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정부, 19일까지 진상규명위 답변 줘야”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신뢰 못 해…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필요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정부에 최소한의 선결 조건을 담은 요구안을 던지며 19일까지 답변을 촉구했다. 이번 대정부 요구안은 고 김용균 씨의 장례를 설 전에 치르기 위한 것으로, 만일 19일까지 정부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다면 시민대책위는 대통령을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고 김용균 씨 유족은 11일 오전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부 요구안의 내용과 대책위의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대책위는 “더 이상 김용균 님의 장례를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가 1월 19일까지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주길 엄중히 요구한다”라며 “만일 이때까지도 정부가 답변하지 않는다면,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힘들더라도 더 크고 처절한 싸움을 준비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과 더 가까이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대통령이 위로 차원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한 채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라며 “어떤 사람들은 산안법이 통과됐으니 이번 사건이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았냐고 한다. 마치 산안법이 통과되고 대통령의 위로를 받으면 다 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진상이 밝혀지기 바라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도 강력히 해주길 부탁드린다”라며 “아들의 바람대로 비정규직이 정규직화돼 인권을 찾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시민대책위의 요구안은 △독립적이고 권한을 가진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2인 1조 원칙과 주 52시간 노동시간 준수를 위한 안전 인력 확충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 등이다.

시민대책위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신뢰하지 못한다며 별도의 <진상규명위원회>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기 위해 정부와 유족, 시민대책위가 공동으로 진상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태의(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물청소로 증거를 훼손했다. 증거 훼손을 막기 위해 시민대책위가 특별근로감독 참관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거부했다”라며 “이미 훼손된 현장을 보고 더 이상 이번 조사를 신뢰하는 건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전력산업 특수성 때문에 일반 조사로는 진실 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이상윤 공동대표는 “국가 기간산업을 내세우며 회사는 보안을 강조하고 있고, 그렇다 보니 비밀집단처럼 돼서 노동부도 조사를 힘들어했다”라며 “2017년 특별근로감독, 2018년 안전진단을 시행해도 사고가 반복됐듯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선 일반 조사로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가 밝힌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대상은 5개 발전회사와 민간 발전소 중 1개, 총 6개 회사다. 조사 범위는 안전 관리 시스템, 원하청 등 운영 및 고용 구조, 조직 문화, 작업 환경 및 노동 조건 등이다. 위원회 위원으로는 시민대책위가 추천하는 현장 노동자, 전문가들, 정부 추천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시민대책위가 추천해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시민대책위의 주요 요구다. 발전소에서 연료환경설비운전(2400명), 경상정비(3000명) 업무를 하는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5,400명 정도다. 시민대책위는 정부 관계부처(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와 발전 5개사,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사전 협의체를 즉시 구성하고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오는 12일 열리는 4차 범국민 추모제, 19일 5차 범국민 추모제를 통해 더 많은 노동자, 시민들을 모아낼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1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광화문에서 개최한다. 이밖에 서울, 인천, 경기, 부산, 충남 등 전국광역시도와 시군구별로 고 김용균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평일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밖에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을 비롯해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각계각층의 활동도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비정규직 악법 폐지, 불법파견, 공공부문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18일부터 청와대 앞 1박 2일의 상경투쟁을 전개한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11일부로 종료한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특별근로감독은 애초 2주로 예정돼 있었지만 연장됐다.

조성애 시민대책위 진상조사팀장은 “조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노동부는 하청업체가 계속 드러나고 있어서 그 업체들을 조사하느라 늦었다고 답했다. 이는 복잡한 발전소의 하청구조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대정부 촉구 및 대국민 호소문

김용균 님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합니다. 유가족의 호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한 달이 지나도록 김용균 님의 장례를 아직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유가족은 '용균이가 진짜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용균이의 동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때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비통한 마음을 담은 이 요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지난 한 달간 힘을 내서 싸웠지만, 변화를 거부하며 버티는 적폐의 벽을 아직 뚫지 못했습니다.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물청소로 증거를 훼손하고 현장노동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했습니다. ‘위험한 현장을 멈춰달라’고 요구한 유가족은 고용노동부 셔터에 갇혀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증거훼손을 막기 위해 시민대책위원회가 특별근로감독 참관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거부했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요구에 정부는 '쉽지 않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기득권의 공모는 너무 힘이 셉니다. "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는 청와대 밖에서 너무나 공허합니다.

1월 19일까지 정부의 답변을 요구합니다.

더 이상 김용균님의 장례를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정부에 1월 19일까지 다음의 요구에 대한 답변을 줄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첫째, 권한 있고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요구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사’가 아니라 ‘규명’입니다. 경찰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은 사고의 겉면만 다룰 뿐, 김용균님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습니다. 꼬리는 자를 수 있을지 몰라도, 진짜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둘째,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발전소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결단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정책에도 부합합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모두가 관련되어 있는 사안이기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공무원도 따르지 않는 대통령의 말만 되풀이하며 보낸 시간이 벌써 한 달입니다. 전국의 추모 행렬이 서울로 모여드는 1월 19일까지 정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합니다.

만일 이 때까지도 정부가 답변하지 않는다면,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힘들더라도 더 크고 처절한 싸움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과 더 가까이에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강도 높은 2단계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 힘을 모아주십시오. 1월 19일, 광화문 광장에 모여 주십시오.

유가족의 눈물 어린 호소로 28년 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김용균법’이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김용균님과 그의 동료들이 적용받지 못합니다. 연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죽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김용균이며, 김용균의 부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여러분, 이 참담한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가 했던 약속,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하겠다"던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십시오.

1월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만나 함께 외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