법정에 보낸,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답변서에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못한 이유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학교당국의 애처로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증거물품들은 모두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는 날조된 것뿐이고, 어느 학생이 언제 이런 발언을 했다는 십 수장에 걸친 장황한 상황설명서는 어떠한 판타지ㆍ무협소설에도 뒤지지 않는 사실 왜곡의 상상력이 난무할 뿐이다. 사실상 논리적으로는 출교학생들이 완전 우세하기에 법정투쟁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부르주아 계급지배의 도구인 법원에서 진보적 운동이 어떤 식으로 탄압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1학기에 워낙 많은 이슈들로 선전전을 진행한 뒤라 사실상 지금은 법정투쟁 말고는 ‘천막 지키기’를 위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학교당국과 관련한 이슈가 터지고, 고연전 등 총장이 나타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징계자위원회’를 필두로 한 학생들이 항의행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고 있다. 특히 고연전날 잠실운동장에서 어윤대 총장이 나와서 발언을 할 때 고려대-연세대 학생들은 ‘징계자위원회’에서 미리 나눠준 노란색 종이로 비행기를 만들어 끊이지 않고 운동장을 향해 비행기를 날려 출교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학교당국은 이 행동에 굉장히 당황해했다.

지금은 고려대 총장선거가 진행 중이라 이에 맞춘 행동들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나 자본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의 선두주자 어윤대도 재임을 위한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라 진보적학생진영에서는 이에 맞서서 대학당국의 비민주적 모습과 학교발전이데올로기의 허구성, 자본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을 폭로할 생각이다. 어윤대 개인에 대한 반대를 넘어서 어윤대로 대표되는 ‘자본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을 타격해나가면서 투쟁을 전개할 생각이다.

한 학교만의 문제로 보이지만, 고대출교문제는 이미 ‘자본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학교자본과 이에 맞서는 좌파학생들 투쟁의 최고 선두에 위치해 있다. 이 투쟁의 승패는 학생운동 지형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드시 승리해서 출교방침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투쟁!!


<<이렇게 징계철회투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징계자위원회’는 다음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겨울철이라 천막에 있기 굉장히 힘든 상황입니다. 10월부터 전기장판이 없으면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지만 학생들이라 부족한 것이 워낙 많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사정이 되신다면 연대의 의미로 약간의 돈이나 물품들을 보내주시면 굉장히 고맙겠습니다. ‘하나은행 391-910213-16107 김준효’로 보내주세요. 언제나 연대의 정을 보내주시는 동지들, 감사합니다. 기필코 투쟁에서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과연>



고려대 징계철회투쟁



주하∣노동해방학생연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