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일제고사 폐지’ 교육당국에 1만여명 민원 접수

26일 전국에서 일제고사 반대 행동, 150명은 시험 대신 체험학습 진행


일제고사가 치러진 26일 오후 강원에서 올라온 교사들이 교과부에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기다리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윗)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아래 사진 가운데)과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회 회장(아래 사진 오른쪽), 김태균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안내실 안 접견실에서 교과부 직원에 민원을 제출하고 있다. 안옥수 기자

<기사 보강> 27일 오후 7시5분

전북 ㅅ초 이 아무개 교사는 일제고사 날인 26일 오전 9시 학교를 나섰다. 앞서 8시경 일제고사 폐지 1인 시위를 하고서 출근한 뒤 조퇴를 한 것이다.

담임인 5학년 제자들에게 “일제고사의 문제를 제기하고 없애기 위해서 조퇴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6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시험을 보지 않게 해 달라”, “잘 다녀오세요” 등 주문이 이어졌다.

5학년 제자들의 주문 “내년엔 안 보게 해 주세요”

시험지 배부를 준비 중이던 6학년 교사들에게도 조퇴를 하는 이유를 전했다. 교사들은 “일제고사로 정말 힘들다. 잘하고 오라”면서 이 교사를 격려했다. 학교를 나선 이 교사는 비슷한 시각에 조퇴한 25명의 교사와 22명의 학부모‧교육단체 관계자와 함께 전교조 전북지부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 교사는 “제자인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 뭉클했다”면서 “일제고사를 더 이상 보지 않게 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러 교과부에 왔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간 충북 ㅇ초 ㅈ교사도 조퇴를 했다. 그리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교과부 후문을 찾았다. 오른 쪽 손에 든 노란색 봉투에 담은 민원서를 교과부에 접수하기 위해서다.

ㅈ교사는 “5학년 담임인데 아이들이 내년부터 시험을 보지 않게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하며 웃었다. 옆에 있던 ㅇ초 ㅊ교사는 “일제고사와 관련한 민원을 내려고 조퇴를 한다고 하니 잘하고 오더라고 했다”면서 “시험 시행을 할 수밖에 없지만 불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교과부 후문에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에 목숨을 끊은 학생들을 생각하며 국화꽃은 교과부 담벼락 위 철조망에 꽂고 있다. 안옥수 기자

전교조가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 교육혁명공동행동과 함께 이날 오후 진행한 일제고사 폐지와 농산어촌 작은학교 통폐합 철회 내용을 담은 민원 접수에는 강원 50명과 서울 60명, 인천 35명, 대전 19명 등 300여명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오후 3시45분부터 2시간30분 가량에 걸쳐 한 명 한 명 정부종합청사 안내실 안에 접견실에 교과부가 마련한 접수책상을 찾아 민원을 접수했다.

교과부 찾은 300여 교사와 학부모 2시간반 동안 직접 제출

혁신학교인 강원 ㅅ초에서 온 ㄴ교사(1학년1반 담임)는 민원을 낸 뒤 “정말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왔다. 아이들이 정부에서 강제하는 시험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지난 2008년 도 단위 일제고사 때 자체적으로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지난 해 3월 학교로 돌아간 바 있다.

교사들과 함께 민원을 접수한 김원만 학부모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 수능시험 하나로도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 더 이상의 시험을 필요 없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과부에 민원을 낸 7개 지역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직접 오지 못한 동료교사와 학부모들의 서명을 받아 함께 접수했다. 그 인원만 2000여명에 이른다. 부산과 경남 등 나머지 9개 지역에서 이날 접수한 민원까지 합하면 1만여명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과부에 “일제고사를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장관호 전교조 정책실장은 “여러 조건과 상황으로 직접 민원을 제출하지는 못하지만 일제고사를 없애야 한다는 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0여명의 교사들이 교과부 후문 담벼락 위 철조망과 철문에 꽂은 국화. 무한성적경쟁으로 스러진 제자들을 추모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꽃보다 소중하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안옥수 기자

이들 교사와 학부모들은 민원 접수를 마친 뒤 그 자리에서 열린 ‘일제고사 폐지‧농산어촌학교 살리기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교육은 기쁘고 즐거워야 하는데 고통스러울 뿐이다. 모두 경쟁만 중시하는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와 함께 일제고사를 역사의 쓰레기통에 묻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균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일제고사로 학교와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고통 받는 피해자”라고 규정했으며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쟁만 강조하면서 사교육비를 늘리고 아이들만 죽어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무한경쟁교육 철폐, 협력과 배려, 소통의 교육 실현 ▲일제고사 표집 방식 전환 ▲학교 통폐합 막고 농산어촌교육지원특별법 제정 등을 결의했다. 교과부에 민원을 제출한 7개 지역외에도 광주와 전남, 제주, 충남 등에서도 일제히 해당 시‧도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고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일제고사 등 무한경쟁교육으로 스러진 학생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참가자들은 국화꽃 한 송이씩을 교과부 담벼락 위 철조망에 꽂았다. 학생들이 목숨을 버리는 일의 주범을 교과부로 분명히 한 것이다. 국화꽃 줄기에 달린 노란 리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 일제고사 없는 세상”, “좋은 공부 좀 하자”

올해도 체험학습 진행, 6학년 학생 “후배들 고통 안 받았으면”

결의대회에 참여한 400여명의 교사가 일제고사 폐지와 농산어촌 작은학교 통폐합 중단이 적힌 천을 찣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안옥수 기자

이런 가운데 올해도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진행됐다.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이 마련한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에 서울과 인천, 충북 등에서 4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해 이날 서울 북촌한옥마을과 동양문화박물관 체험 등을 둘러봤다.

서울 ㅈ초등학교 6학년생인 박성현 학생은 “일제고사를 보는 것 보다 이렇게 역사체험을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라며 “후배들이 고통 받지 않게 일제고사에 들어가는 돈을 정말 도움이 되는 교육이 사용하면 좋겠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해 경북과 전남 등의 시‧도에서 진행한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은 150여명이었다. 여기에는 일제고사 대상(초6, 중3, 고2) 학년인 아닌 학생들도 함께 했다.

교과부가 파악한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은 학생은 131명이었다. 무단결석으로 처리한 학생은 111명이고 무단결과로 처리한 학생이 20명이었다.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과 교육혁명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교과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고사는 교육이 아니다. 일제고사 성적 상위권을 자랑하는 지역에서 청소년 폭력문제와 학생자살율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일제고사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반교육적인 국가폭력에 불과하다”면서 “진정 학업능력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매년 수백억에 달하는 일제고사 비용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라고 일제고사 폐지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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