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정치적 중립 정권 입맛대로?

국가공무원법 제·개정 과정 살펴보니

공무원의 지위를 정치로부터 중립시켜 신분을 보장할 수 있는 직업 공무원제를 확립하였다. 과거 우리나라 인사행정은 집권당의 전리품으로 취급되어 왔으며 엽관, 정실주의에 흐른 인사제도는 행정 능률의 저하, 행정질서의 교란을 가져왔다. 관리 임명의 기준이 정당 이익을 위한 충성에 있었기 때문에 행정의 중립성은 파괴되어 행정 전반에 걸친 부패 무능을 조장했었다.
-1963년 4월 3일자 <경향신문> -
 
국가공무원법 제정을 알리는 당시 신문 보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공무원 신분 보장 차원에서 도입됐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당 충성도가 국가 행정을 관장하는 공무원 임명의 기준이 되는 현실 극복을 위해 이 같은 법 조항을 만들었다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교원과 공무원에게 요구하고 있는 무조건적 정치 중립 혹은 의무 차원의 정치적 중립과는 차이를 보인다.

정치적 중립 예외 조항 만들어 정치 동원
 
법 제정 2년 뒤인 65년 5월 10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당시 법무부는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비서 등 별정직 공무원도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고위 당직자를 잃을 위기에 처한 여당(공화당)은 서둘러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나서고, 같은 해 10월 4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별정직 공무원에 대해 정치활동 등의 집단 행위를 가능케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에서 처리된다.
 
<동아일보>는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 사설(65년 10월 5일자)을 통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그 공무원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되고 또 현실적으로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서 정치활동이 여당을 위한 것이 될 것임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면서 "본래의 직무수행에 가해 정치활동까지 하는 것이 의무 수행을 돕는 것이 된다는 견해에 우리는 도저히 찬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고위직과 하위직 공무원의 정치 중립 여부가 집권 세력의 필요성에 따라 결정됐음을 방증한다.
 

교원 정치활동 점진적으로 풀겠다더니
 
교원의 정치활동 금지 논리 역시 정권의 이동 과정에서 고착된 측면이 크다.
 
1980년 들어선 군사 정권은 정당법을 개정하며 공무원, 언론인 뿐 아니라 초?중등 교원까지 정당 발기인과 정당원에 가입할 수 없게 했다. 당시 개정안 제안 설명에는 "대학교수는 문제가 없지만 초중고교 교사의 경우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보장 받아야 하며 올바른 교육 측면에서도 교사의 정당 가입은 문제가 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1980년 정당법 개정안 제출 당시에는 이 내용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 11월 19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다르면 대한교련 회장 출신인 정범석 의원은 "교원이나 언론인이 정치 활동을 못하도록 묶을 때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설명을 요구했고, 법안을 발의한 임영득 의원은 "우선 대학 교수부터 규제를 푸는 점진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관련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2004년 3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교사의 정치활동 허용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고 신군부가 주도하는 정당에 상당수 교수들이 참여한 것을 보면 이는(정치활동이 가능한 부류에 교수를 포함시킨 것은) 교수를 동원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는 말로 꼬집었다.
 
올바른 교육적 측면에서 정권은 초중등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지만 같은 해 <동아일보>에는 교사가 수업결손까지 감수해가며 사전교육을 받고 반상회에 참여하는 등 정권 계몽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항의성 기고가 실리기도 했다.
 
결국 교원 및 공무원의 정치활동 논의는 정권의 필요성 차원에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소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교원 및 공무원의 정치활동 허용 논의를 당사자들의 정치적 기본권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교육시민단체들의 주장과 관련 법안 발의가 의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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