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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대연합’의 망령을 끊어내고 노동자의 대안을 준비하자!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결정했다. 노동자에 대한 배신의 길을 끝내 가겠다는 것인가?

‘진보연합’이라는 허울 아래 미래구상 같은 자유주의 세력뿐만 아니라 아예 기존 열우당 세력들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연합에 걸림돌이 될 노동자의 요구는 헌신짝처럼 내버려질 참이다. “비정규직 철폐!”와 “구조조정 분쇄!”, “비정규보호법 ․ 로드맵 철폐!” 같은 노동자의 투쟁요구들을 대신하여 ‘한미FTA 반대’와 ‘6.15 선언 지지’ 같은, 노동자투쟁에 구애받지 않는 기준으로 선거연합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한미FTA만 반대하면 천정배든 김근태든 다 같이 할 수 있다거나, 6.15선언을 지지하는 ‘한반도 평화 세력’이면 열우당이든 민주당이든 괜찮다는 주장까지 거리낌 없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열우당 제외’는 진보진영 대단결 하지 말자는 것”

그 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킨 장본인이자, 마침내 지난 연말에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도입한 주범인 열우당 세력들과 같이 하기 위해 우향우를 거듭하며 자본의 진영으로 한 발 한 발 옮겨가고 있는 것이 최근 민노당의 행보다.

지난 3월 31일 민노당은 중앙위를 열고 “진보진영의 단결과 단일 후보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방침을 표결에 붙여 통과시켰다. 이러한 배신적 결정을 위한 물꼬를 터주는 역할은 예의 <다함께>가 맡고 나섰다. 다함께는 “민주노동당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정치적 구심을 찾고 있는 개혁 염원 대중에게 정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진보진영 단일 후보 마련에 앞장선다”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진보의 기준은 △신자유주의 반대, △전쟁 반대와 한반도 평화, △한나라당, 열린우리당과 그 변종 등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여서는 안 된다”는 세부 조항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자 당내 주류세력의 입장을 대표하는 이영희 중앙위원은 “수정안에 동의하지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방법과 진보의 범위 규정에서 토론이 많이 필요하다”며 “세부 조항을 삭제하고 진보진영 단일후보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는 항목만 추가하자”며 수정동의안을 제출하여 통과시켰다.

공문구로 전락한 ‘신자유주의 반대’

다함께가 진보의 기준으로 제시한 “세부조항”을 삭제시킴으로써 열우당 세력들과 함께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요소를 제거하는 사전 정지작업까지 마친 셈이다. (이 최종 결정에 다함께가 반대했다거나 항의하여 탈당한다거나 하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 점은 이틀 후 이영희 스스로가 참세상과의 인터뷰 가운데서 “‘열우당 제외’는 진보진영 대단결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열우당과의 연합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힌 데서 확인된다.

“다함께가 내놓은 세부안 중 3번이 ‘한나라당과 열우당과 그 변종 등 주류 정치 세력의 일부여서는 안 됨’이었는데, 어찌 보면 진보진영 대단결 하자면서 하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를 발목 잡는 모순이다. (반(反)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 다함께가 복잡한 기준을 제시했는데 우리 스스로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도 민노당이 ‘한반도 평화/ 6.15 선언 지지’를 중심으로 한 <반한나라당 전선/ 비판적 지지론>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줄 차단장치가 되지 못하는 무용지물임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민노당 주류세력에게 ‘신자유주의 반대’는 <‘한반도 평화’ 세력의 결집/ 열우당과의 연합>에 장애가 될 경우 언제든지 벗어던져 버릴 수 있는 악세사리에 불과하다. 이미 남한 운동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란 것이 누가 내거느냐에 따라 내용이 제각각인 동상이몽적인 구호가 되어버린(다함께처럼 반세계화 의미로든, 민족주의 세력들처럼 반미의 대용어로든) 상황에서 때에 따라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공문구로 전락되는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다.

다함께는 ‘신자유주의 반대’를 포함한 세부조항 제시를 통해 자신들은 열우당과의 연합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남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함께가 이 배신적인 결정에 반대하지 않고 함께 가기로 한 것으로 볼 때 그 같은 알리바이를 믿어줄 노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다함께가 앞장서서 공론화시키고 안(案)으로까지 들고 나온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논리적 귀결은 열우당 세력들과의 연합일 수밖에 없다. 미래구상하고 함께 하는 진보연합이라면 왜 한미FTA 반대하는 열우당 의원들과도 ,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열우당 의원들과도 함께 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이영희 말대로, 진보진영 대단결 하자면서 논리적으로 안 맞는 “모순”인 것이다. 설사 다함께가 자기 논리의 귀결점이 무엇일지 모르고 돌격대로 나섰다고 하더라도 다함께는 민노당 배신의 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진보진영 연합 → 반FTA진영 결집 → 한반도평화세력 대동단결

여기서 우리는 ‘FTA 반대’와 ‘전쟁 반대/ 한반도 평화’가 배신의 고리가 되면서 계급투쟁 전선에 심대한 교란 효과를 미칠 위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FTA 반대‘는 현재 한미FTA 타결을 계기로 다른 모든 투쟁 요구들과 쟁점들을 휩쓸어버리고 있다. 이것의 효과는 반FTA 전선이 여타의 노동자투쟁들을 주변화 시키고, 노 ․ 자 간의 계급전선을 일순 모호하게 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자들도 FTA 반대투쟁에 참가하고 있지만, 민노당과 민주노총, 그리고 연맹, 산별노조, 대공장노조 지도부들 모두가 범국본을 따라 “국익 수호”와 “우리 산업 지키기”, “사대매국협정 반대” 등 몰계급적, 민족주의적 방향으로 노동자들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존 열우당 세력들(FTA에 반대하는 비상시국회의에만 벌써 40여 명의 열우당 의원들이 속해 있다)에 대한 노동자의 대적 전선이 흐트러지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일시적이나마 적과 동지의 구별을 헷갈리게 만드는 마비 효과를 노동대중들에게 주고 있는 것이 현재의 반FTA 전선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민노당은 슬그머니 열우당 세력과의 연합으로 가는 빗장을 열었다. 이제 반FTA진영이 자연스레 진보진영과 같은 것이 되었고, 따라서 진보진영 선거연합은 다름 아닌 열우당 세력들과의 선거연합임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민노당의 주류 자민통 세력이 열망하는 대로 진보진영 선거연합이 ‘한반도 평화/ 6.15선언 지지’를 기준으로 하는 ‘진보진영 대단결’, 즉 <‘비판적 지지’론/ 반한나라당 전선>으로까지 이어지는 데에도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당내 주류의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권영길 후보가 엊그제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 출마의 목표”라고 사실상의 출마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드는 대통령,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걸로 보아 민노당의 진보진영 선거연합의 기준이 어디까지 우향우 할지, 그 최종기착점이 결국 무엇일지 그림이 벌써 그려지는 상황이다.

07년 노동자투쟁이 ‘국회비준 저지’ 전선에 묻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민노당이 열우당 2중대가 되든 아예 스스로 자본의 당으로 변신을 하든 어차피 그러한 방향으로 갈 세력이라면 분노하고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선거연합을 통해 민노당이 열우당 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가든 선거연합이 최종적으로 결렬이 돼서 ‘도로 민노당’ 후보로 가든 후보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민노당 후보라고 하더라도 ‘한반도 평화 후보’를 내건 권영길이 보여주듯 당내 주류의 입장을 대표하여 노동자의 요구들을 뒤로 밀쳐버리고 계급투쟁적 공약 대신 계급협조적 민족주의 공약을 내건다면 ‘제2의 열우당’ 후보에 다름 아닐 것이며 열우당 세력 후보와 그 어떤 계급적 차별성도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후보 시절에 노무현도 반노동자적, 신자유주의적 공약을 내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07년 노동자투쟁이 올해 내내 이어질 FTA 반대전선 속에 해소되어 버리고 노동자 요구들이 국익 논리 속에 묻혀버릴 위험성이다. 특히 FTA 반대전선이 ‘국회비준 저지’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국회 일정에 따라 돌아가는 투쟁으로 접어들 경우 지난 비정규 개악안 저지투쟁과는 또 다르게 민노당 + 열우당 의원들로 구성되는 반FTA 국회블록의 주도에 모든 투쟁 일정이 종속될 것이라는 위험성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사회주의자들은 한미FTA 타결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민노당의 배신 행보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활동가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규탄을 적극 조직하고, ‘진보 대연합’의 망령을 확실하게 끊어낼 노동자의 대안을 준비하자!

양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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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 한미FTA , 다함께 , 한반도 평화 , 진보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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