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선생님 ‘1인 시위’에 엄지손가락 세운 학생들

전국 초중고 2300여 곳 앞에서 일제고사 폐지 목소리

일제고사가 치러지는 26일 오전 7시30분 경 경기 시흥 군서고 정문 앞. 이 학교 소속인 박태현 교사(국어)가 교문에 서 있다. 두 손에는 피켓이 들려 있다. 여기에는 ‘일제고사 반대! 한국에 일제고사 수출한 미국도 거부운동 확산!’이라는 글귀가 적혔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리는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박 교사는 “아이들의 발전과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교육인데 일제고사는 국‧영‧수 중심으로 줄을 세운다. 성적에 따라 학교를 낙인찍고 지원금도 차등을 두는 일제고사를 반대한다”고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학생들 “힘내세요”, “존경합니다” 폭풍 관심

일제고사 날인 26일 등교시간 1인 시위를 진행한 박태현 교사(경기 군서고)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 관심을 보였다. 최대현 기자.

한 명, 두 명씩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교문 앞에 서 있는 박 교사에게 관심을 보였다. 일제고사 대상인 2학년인 심아무개 학생은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보라고 해서 보는 것 뿐이예요”라고 말하며 “혼자 이렇게 하시는 게 멋있으시다”고 말했다.

등교 시간 막바지인 오전 8시쯤 학생들은 발길을 서두르면서도 “선생님, 멋있어요”, “응원할께요”, “화이팅”, “존경합니다” 등의 인사말을 건네며 박 교사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한 학생은 박 교사에게 다가가 일제고사에 대해 묻더니 “힘내세요”라며 먹던 과자를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학교 측과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학년 부장교사 등 일부 교사들이 1인 시위 시작 전 피켓을 뺏으려하면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원 아무개 2학년 부장교사는 “출근하면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을 보고 학교 명예를 생각해 자체적으로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일제고사에 대해 알아야할 권리가 있고 이를 전하기 위해서 섰다”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기쁘고 아이들을 위해서 했다는 점이 확인돼서 좋다”고 밝혔다.

1인 시위 막으려는 학교측과 실랑이도

박 교사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동안 2학년 부장교사 등 학교측 관계자가 나와 그만할 것을 종용했다. 최대현 기자

전교조에 따르면 이날 박 교사처럼 교사들은 전국 2300여 곳 초‧중‧고 앞에서 등교시간에 1인 시위를 했다. 이들 교사들은 자신이 진행한 1인 시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알리고 있다.

전교조 누리집(www.eduhope.net)에도 직접 사진을 올려 1인 시위를 ‘인증’했다. 서울 당중초 김미연 교사는 “학부모님들의 응원도 있었고 연대단체에서 함께 해 주셔서 모든 출입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라고 전하며 “연대단체를 향해 ‘화이팅’하는 응원이 있었다고 해요”라고 분위기를 알렸다.

정헌민 전교조 경남지부 진주지회장은 진주 중앙고와 개양중 앞에서 진행한 1인 시위 사진을 올리고 “경남 진주에서는 26개 학교 앞에서 진행했다”고 전했다. 충북 청주와 광주의 교사들도 ‘인증샷’ 사진을 올려놓았다.

일제고사 첫 해인 2008년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지난 해 복직한 정상용 교사(서울 구산초)도 1인 시위 소식을 전했다. 정 교사는 “학부모님들께 유인물을 만들어 돌렸는데 효과 짱”이라고 했다. 정 교사가 만든 홍보물에는 ‘재능과 흥미가 다른 우리 아이들에게 일제고사는 안 어울려요’라고 쓰여 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윤근혁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도 이날 오전 8시부터 청와대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를 벌였다. 손팻말에는 "줄 세우는 무한경쟁교육에는 미래가 없습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장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와 같이 시작한 일제고사는 임기가 끝남에 따라 사라져야 한다는 뜻에서는 청와대 앞으로 왔다"면서 "초등학생 숙제를 줄이라고 지시한 이 대통령이 일제고사에 따라 밤 9시까지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들 교사들은 이날 오후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진행될 민원 접수와 일제고사 폐지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교조 누리집에 교사들이 올린 인증샷 사진들. 전교조는 이날 오전 등교시간에 전국 2200여곳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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