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현재 학교 또는 학년별로 일괄 시행하는 평가 방식에서 개별 교사가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교사와 교육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교사의 수업과 평가 방식 방안 4개년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1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기사송고실에서 진행한 올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람은 교육의 주체인 선생님이다. 올해는 교사 주도형 학교 혁신을 이루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곽노현 “학교혁신 핵심, 교사의 수업과 평가권 강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서울교육 혁신과 창의·인성교육의 주요한 경로를 교사의 수업과 평가 권한 확대로 본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교실은 학생들의 배우는 기쁨과 교사들의 가르치는 보람이 넘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을 깨울 사람은 선생님들”이라며 “그런데 지금까지 교사들의 책무성을 이야기하면서 교사의 자율 권한인 수업과 평가를 강화하는 문제에 다소 등한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노현 교육감은 “교사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확보하지 않고는 창의·인성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교사들의 수업과 평가의 자율권을 확대함으로써 교실 혁신과 수업 혁신의 기쁨과 보람을 안겨드리겠다”면서 “학교자율화 정책이 학교단위와 학교장들의 자율권이었다면 이번 자율화의 지향점은 교사 주도 수업 혁신에 있다. 수업과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구체적인 과제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과 평가 자율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사교육을 줄이는 첩경이다. 평가가 획일적이니 수업이 획일적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대규모 사교육이 창궐 할 수밖에 없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수업과 평가방식이 다를 때 사교육은 발 붙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곽노현 교육감은 “학급별·교사별 평가와 절대평가로 나아가는 것은 사교육을 줄이는 확실한 방안이다. 이 방법을 놔두고 사교육을 학교에 끌어들인 방과후 학교는 바람직한 형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교사의 수업과 평가 자율권한 확대를 위해 행정 업무 등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곽노현 교육감이 “공립학교 인사자문위원회와 사립학교 인사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등 학교민주화 방안을 내실화하고 행정 업무 경감 방안을 내 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일제고사와 교과부 훈령 걸림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12월 시도단위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지 않으면서 광역단위 일제고사를 사실상 폐지했지만 올해도 시행될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평가권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은 “교사 자율로 평가가 이뤄지만 일제고사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고 객관적인 학업성취를 파악하는 방법도 우리의 경우는 지나치다”면서도 “전국 단위와 관련해서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교과부 훈령도 고쳐야 한다. 초등학교는 현재도 교사별로 평가를 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 현재 교과부 훈령에 초교는 교과목을 점수로 평가하지 않고 단계별·서술형 평가를 하도록 돼 있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는 교과부 훈령에 상대평가를 명시하고 있어 훈령을 고쳐야 교사의 개별 자율 평가가 가능하다. 상급학교 진학에 따른 내신 성적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곽노현 “교육감협의회서 합의 도출 노력

곽노현 교육감은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를 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하고 교과부와도 논의할 것”이라며 “창의·인성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교과부와도 엇박자가 날 상황은 아니다. 큰 방향은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