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기수 85%, 부당한 지시 거부 시 기승기회 박탈

“죽음을 향한 무한질주 멈춰야”

경마기수의 60%가 부정한 지시를 경험했고, 85%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기승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는 12월 11일 오전 11시 30분 정부서울종합청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마기수 노동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경마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조사에는 전국 경마장(부산·서울·제주) 전체기수 총 125명 중 75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기수는 59%에 달했다. 기수는 조교사로부터 업무지시와 기승료(말 훈련비)를 받고 있어 사용자-기수 관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지시에 반하는 경우 기승계약이 해지되거나 기승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시를 거부하면 발생되는 문제로 기승기회가 축소된다고 답변한 비율은 85%였다. 다리가 안 좋은 말을 타도록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안전과 직결된 문제도 있었다.

노조는 특히 ‘선진경마’를 표방하고 있는 부산경남경마공원(부산경마공원) 기수들의 건강상태, 사고횟수 등의 비율이 타 경마장 기수대비 현저히 나쁘다고 전했다. 부산경마공원 기수의 61%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답해, 서울경마공원(48%), 제주경마공원(36%)보다 월등히 높았다.

3일 이상의 결근일이 발생한 사고 발생률(2019년 기준)은 45%에 달했다. 경마장별로는 부산경마공원이 67%, 서울경마공원이 45%, 제주경마공원이 36%로 드러났다.

마사회는 △기수면허 유지권 △조교사면허 취득권 △마방대부 심사권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기수들은 마사회가 기수운영, 조교사운영 등에 90% 이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조는 마사회가 경마 게임과 혼동해 말 산업 종사자에게도 무한경쟁체계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기승료, 경주상금으로 구성된 기수들의 월 평균수입은 300만 원 이하 22%, 1000만 원 이상 22%로 수입의 격차가 매우 컸다. 노조는 경쟁성 상금 비율을 축소하고, 비경쟁성 상금을 확대해 적정 생계 보장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전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훈련시간, 경마일정, 상금배분 비율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권한은 모두 마사회에게 있다”며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데도 고용형식상 몇 가지 변칙을 들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순위에 못 미치면 퇴출시키는 이 악습은 경마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기수와 말관리사들이 안전하고,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자 한다면 지금과 같은 죽음을 향한 무한질주를 멈춰야한다. 마사회가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서 규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계약관계 개선(조교사 처벌조항 마련, 조교사협회-기수지부 임단협 체결 등) △성적 연동 및 기승횟수에 따른 면허 갱신 폐기 △마사대부 심사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부산경마공원에서는 지난 11월 29일 마사회-조교사 부조리를 폭로하며 사망한 고 문중원 기수를 포함해 2년 사이 4명의 기수와 말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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