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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홈리스야학 이야기]어디선가 만난 사람들에게

[홈리스야학 이야기]는 야학 교사들이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안녕하세요? 야학교사 깡깡입니다. 2년 전에 교사활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홈리스뉴스에 교사를 하게 된 계기를 썼던 게 기억나요. 그때의 저는 새롭게 만날 사람들과 활동에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글을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실까요?

이 글에서는 어디선가 만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대신하려고 해요. 이 글은 ‘교사들의 목소리를 바깥에 내보자’라는 취지로 쓰게 됐습니다. 지금 이 편지를 읽고 계실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릅니다. 저를 아시는 분들도, 지면으로 처음 뵙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와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될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 생각해보다 우리가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스쳐 지나가거나 잠시 대화를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일 수도 있겠죠. 서로가 누군지 모르기에 저는 이 글이 우리의 이야기로 읽히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로 읽히면 어떡하나 고민했어요. ‘우리’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진 않을까 싶어요. 지면으로 만나는 분께 털어놓고 싶은 제 이야기가 있어요. 2년 전 야학에 와서 무언가와 삶을 엮는다는 표현을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누군가, 무언가와 삶을 엮는 게 분명 어려운 일이겠지만 사소한 것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 싶어요.

야학에 가면 인사해주시고 밥은 먹었는지,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요. 일상적인 풍경이고 별 일 아니지만 가끔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사, 학생분 들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오늘 하루 재밌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3월 14일, 2016년 홈리스야학 봄학기 첫 수업인 한글교실은 집중 중! [출처: 홈리스야학]
저는 주로 한글 수업이 있는 월요일에 홈리스야학을 찾아갑니다. 밥을 먹듯 야학에 오시거나 자주 찾는 분들이 보고 느끼는 것과 제가 그러한 것과는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제 시간을 보내다가 야학에 오면, 부러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도 제 고민을 털어놓게 되거나, 제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문득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란 걸 느낍니다. 이곳에 와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시기의 저는 누군가가 아파할 때 그 사람이 아파하는 줄 알았지만 세상에 아픔은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목격하는 아픔마다 공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일이 아파하는 게 최선은 아니겠지만 제 안에서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런 사고방식을 고민했었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저는 선긋기에 대해서 말했고 그들은 각자 생각을 들려줬어요. 그러던 중에 그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어요. 선을 긋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삶을 나란히 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구석을 봤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닮은 점이 있거나 어떤 종류의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뭉쳐 살아간다면 저는 덜 쓸쓸하고 조금이라도 더 든든할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의 삶을 엮고 있는 야학은 제 삶에도 작은 변화를 만들어준 공간이에요. 수업을 하며 배움의 의미나 과정을 돌아보게도 해요. 교실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물론 적적한 시간들을 채워나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조금씩 더 끈끈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데요.

야학이 궁금하시다면 꼭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기대도 많이 하고 그만큼 실망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야학에 와서 이곳에 온 걸 후회할 만큼 실망한 적은 없었어요. 같이 모꼬지도 가면서 이런저런 추억도 만들고, 어느 샌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변화도 있겠죠?

많은 말을 이어 붙였는데 말뿐이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겠습니다. 편지를 읽고 계시는 분들은 이십대 중반인 저보다 대부분 나이가 많으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같은 세상 속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해왔고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겠지만 함께 이해해나가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홈리스라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벗어날 수 있도록,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만들도록 움직이는 이들의 물결에 천천히 몸을 맡겨보는 것도 올해에 할 수 있는 멋진 일이 아닐까요?
올해도 변함없이 3월이 왔고 봄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수업이 지났어도 함께 하시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약도를 보시고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 건강하시고 탈 없는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랄게요. 이 후에도 교사들이 전하는 소식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어디선가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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