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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6호-서평]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읽고

[서평]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2월 26일 주검으로 발견된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남긴 유서의 전부다. 유서라고 하기엔, 더욱이 세 사람의 유서라고 하기엔 너무나 짧다. 한편 이 유서의 수신처는 반지하 월세방의 주인을 향하고 있다. 정말 이들은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말이 없었건 걸까? 극도로 정제된 유서 속에 굳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신문 정환봉 기자와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이 함께 쓴 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는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통해 한국사회의 빈곤과 그것을 대하는 사회의 방식을 낱낱이 헤집는다. “죄송합니다”란 반복되는 문장 사이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는 지나친 염치를 놓아야 했을 만큼 세 모녀에게 빈곤은 스스로가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고, 사회복지는 고려 속에 없었다.

기억하기 위해서
송파 세 모녀의 질식사(그녀들의 죽음은 번개탄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일 뿐 아니라 빈곤에 의한 질식사이기도 하다)와 그녀들의 삶의 궤적을 취재해 온 정환봉 기자는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세 모녀의 가정 형편은 남편(또는 아버지)의 병치레로 기울어졌다. 그렇게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했고, 다르지 않은 이유로 작은 딸은 금융채무자가 되었을 것이다. 큰 딸 역시 질병으로 일을 할 수 없었고, 그녀들은 오로지 어머니의 식당 일에 의존해 생계를 꾸렸다. 뻔한 벌이에 매월 50만원의 월세를 내었다고 하니 세 모녀의 살림은 한 달 한 달 수습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일을 접게 되면서 세 모녀의 가정은 수입이 끊기게 된다. 결국 이 사건은 세 모녀가 죽음에 이르는 계기가 된다. 단순 골절이나 금이 가는 정도에 불과했을 질병이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안타까움에 앞서 허탈하기까지 한 이 사건은 결코 그녀들만의 처지가 아님을, 위태롭게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삶에 주목할 것을 저자는 요구하고 있다. “세 모녀를 아직 잊지 말자고”

공저자인 김윤영 국장은 송파 세 모녀의 삶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갠다. 세 모녀의 죽음이 알려지자 대통령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을 했었다면 세 모녀는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저자는 그 말의 기만성을 그녀들의 현실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대입하며 설명한다. 나아가 이런 발언은 그녀들이 남긴 다잉 메시지(피해자가 죽기 전 범인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 남긴 단서나 신호)를 은폐함을 질타한다. 저자는 책의 2부와 3부에서 송파 세 모녀를 빈곤에 가두었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공격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 추정소득과 간주부양비라는 가짜 소득기준과 같은 제도의 문제가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지 실증한다. 또한, 저자는 여태껏 조망된 바 없던 기초생활수급가구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풀어낸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성인과 비성인을 구분 지을 뿐이다. 수급가구 청년들에게 미래를 위한 준비나 여유 따위는 허락되지 않는다. 학령기를 벗어나자마자 그(녀)들은 감시받기 시작한다. 가정을 부양할 능력이 되는지를 복지 당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사찰 받기 때문이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근로 능력’이 있지 않느냐는 이유에서다. 직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휴학조차 할 수 없다. 잠시 잠깐이나마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녀)들에게는 ‘추정 소득’이 부과되고 가족 생계 담당자의 지위가 강요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저자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부과하는 하중과 그에 따라 고통 받는 수급가구 청년들의 저당 잡힌 미래를 그(녀)들의 목소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제도에 갇힌 사람을 꺼내다
마지막 4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해설하는 데 할애된다. 이 장은 마치 기초생활보장 상담활동가를 위한 안내서와도 같은데, 그렇기에 평 독자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주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해부하듯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기초법 개정안이 실제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고유성이라 할 ‘권리’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해서, 4장을 읽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인내력과 필기구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장은 복잡한 수식과 엄격한 기준 속에 갇힌 가난한 이들의 삶을 오해 없이 보는 법을 일러준다는 점에서 그만한 공을 들일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발품을 팔아야 하는 반(反)빈곤 운동 활동가에게 글쓰기는 고역이다. 넘쳐나는 현안과 빈민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 앞에 스스로의 일상을 규율하기도 버겁다. 그럼에도 이러한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송파 세 모녀를 비롯한 빈곤에 질식사 당한 이들의 ‘다잉 메시지’를 왜곡 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허나, 진정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심판자의 자리로 비켜서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통령과 복지부 장관, 그리고 기초법 개악에 앞장서는 유재중 국회의원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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