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풍물시장 노점상 빈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임채희|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원회 교육부장


1. 동대문운동장 조명탑 고공투쟁의 정당성


남한 자본주의는 극단적인 사회양극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의 빈곤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구조화되고 있다. 1천만 비정규직의 시대, 1천만 빈민의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 전국 길거리 노점상들이 삼백만을 헤아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빈곤 상태는 극단적 절망을 넘어 자본에 대한 도전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동대문풍물시장 3인의 조명탑 고공농성 투쟁은 바로 이런 자본의 무자비한 공격에 맞선 노점상 빈민들의 절망적인 절규인 것이다. 이미 동대문풍물시장 노점상들 대다수가 상권도 없는 노점상 수용소인 숭인여중 터로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풍물시장 출입구에 1백여 명의 동지들만 남아 천막을 치고 이명박이 약속한 “바로 이 곳에 3000평 풍물거리 조성”를 요구하며 장사투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2. 서울시의 숭인여중 터로 풍물시장 이전 강요


2003년 12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동대문운동장을 ‘세계적 풍물시장으로 육성 발전’시키겠다고 청계천 노점상들에게 약속하여 청계천 노점상들은 이를 믿고 입주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와 관련하여 이명박은 2006년 6월 시장 퇴임 직전 운동장에 풍물거리로 3000평 보장하겠다고 속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 금싸래기 땅을 가난한 노점상 빈민들에게 더는 양보할 수 없었다. 현 시장 오세훈은 동대문풍물시장을 헐고 그 자리에 현대적인 디자인 공원을 만들겠다며 여론을 선동하였다. 그리하여 2007년 8월 서울시는 동대문풍물시장 1천여 회원들의 동의나 공청회, 토론회 한번 없이 반대여론도 무시한 채 동대문풍물시장 자치위원장인 한기석과 기만적인 이전 야합을 단행하여 이전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런 서울시의 강제 이전에 반대하는 풍물시장 노점상들이 투쟁에 나서자 서울시는 불만이 비등한 노점상들을 협박 공갈하여 시장이전에 앞장서게 할 목적으로 자치위원회 5인 대표들을 또다시 매수하여 동남아 기생관광과 속초 온천관광까지 시켜주며 풍물시장 이전을 강행하는 기만적인 작태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3. 전노련과 운동장 자치위원회 5인 대표들의 관료적 행태와 기만성


이미 관료화된 전노련은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이권사업(차양막 사업)에 개입하여 “동대문운동장 5.18 약탈 폭력 사건”을 일으켜 말 안 듣는 회원은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장사터를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전체 노점상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여파는 각 지역 연합에까지 미쳐 지역장들조차도 말 안 듣는 회원이 있으면 회원 제명과 함께 노점자리를 없애버리는 무자비한 폭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동대문운동장 5.18 사건” 이후 대다수 동대문운동장 회원들은 전노련과 운동장 자치위원회의 일상적인 폭력과 협박 공갈에 시달리며 이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자치위원장 한기석이 서울시와 단독으로 이전을 합의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고, 동대문운동장 5인 대표들의 수많은 비리들을 알고 있는 서울시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전노련은 이런 한기석을 두둔하면서 조직 보위 차원에서 형식적인 집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말로는 이전 합의 백지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이전 바로 직전에 숭인여중에서 집회를 열어 숭인여중 서울풍물시장 개장식까지 열어주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리고 이미 회원들 사이에서 숭인여중 폐교 터로의 이전이 확정된 다음에도 전노련은 작년 12월에 이전 찬반 투표를 해서 80%이상 찬성하면 이전 동의 하겠다고 해놓고 계속 미루어오다가 서울시가 발표한 시장을 이전하는 날인 지난 2008년 4월 7일 조직 보위 차원에서 갑자기 이전 찬반 투표를 진행하여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5인 대표들과 타협하였는데 (그 이유는 5인 대표들이 전노련을 떠나지 않겠다는 밀약) 투표함 공개를 해놓고도 투표 당일 그 자리에서 투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다가 수일이 지나서 88%가 찬성했다며 이전을 정당화 하며 사후 추인하여 회원들을 속이고 기만하였던 것이다.



4. 동대문풍물시장을 버리고 떠난 전노련과 자치위원회


동대문풍물시장 투쟁은 자본과 노점상 빈민들 간의 계급투쟁이고 관료화된 전노련의 권위에 맞선 노점상 빈민들의 전투이다. 이미 동대문운동장 조명탑 고공농성을 통해 전노련의 패권주의는 무너지고 말았다. 또한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노점관료배들은 노점상 빈민들의 계급적 적이 되었다. 이렇게 운동장 1천여 노점상 빈민들의 이해관계를 배신한 전노련은 4월 13일 새벽 동대문풍물시장을 버리고 완전히 떠나버렸다. 이제 1백여 명의 전사들만 남아 동대문풍물시장을 사수하고 있다. 이미 19일간의 동대문운동장 조명탑 고공농성을 통해 권위를 획득한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원회는 전노련이 떠난 자리에 천막을 치고 장사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5. 동대문풍물시장 해방구와 3일 천하


이미 4월 12일 저녁에 전노련과 동대문풍물시장 자치위원회는 회원들에 대한 기만과 협박 공갈을 통해 아무런 상권도 없고 교통편도 없는 신설동 숭인여중 터로 900여 명의 회원 모두를 강제로 몰아갔던 것이다. 결국 2007년 8월 동대문풍물시장 자치위원회 한기석 등 5인 대표들이 서울시와 야합한 ‘이전 합의 원천 무효’와 ‘현 자리 사수’를 외치며 투쟁해온 3개 지역 1백여 명만 남아 동대문풍물시장 운동장 안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하였고 현장 전술로써 장사 투쟁을 개시하였던 것이다. 그와 함께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의 정문과 북문 사이에 전노련과 자치위원회가 버리고 간 무수한 좌판들을 치워내고 커다란 통로를 만들어 장사 자리를 배치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서울시의 강제 진압에 맞서, 동대문운동장 주차장 폐쇄에 맞서 풍물시장 사수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직접 나서 무료 주차장을 개시하고 차량을 직접 통제하는 데까지 나갔던 것이다. 사수대책위 회원들은 동대문 풍물시장 운동장 전체를 통제하고 화장실 청소, 전기 문제, 수도 문제 그리고 공동식사문제를 총회에서 논의하고 토론하여 집행하였으며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장사 투쟁도 자유롭게 하여 많은 수입을 올리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서울시는 용역과 경비들을 시켜 동대문풍물시장 운동장 주차장 출입구 정문에 커다란 쇠줄을 치려고 했고 북문에 콘테이너 박스를 치려 시도하고 북문 셔타 문을 내리려고 하는 등 계속적으로 풍물시장 사수 대책위를 공격하고 도발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가 불법적인 행정대집행을 시도하기 전에, 동대문운동장 주차장을 폐쇄하기 위해 수십 명의 서울시 공무원들과 운동장 시설관리 직원들이 몰려와 정문 주차장 입구를 막고 차량을 통제하고 큰 쇳덩이를 설치하자 사수대책위 회원들은 몸싸움까지 하며 주차장 폐쇄를 막아 냈던 것이다.





6. 동대문풍물시장 노점상들에게 저지른 4월 16일 서울시의 불법적 행정대집행 폭력만행


서울시는 풍물시장 강제 이전에 반대하는 동대문풍물시장 노점상들을 운동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이미 4월 15일 오후부터 서울역 영등포 등의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용역들을 모집하고 밤 10시경에는 동대문 주변으로 용역깡패들을 집결시켰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3시 반경 야음을 틈타 경찰의 비호 하에 얼굴에 마스크를 쓴 1천명의 용역깡패들은 동대문풍물시장 운동장 스탠드로 진입하여 대기하고 있다가 수백 명의 경찰들에게 보호를 받으면서 새벽 4시경에 운동장으로 내려와 당시 서울시에 운동장 현 자리를 보장하라며 농성 중이던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 회원들에게 집단 폭력을 행사하며 운동장에서 내쫓았는데 대부분이 50-60대 노년층과 부녀자들이라 힘이 없어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고 용역깡패들에게 들려서 이미 철거된 야구장 터 등 운동장 밖으로 내버려지고 짓밟혀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특히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5-6명이 용역깡패들의 잔인한 폭력으로 중상을 입었는데 사수대책위 회원 조기준 씨는 60세가 넘은 고령자인데도 용역깡패가 휘두른 벽돌에 맞아 오른쪽 눈이 함몰되어 수술을 받았고 이영진 씨는 치아가 3개나 부러지고 선병숙  씨는 용역깡패들이 지게차를 이용해 동대문운동장 정문을 콘테이너 박스로 막으려하자 지게차 맨 꼭대기에 올라 막다가 용역깡패가 밀쳐 땅에 떨어져 목이 꺽이는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서울시의 이런 불법적 폭력만행은 행정대집행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사전 고지나 통보도 없이 행해진 것이어서 더욱 분노하며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에 노점상 빈민들을 몰아내고 세우려 하는 디자인 공원이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들어 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7. 서울시의 계속되는 폭력만행


우리는 서울시가 동대문풍물시장 자치위원회 한기석 등과 야합한 ‘풍물시장 이전 합의’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현 자리 보장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동대문운동장 터에 디자인 공원을 세우지 말고 처음 약속대로 민속풍물거리 공원으로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동대문풍물시장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동대문운동장 주변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서울시의 무지막지한 폭력이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4월 23-24일 양일간에 걸쳐 동대문운동장에서 쫓겨나 주차장 정문 입구에 쳐놓은 사수대책위 천막 농성장 2동을 용역깡패들이 기습 침탈했다. 이들은 서울시 용역깡패들과 중구청 가로정비계 용역들이었다. 서울시는 자본가들의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깡패집단으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다.



8.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 노점상들의 저항과 투쟁


우리는 서울시에 이명박이 약속한 동대문운동장 풍물거리 3,000평 이행을 요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민속풍물거리 공원을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동대문운동장 조명탑에 올라 19일간 고공 농성했다. 그리고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서울시청을 타격 투쟁했다. 중부서도 타격했다. 한나라당도 타격했다. 서울시에 맞서 수많은 집회투쟁도 해냈다. 노동자들의 집회에 참여하여 서울시를 폭로하고 질타했다. 서울시가 만든 수많은 노-노싸움도 해야 했다. 3개월이 넘는 이 기간 노점상들이 가진 것 없이 싸우기란 벅찬 것이었지만 모두들 인내하고 고통도 참으면서 서울시의 기만과 폭력에 맞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걸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대차게 투쟁했다. 우리의 요구는 소박한 것이다. 우리가 먹고 살아갈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9. 동대문풍물시장 투쟁의 전망과 우리의 대안


노점상 빈민운동은 단순히 생존권을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위해 빈민해방과 노동해방을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와 억압을 없애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만든 계급을 철폐하고 모든 인간이 진정으로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위해 궁극적으로 투쟁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울시와 이명박 정권에 맞서 우리의 생존권을 요구하였다. 격렬하게 저항하고 투쟁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점상끼리도 싸움을 해야 했다. 먼저 우리는 전노련의 관료주의와 맞서 싸워야 했다. 동대문운동장 자치위원회 5인 대표들과 그들을 따르는 지부장, 회원들과도 싸워야 했다. 우리가 동대문운동장 밖으로 내쫓겼을 때는 자기들 이권 밖에 모르는 서울노점상연합회 간부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서울시나 경찰의 통제 하에 있는 노점상들과도 싸워야 했다. 실로 정말 가난한, 같은 형제나 다름없는 노점상들과 이권을 두고 싸워야 했다. 물론 우리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당당히 싸웠다. 그러면서 우리 사수대책위는 그 싸움의 목표조차 잊어 가면서 지겹도록 싸웠다. 그러다 우리는 우리 사수대책위 내에서도 서로 간에 싸우게 되었다. 의견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치고 받고 욕도 하고 무력도 서슴없이 썼다. 같은 집행부 내에서 새로운 빈민조직 건설 과정에서 주도권을 서로 쥐기 위해 집행위원장이 술에 취해 대표를 욕하고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둘러 회원들을 처참하게 만들었다. 원래 노점상빈민들이 룸펜적 성격이 강해 온갖 폭력과 비리와 욕설이 난무하지만 소위 조직의 지도부라 하는 자들이 서로 패권다툼에 빠져 지금까지 쌓아온 조직의 성과를 송두리째 빼앗아 가려는 추태는 용납할 수 없었다. 회원 총회에서 이 지도부를 향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평의회식으로 조직을 운영하자는 의견들이 나와 회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평회원들을 무시하는 지도부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평회원들의 정치의식이 너무 절실하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무서운 억압과 착취 하에서 인간다운 삶이 완전히 망가진 존재들인 노점상 빈민들은 어쩌면 가장 절실히 인류해방을 원할 것이다. 계급사회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하층 프롤레타리아인 노점상빈민들은 더욱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동대문풍물시장 사수대책위 회원들은 이를 위한 투쟁에 서있다. 더욱더 노동자계급의 지도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동지들의 관심과 지지는 우리 사수대책위에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2008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