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노동자 현대차 본사 앞 망루 고공농성...경찰 강제진압

한광호 열사 죽음 100일 교섭 진전 없어..."죽인 놈들이 나 몰라라"

  망루 위에 오른 윤영호 유성아산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경찰이 소방사다리차를 이용해 윤 지회장을 끌어내리고 있다

24일 밤 11시 40분경, 윤영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망루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한광호 열사 100일, 현대차 진격의 밤’ 일정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약 6m 높이의 철 구조물로 세워진 망루는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유성범대위)가 심야 행사로 예정한 ‘별똥별이 빛나는 밤에’ 행사를 위해 설치했으나, 준비 과정에서 경찰이 진압을 들어오면서 고공농성이 됐다. 경찰은 세 시간 여가 지난 25일 새벽 2시 50분경 강제진압으로 윤영호 유성 아산지회장을 망루에서 끌어내렸다. 강제진압을 막는 과정에서 2명이 연행되고 3명이 다쳤다.

윤 지회장은 강제진압 전 망루 위에서 스피커 전화 연결을 통해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신 지 벌써 100일이 흘렀다. 열사가 세상을 떠난 것에 분명한 이유가 있음에도 죽인 놈들이 나 몰라라 일관하고 있다. 숨 쉴 곳이 없어서 숨 쉴 곳을 찾아왔다. 어디서 죽으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죽을 각오로 싸워 왔듯이 앞으로도 지회 동지들과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다. 억지로 끌어낼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라고 결의를 밝혔다.

  철 구조물 주위에 추모 만장을 들고 선 유성지회 조합원들

  사람들이 올라가있는 철 구조물을 흔드는 경찰

이날 충돌은 경찰이 현대차 본사 상징석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을 막으며 시작됐다. 유성범대위에 따르면 애초 24일은 유성범대위가 현대차 본사 상징석 앞 집회 순번을 1순위로 받은 날이다. 지난 5월 21일부터 23일 서초경찰서 집회신고 결과에 따라, 유성범대위가 24일 오후 2시부터 25일 낮 12시까지 현대차 본사 상징석 앞 1순위 집회를 하기로 서초경찰서로부터 약속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현대차 상징석 근처 출입을 막았다. 유성범대위는 집회신고 장소로 갈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끝내 막혔다. 유성범대위는 25일 오전 11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찰과 고공농성을 강제진압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서초경찰서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유성기업은 현대차에 피스톤링을 납품하는 부품업체다. 노조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이름이 알려졌다. 심야노동으로 노동자들이 잇따른 죽음을 맞이한 것이 이유였다. 이것이 원청인 현대차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만들고 실행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차와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노조파괴를 주도했다는 문서가 공개됐지만, 정작 유성기업과 현대차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문건이 밝혀진 뒤에도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계속됐다. 복수노조였던 현장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에만 징계를 남발하고 노조활동을 문제 삼았다. 이 ‘복수노조’가 독립성이 없는 어용노조라고 법원이 판결 내리자, 어용노조 핵심 관계자들은 다시 제3 노조를 만들었다. 유성기업지회는 지난 3월 17일 자결한 고 한광호 조합원의 직접적인 죽음의 이유가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만 무차별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노조 대의원 활동을 하며 사측과 기업노조(어용노조) 간부 등으로부터 11차례나 고소당했다. 징계도 두 번이나 받았으며, 세 번째 징계를 위한 출석을 통보받은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집회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경찰에 참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망루 위 윤 지회장이 들고 있던 열사 영정사진이 에어매트 위에 떨어졌다

  영정사진을 들고 선 유족 국석호 조합원

고 한광호 조합원의 죽음 뒤 열사대책위는 유성기업 사측에 △노조탄압에 따른 한광호 열사 죽음에 대한 사죄 △노조탄압 중단과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 △노조탄압에 따른 정신건강 피해자 심리치료 △유가족 배상 등을 요구하고 교섭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유성기업 측은 “자살이니 노동탄압이 아니다”는 답변으로 교섭을 거부했으며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전이 없다.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이후 열사 투쟁에 돌입해 서울광장 분향소 농성을 거쳐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까지 왔으나, 현대차 용역들과 경찰의 방해로 집회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본사 앞 망루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윤영호 유성아산지회장

  경찰에 연행되는 윤영호 유성아산지회장

  집회신고 장소로 가려는 대회 참가자들을 채증하는 현대차 관계자들과 경찰

  강제진압 뒤 서초구청 직원들이 철 구조물을 철거하고 있다

  농성장에서 잠을 청하는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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