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여야정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에 “정치적 개악 야합”

장시간 노동, 불규칙 노동시간 조성하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정부와 국회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강행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기업과 자본을 위한 개악 입법에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는 정치적 개악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51조)는 일정 단위 기간을 두고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제도다. 탄력근로제는 법정 노동시간 주 52시간을 초과해 특정 주에 64시간 노동까지 가능케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일이 많은 날에 노동시간을 늘리고, 없는 날엔 노동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의 평균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기업엔 유연성을 주고 노동자에게는 불규칙한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취업규칙에 따른 2주, 노사 합의에 따른 3개월 이내다.

앞서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지난 5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합의, 여야는 8일 관련법 개정을 연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8일 민주노총 1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는 더 나쁜 조건으로, 더 일하고, 덜 받도록 하는 개악이며, 노동시간 단축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 단위 기간이 확대될 경우 주 64시간 장시간 노동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도 받지 못한다. 안정된 노동시간과 조건이 아니라 불규칙한 노동시간으로 노동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노동조건이 악화한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업주의 배만 불리는 개악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ILO 핵심협약 비준 등 개혁 과제는 단 한 차례도 다루지 않고, 재벌 요구에 기반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에 합의했는데, 이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휴일노동수당 중복할증 폐지하고 주 40시간 노동시간 단축도 유예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어불성설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중단을 요구한다. 동시에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을 통해 사회 대개혁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로 피해가 예상되는 노동자의 발언도 이어졌는데,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오세윤 지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사람을 갈아 넣지 말라’는 장시간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탄력근로제는 장시간 노동의 합법화일 뿐만 아니라 4차 산업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생산성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또 정부는 기업 의견만 듣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겠다는데, 이는 대화를 강조하던 정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곽형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도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여름에 에어컨을 고치는 엔지니어는 주 60시간, 70시간 노동을 하는 구조에 처한다. 현재도 여름 성수기에 많은 엔지니어가 화상을 입거나 고공 작업 중 추락하는 산재가 자주 발생한다. 장시간 노동은 산재 등 여러 위험을 만든다”며 “또 탄력근로제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게 되면 그나마 지금 받던 시간외수당도 빼앗기게 된다. 우리로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8대 입법 과제’를 발표했다. 입법 과제에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적극적인 노동법 개정 △국민연금법 개정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및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법 재개정과 추가 개악 저지 △사회서비스공단(원) 설립을 통한 공공성 확보 △산별교섭 제도화 △고용보험법 및 징수법 개정 △위험의 외주화 금지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산재 사망 기업 처벌 강화)이 담겼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오는 21일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