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는 ‘셀프조사’ 징계 운운, 노동청은 시간 끌기

83개 시민사회단체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문중원 열사 문제해결 나서야”

고 문중원 기수 사망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마사회가 노조 설문에 참여한 경마기수들을 상대로 출석통지서를 보내 반발이 일고 있다. 마사회는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처분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셀프조사 출석 안하면 ‘징계’하겠다는 한국마사회

앞서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12월 11일,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실태조사는 부산경남, 서울, 제주경마공원 기수 75명의 설문을 받아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8.57%가 ‘조교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후 지난 20일, 한국마사회는 실태조사에서 언급된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경마기수들에게 출석통지서를 발송했다. 마사회는 통지서에서 ‘미출석 시 관련 규정에 의거 제재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시민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 인권, 법조, 보건의료, 문화예술, 종교계 등 83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와 한국마사회를 규탄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조미연 변호사는 “20일 마사회가 셀프조사를 빌미로 기수들에게 보낸 출석요구서는 불합리하며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마사회는 고 문중원 기수 사망 사태의 책임자이자 조사 대상이며, 전에도 기수들에게 통신기록 등 민감한 개인기록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제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호법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검경 수사에서조차 참고인 불출석을 이유로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만약 마사회가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하더라고 경마기수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이들을 징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마사회는 자신들이 사용자가 아니며 책임이 없다고 회피해 왔음에도 통상 취업규칙에 준하는 규정을 운영하며 참고인조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설립신고서 보완 통보하며 ‘시간 끌기’하는 고용노동부

문재인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은 채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앞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기수들은 지난 20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21일, 노동청은 이들에게 설립신고 사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마기수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 지 여부 등을 확인하려면 사용자와 체결한 계약서 및 보수지급, 근무형태, 노조 조직형태 및 대상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길숙 고 문중원 시민대책위 상황실장은 “당장 내일 또 한 명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다단계 하청구조와 갑질 속에서, 경마기수들은 용기를 내 노조를 설립했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에 가입돼 있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마사회와 교섭 한 번 진행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이들은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살고자 하는 몸부림에 보완통보 공문으로 답변했다. 이들의 절박함에도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문제해결에 나서야”

또한 시민사회단체는 “설 전 해결을 위해, 제8의 문중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과 시민을 상대로 한 경찰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는 “어제 4박 5일간 오체투지로 청와대까지 왔다. 경찰이 이를 가로막고 여성분의 머리채를 당기는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일어났다. 순간 12월 21일 과천경마장에서 경찰이 내 머리채를 잡고 발로 차고, 목을 졸랐던 순간이 떠올라 분노했다”며 “왜 경찰은 시민을 함부로 대하나. 우리가 청와대 앞에서 경찰과 4시간 넘게 대치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했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그는 “당연히 대통령은 공공기관인 마사회에서 일어난 7명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 계시는 곳에서 문을 열고 한걸음 나와 국민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고 있는지, 얼마나 억울하게 죽었는지 봐야 한다”며 “남편이 아직 광화문 길거리에 누워 있다. 이제 그만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싶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노동자들이 고소고발 당하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던 경찰이, 문중원 열사의 현장 유서와 동료 증언을 확보해 놓고도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 해결이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공적 임무를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절박한 요구가 무시된 채 명절이 지난다면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에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