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전교생 일제고사 거부 학교도...학부모, 학생이 결정

[발굴] 시험 5년 만에 균열 가속화, 체험학습과 가정학습 등 ‘선택’

교과부가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시험을 단체로 보지 않는 학교가 전국에서 적어도 4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은 비율이지만 지난 해 이어 올해도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교가 나타나면서 전수식의 시험에 균열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의 말을 종합하면 일제고사 시험 대상인 2학년 학생 20여명은 일제고사를 보지 않는다. 전체 2학년 40명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학생과 학부모 시험 안 보고 일제고사 비판 기자회견 계획

일제고사 거부를 결정한 경남 산청 간디학교 2학년 학생들이 만든 벽보. 일제고사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다. 간디학교 제공

기숙사에 생활하는 이들 학생들은 일제고사 당일인 26일 아침 조회를 한 뒤 시험이 치러지기 바로 전에 학교를 나와 창원의 경남도교육청 앞으로 이동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일제고사를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뒤에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선전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들 학생들은 일제고사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 뒤 시험을 보지 않는 것과 함께 직접 행동에 옮겨보자고 입을 모았다. 간디학교는 교육청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로 지난 4년 동안 일제고사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해 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시험을 보지만 백지를 내겠다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들이 느끼는 일제고사에 대한 불만이 정말 높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행동에는 학부모들도 함께 한다. 백창욱 학교운영위원장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토론을 해서 내린 결론에 동의했다. 민주 사회에서 무조건 시험을 보라는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의미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 칠곡 다부초 6학년 7명 전원은 26일 학교에 등교하지 않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일제고사를 치르는 대신에 집에서 가정학습을 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에도 11명 6학년 학생 전원이 경북 경주 남산 일대로 체험학습을 떠난 바 있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이번 달 6학년 학부모 모임을 통해서 올해도 일제고사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무단결석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 송지초 서정분교 5명의 6학년 학생 전원도 일제고사를 보지 않기로 했다. 시험을 선택하지 않는 대신 전남 지역에서 진행되는 체험학습에 참가하기로 선택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올해 초 열린 학부모 총회에서 이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6학년 학부모들이 다시 확인하면서 일제고사를 거부하게 된 것이다.

김상엽 학부모회 회장은 “일제고사 성적을 전국 단위로 공개해 학교에 피해를 주고 보조금을 차별하는 정부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 송산초 6학년 학생 18명 가운데 10명이 일제고사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관계자는 25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확실하고 체험학습에 참여할지, 대체프로그램에 참여할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

일제고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