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용역노동자, 본관 기습 시위…“업무방해 아니고 쟁의행위”

정규직 전환 아닌 자회사 꼼수 규탄…"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산은부터 노동 존중해야"

정규직전환협의기구의 파행적 운영을 규탄하며 어제 경고파업에 나섰던 KDB산업은행의 용역노동자들이 본점 로비를 점거하고 기습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오는 12일 정규직전환협의기구 21차 회의에서 표결로 자회사를 밀어붙인다면 더 큰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KDB산업은행에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산업은행분회(분회장 남용진) 조합원 100여 명은 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로비를 점거했다. 청원경찰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곧 스크럼을 짜고 집회를 시작했다. 몇몇 산업은행 직원들이 “업무방해”라며 해산을 요구했지만 “정당한 쟁의행위이며, 이 같은 항의가 오히려 쟁의행위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이들은 용역회사인 두레비즈 운영상의 문제점을 짚고, 정규직 전환 과정을 밀실로 가두려는 산업은행을 규탄했다.


남용진 분회장은 “정규직전환 방식을 두고 이견이 많아 공개 토론회를 요청했지만, 비노조원만 골라 노동자 10명을 선정해 오늘 오후 4시에 열리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관련 토론회’에 참석시킨다고 한다. 노동자 대표인 노조가 참여하지 않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토론회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모르겠지만 다음 주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 자회사로 표결을 부친다면 물리력으로 끝까지 막아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라고 엄포를 놨다.

하해성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밀실 야합”이라며 비공개 토론회의 부당함을 따졌다. 하 조직부장은 “오늘 토론회는 어떤 논의 없이 자회사 방안을 표결에 부치는 게 말이 되냐 따졌더니 급하게 만들어졌다”라며 “노조 가입한 사람은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취재하고 싶다는 기자들도 막고 있는데 이게 무슨 토론회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면 누가 산업은행을 신뢰하고 정책을 따라가겠나"라며 "수많은 기업을 상대로 국책은행으로서 지도하려고 한다면 내부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산업은행 본점 및 강남합숙소 청소, 조경 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한 두레비즈는 2005년 산업은행 행우회가 100% 출자해 만든 용역회사다. 이후 산업은행 지점들과 계약을 맺어오다 2010년엔 본점의 청소 및 시설관리 등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산업은행 임직원의 ‘인생 2라운드’를 위해 산업은행이 용역자회사를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 3월, 산업은행 업무지원 부장으로서 산업은행을 대표해 두레비즈와 계약을 맺은 송 모 씨는 4개월 뒤인 2016년 7월, 두레비즈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연봉은 1억 5천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오늘 기습시위 현장에 나오기도 했던 송 모 대표이사는 이러한 의심에 대해 “향우회가 만든 회사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비리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설명하며 “취업심사대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기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가 이에 해당한다. 2010년 산업은행은 두레비즈를 ‘자회사와 동일한 관계’에 있는 회사라 주장하며, 수의계약을 허용해달라는 공문을 기획재정부에 보낸 바 있는데, 기획재정부 역시 이를 승인해 실질적 자회사라는 것을 인정했다.


김영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수출입은행분회 분회장은 연대 발언에서 “우리 조합원들은 11시간 근무하고 한 달에 123만 원 받을 때 낙하산으로 내려온 송 사장은 얼마를 받았나. 송 사장은 여러분을 위해 존재한다며 모든 걸 해줄 각오가 돼 있다고,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의 행태로 봐서 믿을 수 있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용역회사가 45억의 이익배당금을 나눠주려면 얼마나 직원들의 고혈을 짰겠나”라며 “아프다고 하면 휴가 주는 대신 해고하고, 대체근무 수당 아껴 사장의 고액 연봉으로 들어갔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