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일제고사 한국에 수출한 미국도 거부운동 확산

워싱턴주 학생 500명은 시험 거부, 전국 학부모단체는 의회 청원

월스트리트저널의 지난 16일자 인터넷 기사.

일제고사를 우리나라에 수출한 미국 정부도 일제고사에 대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 미국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미친’(insane) 일제고사 거부운동에 본격 뛰어들고 있는 것.

일제고사, 미국은 10년 우리나라는 5년 전에 시작

이 같은 사실은 전교조가 올해 6월 26일 예정된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반대운동을 선언한 가운데 확인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 중하위국인 미국은 2002년부터 10년째 일제고사를 실시해왔으며, PISA 최상위국인 한국은 미국의 일제고사를 모방해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인 2008년부터 5년째 실시해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자 기사 ‘미국 일제고사 반발 확산’(원문번역 황현수 전교조 국제국장, 아래 전문 붙임)에서 “교실 현장에서 일제고사의 역할 증대가 미국 전역의 학교장, 교사,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다”면서 “이들은 일제고사가 교육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올해 5월초에 실시한 일제고사에 워싱턴주 학생 500여 명이 시험을 거부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전체의 1/3이 넘는 400개의 지역 교육위원회에서 일제고사 규모 축소를 담은 청원결의안을 주의회에 제출했다. 학부모단체인 학부모전국연합과 인권시민사회 단체들도 일제고사 축소를 의회에 청원했다.

이런 청원운동은 플로리다로 확산됐으며 이 지역 두 개의 교육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청원서에 서명했다. 브로워드 카운티의 학부모들은 교장들에게 일제고사 거부운동 동참을 공식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일제고사 거부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 “일제고사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교사와 학교가 교수-학습의 초점을 오로지 일제고사 시험에 맞추게 된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교사와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신문은 “일제고사 비판자들은 훨씬 더 다양한 창의적인 교수 학습이 일제고사로 인해 방해를 받게 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일제고사가 아이들 시험 기계로 만들고 있다”

또한 이 신문은 “일제고사가 아이들을 시험 기계로 만들고 있다. 비판적 사고능력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미친 일제고사다”라는 학부모들의 말을 소개했다. 미국 최대 교원노조 NEA 또한 일제고사에 대해서 매우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의회에 일제고사의 축소를 청원한 상태라는 소식도 전했다.

이 신문은 일제고사 찬성론자의 목소리도 일부 전했다.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학습 신장을 도모할 수 있고 교사들의 교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 한다”는 내용이다.

학생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통과된 2002년부터 일제고사를 치러온 미국은 PISA 2009에서 중하위 성취도를 나타냈다. 수학성적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31등이었고 과학도 평균 정도인 23위였다.

반면 한국은 수학과 과학에서 각각 4등과 6등을 차지했다. 역대 PISA에서 줄곧 최상위 성적을 내고 있는 핀란드는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원문을 번역한 것이다.

제목: 미국 일제고사 거부 확산(School-Test Backlash Grows)
출처: Wall Street Journal, 2012년 5월 16일
기자: Stephanie Banchero
번역: 황현수 전교조 국제국장(인천 인명여고 교사)

미국 일제고사 거부 확산
학부모, 교사, 지역 교육위원회 미국 일제고사 거센 반발,
“교육이 죽어가고(질식되고) 있다”

미국 교실 현장에서 일제고사의 역할 증대가 미국 전역의 학교장, 교사,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다. 이들은 일제고사가 교육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텍사스에서는 400개의 지역 교육위원회(텍사스주 전체 교육위원회의 1/3이 넘음)가 일제고사의 규모를 축소해달라는 청원 결의안을 주의회 의원들에게 제출한 상태이다. 워싱턴주의 에버렛(Everett)에서는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번 달 초에 실시한 일제고사에 항의하며 시험을 거부하였다. 학부모 단체인 학부모 전국 연합과 여러 인권 시민사회 단체들은 4월에 전국단위의 일제고사를 줄여줄 것을 의회에 청원한 상태이다.

최근, 이런 일제고사 거부 움직임은 플로리다주로 확산되었으며, 팜비치 카운티(Palm Beach County)를 포함한 두 개의 지역 교육위원회가 텍사스주에서 제기된 청원서와 유사한 청원서에 서명을 한 상태이다. 브로워드 카운티(Broward County)의 학부모들은 학교장들에게 이런 일제고사 거부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지난 화요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거부 움직임은 지난 10년 동안 실시되어온 일제고사에 학부모, 교사들의 반응이다. 일제고사 찬성론자들은 이런 시험이 학생들의 학습 신장을 도모할 수 있고, 교사들의 교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학교가 보다 더 창의적인 교수-학습을 희생시키면서, 너무 많은 시간과 자원을 오로지 일제고사 시험에 퍼붓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은 시험 결과가 너무 지나치게 학생들의 학습 발달, 교사 급여, 기준 미달 학교에 치우쳐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팜비치(Palm Beach)에서 두 명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Debbie Shaw씨는 “일제고사가 아이들을 시험 기계로 만들고 있어요.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능력은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플로리다 주의 “미친(insane)” 일제고사에 분개하고 있으며, 자신의 자녀를 내년에 사립학교로 보낼 작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일제고사는 2002년 학생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통과로 그 중요성이 증대되었으며, 이 연방법은 3학년부터 8학년까지,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한 차례에 걸쳐, 학생들의 수학과 읽기에 대해서 시험을 치르게 의무화한 법이다.

이 NCLB법은 어느 정도의 충분한 수의 학생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 학교는 폐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제고사는 하루 동안 치러지며, 객관식 선다형 시험이다. 최근 이 시험 결과는 교사들의 평가에 활용되어져 왔으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43억 달러가 소요되는 Race to the Top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정책은 교사 평가를 학생들의 학업 성적 결과와 연계시키고 있다. 적어도 26개의 주에서 이런 정책을 채택했으며, 학생들의 성적에 기초하여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교의 교사의 퇴출, 이런 학교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제고사에 대한 연구 결과는 시험의 가치는 그 결과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은 주들에서, 학생들이 그 다음해에 집중적인 학습 지도를 받지 못하면 성적이 더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연구 결과는 보여준다.

일제고사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교사와 학교가 교수-학습의 초점을 오로지 일제고사 시험에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와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유발한다. 일제고사 비판자들은 훨씬 더 다양하고 발전적이며 창의적인 교수 학습이 일제고사로 인해 방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팜비치 웰링턴 고등학교 Matthew Goldman(매튜 골드만) 학생은 자신이 8학년 때 대수학 과정을 들었으며, 9학년에는 기하학 수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9학년 수학 시험은 오로지 대수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자신이 신청한 기하학 시간에 대수학 개념을 복습하는 시간으로 몇 주를 보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골드만(Goldman)의 일제고사에 대한 비판을 전해들은 Goldman의 어머니는 현재 “시험은 가르침이 아니다(Test is Not Teaching)”라는 일제고사 거부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현재 운영하고 있다. Goldman은 이렇게 말한다. “교사들은 우리가 시험을 잘 보면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가지고 우리가 학교를 졸업할 때, 교사들은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일부 인권 시민사회 단체들 역시 일제고사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흑인이나 라틴계 학생들은 일제고사 성적 결과에 대한 제재, 즉 학교 폐쇄와 같은 정책 때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최대 교원노조 NEA 또한 일제 고사에 대해서 매우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교사들의 성과급과 연계된 일제 고사에 반발해오고 있다. 의회에 일제고사의 축소를 청원한 상태다.

기사 원문 사이트: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02303505504577406603829668714.html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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