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해고 통보, 티브로드 전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연

전원 계약해지...“지속적으로 노동부에 모니터링 요청한 문제인데”

"이제 막 신혼 생활을 시작했는데, 와이프에게는 알리지 못했습니다."

민족 대명절 ‘설’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티브로드 전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주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월 25일 티브로드 전주방송의 케이블 설치, A/S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A사로부터 근로관계 종료 통보를 받았다. 하청업체 A사는 약 10여 년 가까이 티브로드 전주방송 케이블 설치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티브로드는 1월 초 A사와의 하도급 업무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다.

“25일에는 A업체 대표가 직원들 앞에서 재계약(하도급)이 안 되었다는 말을 했어요. 즉, 해고 통보였죠. 1월 말까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1주일 남겨두고 구두로 통보를 한 셈입니다.”

다음 날 사정은 좀 달라졌지만, 해고가 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16일 A사는 2월 29일부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근로계약 통보서’를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해고 통보를 받게 된 이들은 4일 오후 이 해고 통보서를 들고 티브로드 전주방송 전주사옥 앞에 섰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티브로드를 위해 십 수년을 헌신했던 노동자들은 설 명절을 1주일 앞두고서야 업체의 일방적 해고로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내몰리게 되었다.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라며 심정을 밝혔다.

티브로드는 케이블 설치 기사들과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다단계 하도급이 확대되고, 연장근로가 축소되며 일방적인 실적 압박으로 과도한 노동강도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렸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파업까지 벌어졌고, 티브로드와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는 협약안을 맺으며 갈등은 끝난 것으로 비춰졌다. 그런데 전주방송의 대량해고 사태는 다시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티브로드와 재계약에 실패한 A사 관계자는 “지난 해 전국의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습니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1월에서야 받은 것은 맞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기에 재계약이 쉽지 않았다는 것은 작년부터 짐작 했습니다”며 “원래 1월 말까지 (고용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티브로드에 말을 하여 한 달 늦췄다”고 말했다.

한편, 티브로드와 신규 계약을 맺은 업체는 노동부에서 관리하는 구직사이트 ‘워크넷’에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 이 공고는 해고를 앞둔 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규 업체는 노조원을 비롯해 기존 직원들에 대한 고용 승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3개월 초단기 계약으로 노동자들을 모집한다고 해요. 그것도 월 13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거기다가 노동부 고용촉진장려금 대상자를 우대한다고 하네요. 국민들의 혈세까지 지원받겠다는 아주 얄팍한 수를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서러웠던 것은 대다수의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는 업체가 낸 채용 공고가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구직사이트에 버젓이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노동부 전주지청에 단체로 찾아가 항의를 하기도 했다. 항의 과정에서 한 노동자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마음을 전했다.

“우리가 억지부린다고 생각하세요? 다들 지푸라기라도 집자는 마음으로 온 거예요. 우린 지금 죽어요. 지금. 가족들과 길바닥에 나가게 생겼어요.”

노동부 전주지청 워크넷 담당자는 “최저임금 위반과 같은 법령을 위반한 경우 구직 공고 신청을 거절할 수 있지만, 티브로드 문제는 좀 더 검토해봐야 알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는 “티브로드 문제가 갑자기 터진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노동부에 모니터링을 요청한 문제다”면서 “그런데 자세한 사정도 모른다고 하니 과연 노동부가 제대로 일을 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문주현 기자는 참소리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참소리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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