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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0호-당당하게]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신청 동행기

[당당하게]는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과 다양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달 25일, 한 당사자분과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신청활동을 동행하였다. 많은 분들이 일당직 건설노동에 참여하시기에, 하지만 ‘퇴직공제금’이란 것에 대해서는 많이들 낯설어 하시기에 동행기를 나누고자 한다.

[출처: 출처=건설근로자공제회]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먼저, 퇴직공제금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90년대 중반, 성수대교 붕괴('94. 10), 삼풍백화점 붕괴('95. 6) 등 건설업계에 커다란 악재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건설산업 경쟁력강화와 부실방지 대책」을 내놓는 한편, 1996년 12월, ‘건설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률은 “건설근로자퇴직공제사업을 실시함으로써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과 복지증진을 촉진하고 건설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데, 그에 따라 설치된 기금이 바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이다. 법률에 따라 건설업 사업주는 보수의 고하를 불문하고 노동자 개인의 1일 근무일에 대하여 공제부금액을 월별로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납부해야 한다. 현재 1일 공제부금액은 4,200원으로, 건설노동자의 하루 근무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사용주는 4,200원을 납부해야 한다.

근로능력 없음을 증명하라?
한 당사자분의 퇴직공제금 적립일수가 청구 기준인 252일을 넘어 을지로에 있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동행하였다. 하지만 그 전에 병원부터 동행해야 했다. 부상이나 질병으로 건설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증빙자료로 “사업주의 증명서 또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하도록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근로자 공제회 측은 이에 더해 "건설업에 더 이상 종사하기 어렵다거나 무리한 육체적 노동 등을 금하는 의사 소견이 포함된 경우 가능"하다는 조건을 추가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데, 이 분 역시 과거 퇴직공제금 청구를 했으나 공제회 측에서 진단서상 기재된 문구를 문제 삼아 지급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다. 허나 따져보자. 과연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건설업에 종사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물론 건설업에 오랫동안 종사한 의사라면 건설 직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의사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한들 그것이 의사의 업무로서 적절할까? 유사한 논란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로능력평가제도와 관련하여 벌어진 바 있다. 기초보장제도는 2010년 이전까지 질병으로 인해 ‘근로능력 없음’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 근로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당시 의사협회는 의사가 근로활동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업무를 벗어난다는 입장을 발표, 거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이에, 2010년부터 이와 같은 방식의 근로능력 평가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신청에는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방식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종된 건설노동자의 권리
우리는 "건설직과 같은 무리한 육체 노동은 불가"하다는 내용과 재 판단을 위해서는 "3개월 후" 재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발급받아 공제회 측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공제회 측은 “3개월”이라는 시한부 조건이 들어갔기에 접수는 받겠으나 지급이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였다. 그러나 ‘질병’이란 것은 치료와 요양에 따라 얼마든지 호전되거나 악화될 수 있는 성질을 갖는 것이다. 만약 항구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면 그것은 질병이 아니라 ‘장애’로 판정되어야 한다. 즉, 공제회 측은 장애와 질병을 혼돈한 채 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분은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었다(그러기까지는 건설근로자 공제회에 대한 별도의 압박활동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퇴직공제금 청구에 있어 건설노동자의 권리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술했듯 퇴직공제금은 건설노동자들이 하루하루 일 한 대가로 적립되며, 이 기금은 건설노동자들의 퇴직금과 같다. 건설노동자들의 노동 투여, 그들의 기여로서 조성된 기금인 것이다. 당연히 건설노동자는 공제금에 대해 권리가 있고, 퇴직공제제도는 그 권리를 제도로서 보장하는 게 마땅하다. 허나, 현실은 퇴직공제금을 청구했다가 공제회 측으로부터 불승인을 받더라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웬만한 제도에는 다 들어가 있는 ‘이의신청’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신청하자
‘이의신청’ 제도의 부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자, 고용노동부는 “이의신청 또는 권리구제 절차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는 짤막한 답신을 보냈다. 정말 검토를 할 지 안 할지 모르지만 그 어떤 변화도 민원 투서 하나로 이뤄지는 법은 없다. 이에, 퇴직공제금 청구 자격이 되는 이들이 퇴직공제금을 청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점들을 모아 함께 제기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홈리스 뿐 아니라 전 건설산업노동자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일 만큼 노동자들과의 공동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건설노동을 정기적으로 해 왔었던 이들이라면 먼저 내 퇴직공제금 적립일수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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