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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공모공동정범’ - 쟁의와 집회, 시위에 탄압의 족쇄를 채우다

최근 노동계에서는 울산, 포항 및 대구지역 건설노동조합 등의 쟁의행위 과정에서, 전체 민중진영에서는 평택 대추리 미군부대확장반대시위, 한미FTA반대집회 과정에서 참가자와 경찰사이에 충돌이 빈번히 벌어지고, 참가자들에 대한 연행도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행된 조합원들 및 참가자들에 대해 검찰에서 선별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이들에 대해서 대부분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유죄판결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직접 쇠파이프 등을 이용하여 폭력행위를 한 참가자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집회에 단순히 참가하였을 뿐 특정결과의 발생(일부 참가자들의 폭력행위로 인해 경찰기동대원들이 다치는 일 등)에 대한 인식이나 폭력행위에 가담한 바가 전혀 없는 단순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도 폭력행위 등으로 인한 모든 결과에 대해서 그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현장에 없었던 지도부, 그리고 관련단체 간부나 실무자들도 묵시적으로 의사의 결합(공모)이 있었다고 하여 실제 행위를 한 참가자들과 함께 공동정범으로 처벌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대법원이 오래전부터 판례로 인정해 온 ‘공모공동정범’ 이론의 적용에 따른 것이다. 요즈음 법원은 공모공동정범론을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여 집회․시위 등에 참가한 사실만 인정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행위에 대한 공모를 인정하고 공동정범의 죄책을 묻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죄형법정주의 및 행위책임원칙에 반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노동자의 파업권 행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공모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의 공모자가 공동으로 범죄를 계획(모의)하고 공모자중 일부만이 공모한 바에 따라 범죄를 실행한 경우에 실행행위를 하지 아니한 나머지 공모자도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는 것이다. 즉 공모를 통해 실행하기로 한 범죄의 행위를 실제로 분담하지 않은 공모자도 단순히 그 범죄의 공모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범죄를 계획하고 준비만 한 경우에는 예비․음모 죄로 처벌된다.), 그 범죄의 정범으로 처벌된다는 것이다.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은 원래 범행현장에 나오지 않고 배후에서 조종한 범죄집단의 수괴를 처벌해야한다는 필요성에서 19세기 말(1896년) 일본의 대심원 판결에 의하여 인정되기 시작하여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이를 일관되게 인정하여 왔으며, 일제하에서 조선고등법원이 인정해 온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은 해방 후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승계되어 우리의 판례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고 있다.

판례가 오랜 기간에 걸쳐 공모공동정범을 일관되게, 그리고 폭넓게 인정하고 있으나 이러한 태도는 지금부터 살펴보는 바와 같이 매우 부당하다. 그 이유로 첫째,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2인 이상이 주관적으로 특정한 범죄의 실행행위를 공동으로 하려는 의사(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공동으로 특정한 범죄를 실행하는 행위(공동실행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객관적 요건인 공동실행의 사실은 전체계획의 범위 안에서 공동하여 결과를 실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분담하였는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며 단순히 공모에 참가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정범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공모공동정범이론은 실행행위를 공동으로 할 것을 요구하는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개념에 맞지 않는다.

둘째, 공모공동정범에서의 ‘공모’는 2인 이상이 조직적으로 구체적인 범죄를 실현할 의사의 합치를 하는 것이지 단순히 범죄의사를 표시하거나 범죄의사를 교환하는 것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집회 및 시위를 막는 경찰기동대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그들에게 상해를 입힐 것에 대해서 서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단순히 집회 참가자처럼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기동대원들과 충돌이 있는 것을 보거나 인식하고 집회현장에 계속 있었던 것만으로는 공모를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판례는 “공동정범의 주관적 요건인 공모는 공범자 상호간에 범죄의 공동실행에 관한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00. 4. 7. 선고 2000도576 판결 등 다수)라고 하여 공모의 개념을 단순히 공동실행의 의사 또는 단순한 인식(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기동대원들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처벌의 무한한 확장을 가져와 명백히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셋째, 일본 형법과 달리 우리 형사법은 조직범죄나 집단범죄에 있어 배후의 수괴를 정범이상으로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이 없는 일본과 달리 조직범죄의 실행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을 실제 행동한 하수인 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 즉, 우리 형법 제114조에는 범죄단체의 조직자체에 대하여 처벌규정이 있고 제87조 내란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8 등에서 일정한 목적으로 단체나 집단을 구성하거나 가입하는 자는 그 역할, 즉 수괴 또는 간부냐 아니면 모의에 참여한 자이냐 등에 따라 실제 실행행위를 한 자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넷째, 판례의 태도대로 공모관계만 성립되면 실행행위에 가담하지 아니하였어도 폭넓게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한다면 개인책임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단체책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모공동정범 이론이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보다도 쟁의행위나 집회․시위에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사건에 있어 지도부와 관련단체 간부들까지를 포함하여 단순 참가자들까지 쟁의 및 시위과정에서 발생한 사실 전체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하여 검사가 각 범죄사실에 대한 구체적 공소사실의 기재나 명백한 증거수집 없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공소를 제기하고, 법원은 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다는 이유로 ‘공모’를 인정하여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구체적 범행의 실행에 있어 이를 제지하였거나 또는 그 내용자체를 인식하지도 아니한 단순 참가자 및 제3자마저도, 일부 참가자들에 의해 발생한 중한 결과인 폭처법상의 집단․흉기 폭행, 상해, 감금, 손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로 인해 처벌의 무한정한 확장을 가져오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게 될 뿐 아니라 범죄행위에 대한 검찰의 입증의무를 법원이 지나치게 완화시켜 주고 있다.

따라서 하루 빨리 공모공동정범이론은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정기호 (금속노조 울산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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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위의 자유 , 공모공동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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