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 혜택 받으며 청년들 ‘불법파견’ 전락시킨 나쁜 기업

만도헬라, ‘불법파견’ 흔적 지우기...정몽원 일가의 노조파괴 시즌2

재계순위 30위권에 드는 대기업 계열사의 정규직이라고 했다. 급여수준과 근무환경은 지역에서 최고 수준, 평생 동안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도 했다. 20대~30대 초반의 청년들이 구인 대상이었다. 청년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인천 송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독일과 국내기업이 합작해 만든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가 됐다. 거기서 그들은 듣도 보도 못한 노무대행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12시간씩 주야 맞교대를 했고, 시급 7260원을 받았다. 하지만 작업 지휘와 명령은 원청 직원의 소관이었다. 말로만 듣던 불법파견이었다. 노동조합을 조직하자 원청 관리자들이 회유와 협박을 했다. 노조 결성 한 달 만에 ‘평생 동안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큰 소리 쳤던 하도급 업체는 폐업을 선언했다. 대한민국 경제특구 1호인 인천 송도의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출처: 만도헬라 홈페이지]

평생 일할 수 있는 정규직? 만도헬라의 불법파견 지우기

채용 정보는 그럴 듯 했다.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 전자부품 생산 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공고문에는 ‘당사 정직원으로 장기간 근무 가능하며, 인천지역 내 급여수준 및 근무환경은 최고’라고 기재해 놨다. 한라홀딩스가 지분 50%를 보유한 ㈜만도헬라의 취업 정보였다.

한라 계열사의 정규직 사원이라는 허상은 얼마 가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만도헬라에 입사한 생산직 노동자들은 ‘서울커뮤니케이션(SC)’과 ‘에이치알티씨(HRTC)'라는 도급 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었다. 작업장에서는 만도헬라의 로고가 찍힌 작업복을 입었지만, 그들은 만도헬라의 직원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업무 지시 및 감독, 인사 권한 등은 원청 직원들에게 있었다. 명백한 불법파견이었다. 노동자들은 지난달 12일, 비정규직노조를 결성했다. 350명 중 30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원, 하청 관리자들이 노조 탈퇴를 회유, 협박하기 시작했다. 한 달 후에는 도급업체 HRTC가 폐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증거인멸이 시작됐다.

배태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장은 “도급업체 서울커뮤니케이션은 최근 경영진을 꾸리고 생산팀장, 품질팀장, 소장 등을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출범하자 서둘러 불법파견 흔적을 지우고, 진성도급화를 꾀하려는 의도였다. 노조 출범 전까지는 모든 작업 배치 및 변경, 업무 지시 및 감독, 근태 관리, 징계, 근로시간 결정 등의 권한이 원청에게 있었다. 배 지회장은 “현장에서 하청 업체 관리자를 만날 일이 없다. 내 경우, 노조 설립 전까지 원청의 보전팀 과장이 업무 지시를 했다”며 “보전팀 과장은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인사 조치 시키겠다, 자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페이퍼 도급 업체가 ‘불법파견’에 대응하는 방식

또 다른 위장도급 업체인 HRTC는 폐업까지 선언하며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있다. HRTC는 지난 3일, 노조 측에 만도헬라와 생산 도급업무를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 결성 한 달 만의 폐업 선언이었다. 사유는 윤 모 대표이사의 허리디스크와 대상포진. 진성도급화로 현장을 지우는 SC와는 또 다른 행보였다. HRTC가 사업을 포기하자마자, ‘베스템프’라는 새로운 도급업체가 선정됐다. 일각에서는 HRTC가 원청과 도급관계를 포기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270여 억 원에 달하는 원청과의 도급 계약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HRTC의 사업 규모 및 방식은 SC나 베스템프와는 다르다. SC는 자본금 5억 원의 아웃소싱 업체로 관공서, 제조업, 금융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베스템프 역시 전문 인력 파견 업체다. 반면 HRTC는 만도 헬라 이외 사업장의인력 공급 기록이 전무하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만도헬라 생산직 인력만 채용했다. 이 업체 대표 윤 모 씨는 2014년 7월, 인력 파견업체인 ‘에이치앤에스’라는 법인을 또 하나 설립했다. 자본금 2천 만 원 짜리 회사다. HRTC와 에이치앤에스의 소재지도 똑같다. 노조에서는 HRTC가 현대차 출신의 퇴직자가 설립한 회사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는 현대차에 가장 많은 생산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2008년 정몽원 회장이 만도를 되찾을 때에도 범 현대가의 도움이 컸다.

사실 ‘노조결성-불법파견 의혹제기-하청업체 폐업’은 불법파견 은폐를 위한 전형적인 수순이다. 불법파견 대표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에서도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한 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면 하청업체가 폐업해버리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HRTC 측에 업체 현황 등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직원 A씨는 “사무실에 혼자 있다. 입사한 지 1년 밖에 안 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음 날 또 다른 직원 B씨도 “할 얘기가 없다. (내용은) 사장님(윤 모 씨)이 알 거다. (폐업 여부도) 알지 못한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B씨는 현재 업체 직원이 160명 정도라 밝혔지만, 본사 주소를 묻자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경제특구 혜택 받으며 청년들 ‘불법파견’ 전락시킨 나쁜 기업

만도헬라는 2008년, 만도와 독일 부품회사 헬라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센서를 생산한다. 현재는 한라홀딩스와 헬라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정몽원 회장이다. 한라그룹은 2016년 재계 순위 36위를 기록한 기업집단이다. 그리고 만도헬라의 대표이사는 정몽원 회장의 처남인 홍석화 씨다. 한라 I&C사장이던 홍 씨는 지난 2015년 7월 만도헬라로 자리를 옮겼다.

만도헬라는 한라홀딩스에게는 알짜배기 자회사다. 2015년 매출액 4350억, 영업이익 360억, 당기순이익은 246억 원을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만도헬라의 성장세에 힘입어 한라홀딩스의 기업가치 역시 상승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만도헬라의 실적 개선이 한 몫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라는 대한민국 1호 경제특구에 만도헬라와 같은 자회사를 설립하며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한라홀딩스의 자회사 ‘만도헬라’와 만도의 자회사 ‘만도브로제’는 인천 송도에 회사를 설립하며 무상 임대 혜택을 받았다. 무려 50년 간 무상 임차가 가능하다. 만도헬라와 만도브로제 등 부지 무상 임대 혜택을 받은 5개 기업의 면제 액수는 1천 3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자유구역 입주 특혜를 받고, 불법파견을 양산하며 이중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에서는 자동차 전기모터를 생산하는 만도브로제 역시 파견 형태의 인력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배태민 지회장은 “과거에는 이곳도 도급업체 SC가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라홀딩스-만도-만도헬라-만도브로제 등 계열 회사 간의 인력교체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김경수 만도브로제 비상무이사는 만도헬라의 1대 사장이었다. 만도브로제 이상열 대표이사는 한라스텍폴 대표이사 출신이다. 만도헬라의 황인용 2대 사장은 한라마이스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심지어 최근 만도헬라 인사팀장으로 발령받은 허 모 씨는 2012년 만도 노조파괴 당시 노무관리 부서에 있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만도헬라의 대표이사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처남 홍석화 씨며, 경영실권자는 정몽원 회장이라고 나와 있다.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시급 7260원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배 지회장은 “(채용정보에 기재된 만큼 임금을 받으려면) 한 달 4~5번 특근과 잔업을 모두 해야 할 것”이라며 “예전에는 공장장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우수사원은 정직원을 시켜주겠다고 공표를 했다. 하지만 정직원은 고사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하대하고 인격모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 6일, 인천지방법원에 만도헬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원청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있으므로, 원청이 직접고용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이다. 현재까지 만도헬라 측은 “담당자가 없다”며, 한라그룹 측은 “(정몽원 회장과) 직접적 관계가 없고,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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