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재청구 가능...성주, 경주, 부산, 서울 시민, 뜬눈으로 지켜

"진상규명과 살인자 처벌을 위해 나서자"

  [사진/ 정운 기자]

청년, 시민들이 밤샘 시위로 백남기 농민의 곁을 지켰다. 이들은 농민을 보낸 슬픔에, 또 밤샘으로 충혈된 눈으로 새벽을 맞았다. 세월호 가족, 사드 배치를 반대하기 위해 내내 거리로 나왔던 성주 시민, 지진이 일어난 경주 지역 시민 등 전국에서 백남기 농민이 가는 길을 지키기 위해 한 자리를 지켰다. 검찰이 신청한 부검영장은 기각돼 참가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재청구 가능성이 여전하여 대책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을 계속 지킨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진료기록 영장을 청구하여 현재 발부된 상태다. 경찰병력 수백명은 여전히 장례식장 주위에 배치되어 있다.

현장에서 밤을 지낸 사람들은 분노와 참담한 마음을 밝혔다. 피곤한 기력 보다는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오전, 백남기대책위와 시민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사진/ 정운 기자]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저녁 어젯밤 10시 경 도착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80년대에나 있었던 시신탈취가 다시 시도되고 있다는 데에 참담한 심정이다. 정부는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이후에는 외면으로 그리고 이제는 부검 시도로 세 번이나 죽였다.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밝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김한울 노동당 부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면서 밤을 지샜다. 답답한 마음이 크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맨 몸으로 막는 것밖에 없어 이 자리에 있었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대의 한 학생은 “여기 모든 이들이 밤샘을 했다. 눈을 붙여도 쪽잠을 잤다. 어제 왔다가 시신탈취 시도 소식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25일 밤, 장례식장 입구를 통제하는 경찰 [사진/ 정운 기자]

시신 탈취 가능성이 가장 많은 지하주차장 진입로에선 100여 명의 남녀 청년들이 자리를 지켰다. 다양한 청년들은 지하주차장 입구를 매우고 이어진 약식 집회에서 왜 이 자리를 떠날 수 없는지에 대해 말했다.

교대생이라고 밝힌 한 청년은 “나중에 교단에 설 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서 두렵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 왔다는 한 대학생은 “티비방송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기서 연대의 힘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다른 한 대학생은 “지난 금요일 사드 반대 집회가 끝나고 백남기 농민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왔다. 2, 3일 간 같은 동아리 학생들과 지키고 있는데 지금은 끔찍해도 우리가 싸워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 중 함성을 지르는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집회 중 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함께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현장을 지킨 40대의 여성은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그곳에 있다가 시신침탈 시도 소식에 자리를 옮겨 왔다. 머릿수 하나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영장이 기각돼 다행인데 정부가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외면하다가 사망 소식이 나자 마자 경찰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국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참담하고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오전 6시 30분 경 대책위는 밤샘 농성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세월호 희생자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박석운 백남기대책위 공동대표는 “부검영장이 기각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모두가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317일 동안 정부가 백남기 농민에 대해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세월호에도 백남기 농민에도 똑같은 일을 해왔다. 이것이 방기된다면 또다른 세월호 희생자, 또다른 물대포 희생자가 나올 것이고 그것은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이 작은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진상규명과 살인자 처벌을 위해 나서자”고 제안했다.

세월호 희생자 고 오영석 군의 어머니는 “부산, 성주에서도 왔고, 4.16 세대도 다양한 청년들이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도 올라오셨다. 같은 희생이 시간과 지역만 바꾸어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꼭 이뤄져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여러분이 계속 나서주셨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대책위는 오늘 1시 대책위 대표자 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확정해 2시 기자회견을 열어 밝힐 예정이다.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집회는 오늘 저녁 7시에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남기 농민의 빈소 [사진/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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