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했던 기안, 브라더스미디어가 만든 일상

[워커스 미디어택] 기안84의 웹툰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


“기안이 기안했다.” 이번 상황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웹툰 <복학왕>이 생산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비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기안84다.

지난 5월 14일 올라온 <복학왕> 249화 ‘세미나2’ 편은 생산직으로 취업한 주인공 우기명의 이야기이다. 회사 세미나에 참석한 우기명은 숙소에 실망해 ‘좋은 방 좀 잡아주지’라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같은 숙에 대해 “캅캅캅” “근사하다 캅” “우리 회사 최고다” “죽을 때까지 다닐거다!” “세미나 온 게 어디냐!!!”라며 감격스러워 한다. 게다가 회사 대표는 잠옷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회사 비전을 말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내 비전도 없는데 남의 비전을 어떻게 챙기냐”고 말한다. 이주노동자와 생산직 비하 논란이 불거진 대목이다.

기안84 측은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를 통해 “많은 분들이 불쾌함을 느끼셨을 표현에 대해 사과드린다”, “앞으로 내용에 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한다. 그런데, ‘기안이 기안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출처: 네이버 웹툰]

기안84는 불과 4일 전에 사과했었다

기안84의 웹툰은 그동안 논란이 잦았다. 일주일 전에도 <복학왕> 제248화 ‘세미나2’ 편에서 닭꼬치를 구매하는 여성 청각장애인의 대사를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라고 처리했다. 독백 장면에서도 “(소스를)마이 뿌뎌야지”, “딘따 먹고 딥엤는데…”라고 어눌한 말투로 표현했다. 청각장애인이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그린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장면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해당 장면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차별행위)에 해당된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기안84는 “성별/장애/특정 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런데 불과 4일 만에 유사한 생산직과 이주노동자 비하가 담긴 웹툰을 내놓은 것이다. 기안84의 사과에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기안84는 그동안 젠더·인권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2018년 초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가 거세게 일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기안84’라는 필명이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기안동에서 살던 84년생”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던 과거 블로그 글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직접 피해자가 있을 뿐 아니라, 범인이 잡히지 않아 여전히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그 사건이 벌어진 화성시를 두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라고 얘기하는 건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당시 기안84를 두둔하는 목소리는 컸다. ‘단순 설명도 못 하느냐’에서 ‘경솔하긴 하지만 혐오까진 아니다’라는 말들이 그랬다. 결국, “하차하라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었다. MBC 측에서도 하차 요구를 그냥 묵인했다.

그렇게 기안84의 웹툰 논란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갔다. “내 나이 30살.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가 없었다”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 “봉지은,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는 기안84 웹툰의 문제적 대사들. 여대생들은 임신테스트기를 가지고 다니거나 개강하면 임신하거나 출산한 것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키핑해 둔 와인”이라면서 언제든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으로 표현됐다. 뚱뚱한 여성이 걸어갈 때는 ‘쿵쿵’이라고 표시하기도 했었다. 기안84의 웹툰은 분명 문제가 있었음에도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는 말에 묻혔다.

왜 기안84한테만 그러냐고?

결국 그의 비하·혐오는 장애인, 생산직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로 이어졌고 더 확대됐다. 기안84는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과연 사회의 다수를 ‘소수’라는 이유로 비하한 웹툰을 보며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자들은 누구일까.

사회는 변했고 지금 이 순간도 변하고 있다.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안84의 <복학왕> 논란을 빚은 ‘세미나1’ 편과 ‘세미나2’ 편 평점이 10점 만점에 6.36점, 4.56점을 기록(5월 17일 기준)하고 있다. 2019년 들어 최저 평점이다. 물론, 여전히 ‘진지충’이라고 혐오를 쏟아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기안84의 연속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 논란으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으면서 사람들은 말하기 시작했다. ‘이게 몇 번째냐’라고 말이다.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안84를 둘러싼 구조가 여전히 강고하다는 점이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이번 논란과 관련해 미스틱스토리는 “웹툰은 네이버 관할”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네이버 측은 “작가의 표현을 강제하긴 어렵다”고 회피했다. MBC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 아닐까.

‘왜 기안84한테만 그러냐?’고 묻고 싶은가. 하지만 전제가 틀렸다.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가진 영향력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다. 기안84는 수많은 독자들을 보유한 인기 웹툰작가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는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 후, MBC <나 혼자 산다>, KBS <해피투게더> 등에 고정출연하면서 스스로 그 사회적 영향력을 높여왔다. 무엇보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독자들과의 소통은 필연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이 그린 웹툰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냥 말뿐인 사과로 모면할 게 아니라.

딴청을 피우고 있는 미스틱스토리와 네이버 그리고 MBC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날의 사회적 영향력을 만드는 데 일조한 당신들 말이다. [워커스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