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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인터뷰] “머리털 나고 처음 투표했어요"

사전투표에 참여한 홈리스 당사자 인터뷰

[인터뷰]는 당사자의 의견이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꼭지

편집자 주: 이번호 [인터뷰]의 주인공은 종로에서 거리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 아저씨(50대 후반)이다. 아저씨에게 19대 대통령 선거는 매우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선거가 그에게는 태어나 처음으로 해본 투표였기 때문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생애 첫 투표권 행사’를 하게 된 이씨 아저씨. 그의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Q 투표는 몇 년 만에 하는 건지 궁금하다.

머리털 나고 처음 했다.


Q 생애 첫 투표인데, 투표할 때 기분은 어땠는가.

기분이야 뭐 그냥 그랬다. 처음이었으니까. ‘나도 이렇게 투표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오늘 투표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준비한 거? 아, 면도. 면도하고 세수하고 했다.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데, 오늘 투표 때문에 특별히 면도를 한 거다.


Q 왜 지금껏 투표를 할 수 없었나.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못했다. 주민증을 잊어버렸거나 아니면 주민등록 말소가 되거나 하여 투표를 못했다. 그 전에도 투표는 해보고 싶었다.


Q 투표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여기 사람(홈리스행동 활동가)한테 말소여도 주민증 있으면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주민증이 있고 하니까…. 내 나이가 주민증이 있을 나이이고, 투표할 수 있는 나이이지 않는가.


Q 투표할 때 특별히 겪었던 어려움 같은 게 있었다면?

종각역에서부터 걸어서 투표소까지 찾아가느라 2시간이나 걸렸다. 내가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인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거기에 용산역에 가서 투표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여기(홈리스행동 사무실)로 와야 하는 걸로 착각했다. 그래서 다시 투표소로 걸어가느라 시간이 더 걸린 거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뺑뺑이 돌다가 하면서. 투표소에 가서는 줄을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몰라 헤맸다. 그래서 안내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분한테 물어보니까 저기 가서 줄서면 된다고 하더라. 내가 그 사람한테 안 물어봤으면 엉뚱한 데서 기다렸을 텐데, 운이 좋았다. 물어보길 잘한 것 같다.


Q 후보자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어떤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했나.

투표를 처음 하니까 대체 누굴 찍어야 할지를 몰랐다. 거리에 있으면서 후보에 대한 정보도 별로 몰랐고. 그런데 어제 저녁에 홈리스뉴스인가 그걸 보니까 거기에 싹 있더라. 후보 개인정보하고 그런 게 나와 있더라. 기호 1번부터 5번까지는 공약이 나와 있고, 나머지 6번부터 끝번호까지는 개인 정보만 나와 있고. 어쨌든 개인재산 딱 나온 걸 보니까는, (주요 후보자) 5명 중에서는 기호 2번 자유 한국당 홍준표, 기호 3번 국민의당 안철수, 기호 4번 바른정당인가의 유승민. 이렇게 셋이 재산이 많고 1번 문재인은 끝에서 두 번째더라. 정의당 심상정이 제일 적고. 그래서 OOO를 딱 찍었다. (웃음) 재산 많다고 해서 정치를 잘 하는 건 아니니까.

Q 내년 지방선거에도 투표를 할 생각인가?

앞으로 계속 투표할거다. 이제 투표하는 방법도 알았고, 내가 찍는 사람이 안되도 계속 할꺼다.


Q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바라는 점을 말해 달라.

바라는 점이 뭐가 있겠나. 다 똑같은 사람인데. 그냥 뭐 우리한테 잘해주면 되는 거다. 정치말 잘해주고 하면 된다. 박근혜처럼 그런 걸 하지 말고, 경제를 조금 살리고 여기 사람들 잘 살게 해주는 그게 바라는 거다. 다른 게 있겠는가. 그래. 노숙하는 사람도 전부 다 잘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