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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특집Ⅱ]더 이상 쫓겨나지 않기 위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로 빈곤철폐를 외치다!

[특집Ⅱ]


“안 나간다 안 나간다~!!” “쫓겨나지 않을 거야~”
지난 10월 17일,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집이 그려진 머리띠를 두르며, 떡꼬치 모양의 피켓을 든 수백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며 <쫓겨나지 않을 거야> 행진을 통해 외쳤다. ‘1017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을 맞이해, 전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빈곤 철폐를 위한 우리의 목소리를 외친 것이다.
국제기구인 유엔(UN)이 정한 10월 17일의 정식 명칭은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그러나 빈곤은 시혜나 동정, 원조로 퇴치되는 것이 아니라 빈곤에 처한 우리들이 권리를 선언하고 연대할 때 철폐될 수 있기에 “빈곤 철폐의 날”로 목소리를 모아왔다.

온 국민이 가난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헬 조선’의 시대
올해 빈곤철폐의 날의 주제는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이다. 2015년 한국사회에서 쫓겨나는 문제는 단순히 집에서 쫓겨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집과 가게, 일터와 거리에서도 가난한 우리는 삶을 빼앗긴 채, 쫓겨나고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오죽하면 ‘헬(Hell, 지옥)조선’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 소수의 부유층을 제외하곤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가 1100조를 넘어섰지만, 30대 재벌기업들은 고용과 투자를 하지 않은 채 710조라는 사내유보금을 곳간에 쌓아놓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의 책임은 묻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만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낮은 임금과 잦은 해고, 비정규직을 일상화하겠다는 노동개악은 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용산참사를 불러온 살인적인 개발은 여전히 이윤만을 쫓으며, 폭력적으로 쫓아내며 진행되고 있다. 아픈 가족이 한명만 생겨도 가계가 무너진다고 할 정도로 건강하게 사는 것조차 비싼 세상이다. 노점상은 불법이라고 쫓아내고, 가게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건물주에게 가게를 뺏기고 있다.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것조차 불법이라고 쫓겨나는가 하면 노인의 절반이 빈곤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복지정책은 가난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며, 거대한 빈곤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 온 국민이 가난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는, 그야말로 ‘헬 조선’의 시대이다.

600만 명에 이르는 주거 빈곤층,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무엇보다 만연한 한국의 빈곤과 불평등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집, 주거의 문제이다. 지난 ‘세계 주거의 날’(10월 첫 주 월요일, 올해 10월 5일)을 통해 드러낸 주거불평등의 현실은 심각한 지경이다. 정부가 설정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 빈곤층이 600만 명에 이르고, 최소한의 주거조차 보장받지 못해 매년 300명 의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가구당 집 한 채를 가질 수 있다는 100%가 넘는 주택 보급률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집을 소유하지 못한 절반의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쫓아가기 어려운 전월세 지옥에 신음하고, 빚에 빚을 짊어지고 겨우 마련한 집을 소유한 이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집이 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집 부자 1위는 2,291채의 집을 가지고 있고, 4살 꼬마 아이는 27채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16살 학생은 374채의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강남 3구의 미성년자 26명이 497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의 주거정책 방향은 주거빈곤층이나 전월세로 고통 받는 이들이 아닌 건설재벌과 집부자들의 부를 유지, 확대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 전월세 폭등을 방치하며, “서러우면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그것도 모자라서 건설재벌에게 특혜를 몰아주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밀어붙이며 값비싼 월세의 브랜드 임대주택 장사를 밀어주고 있다. 집을 둘러싼 폭동이나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주거 불평등의 현실이다.

가난한 우리들의 당당한 권리를 이야기 하자
이러한 빈곤과 불평등의 시대, 우리는 더 이상 삶터와 일터에서 쫓겨나고 죽음으로 등 떠밀릴 수만은 없다. 이미 쫓겨났고, 쫓겨나고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모아가야 한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은 더 차별받는 야만의 세상을 멈춰야 한다. 우리의 가난은 우리의 책임이 아닌, 부를 독식해온 너희들의 책임이라고 외쳐야 한다.
10월 17일뿐 아니라 빈곤 없는 세상,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위해 가난한 우리들의 당당한 권리를 이야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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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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