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내준 숙제

- 전태일 열사 36주기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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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민중언론 참세상
36년 동안 오늘 모란공원 올 때 서글플 때가 있고 정말 기뻐할 때가 있었는데, 태일이 죽고 나서 민주노총이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날은 태일이가 살아오는 만큼 기뻤습니다. 그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목마르게 애타게 정노동자직을 가져보려고 했지만, 부르짖은 그 사람은 받기도 어렵고, 받은 사람은 주기도 어려운, 참 어려운 자리에서 이번 추모제는 말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어떻다 하더라도 가장 낮은 땅에 있는 약한 자들부터 터를 닦지 않으면 언제나 흔들립니다. 땅에 기초를 잘 세우고 한 몫에 투쟁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뤄낼텐데, 그거와 같이 하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항상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후퇴하다가 열발 전진하면 백발 후퇴하는 그런 것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계노조 만들 때 전태일 친구들이 10명이 목숨 바쳐서 최선을 다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전태일 친구들. 전태일이 100번 죽어도 그 친구들이 목숨 걸고 안 했으면 박정희 정권 때 찬바람 불고 문만 잡아도 잡아다 때려 죽일 때, 전태일의 친구는 몇 사람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내가 질책한다 생각하지 말고 밑바닥의 주춧돌을 제대로 놓지 않고 기둥만 미리 세워서 내가 제일이다. 너무 똑똑해서 걱정이에요. 노동운동 하는 사람이 그리 똑똑한 것만 내세우면 언제 구하냐고.
앞으로 전진해서 천만 노동자다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지금 현실의 비정규직 그 사람들 돌아봐서, 우리 모두가 권리를 찾으려면, 조금 시간이 늦더라도 그들의 마음을 바로 세워서 같이 하는 노동운동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잔소리 해도, 욕해도 괜찮은 사람이니까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딴 사람은 체면 차리느라고 못 하지만, 두 양대 노총 위원장들 잘못하면 쫓아가서 달려들거야. 그런 줄 알아요. 명심해요.

2006. 11. 13. 전태일 36주기 추도식에서 - 이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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