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교수님 강의료가 2만9000원이라구요?

[대학원생노조 연속기고③] 나의 강사 분투기

내가 대학 강사로 강단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로부터 시작됐다. 박사 입학 후 학과 사무실에서 교육조교, 연구소의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3학기였던 6월 초쯤에 모든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전일제 학생이며 곧 박사수료를 앞두고 있는데,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은 불안한 상태에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됐다. 그냥 뭐 마지막 학기니 공부나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원 연구실에서 보냈다.

그러던 중, 학과의 전공교수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요즘 연구소 일 잘하고 있냐?’라는 말을 먼저 하던데 ‘뭘 나한테 시키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지만 최대한 공손하게 “아, 교수님 최근에 연구소를 그만뒀습니다. 그냥 대학원 연구실에 왔다갔다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너, 강의를 한 번 해볼 수 있겠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인 것도 같았고, 하늘을 붕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첫 강사 생활은 14년 2학기, 박사 4학기부터 시작됐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박사급 강사 선생님이 강의를 포기하면서 나에게 그 기회가 오게 된 것이었다. 우연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를 찾아왔다.

나의 강사 분투기

그렇게 풋내기 박사 재학생 강사가 갑자기 3학점 과목 3분반을 담당하게 됐으니, 강의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엄청나지 않았겠는가?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무슨 수업자료로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등등 모든 것이 걱정 투성이었다. 선배 강사 선생님들께 연락해서 조언을 구했는데, 다들 처음 강의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여 대학 강단에서 수업을 했던 첫 학기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학생 수가 한 분반에 60명이 넘어가도 힘든 줄 몰랐고,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과 같이 대화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강의가 배정되지 않았고, 모교에서 강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나는 생계를 위해서 여러 대학의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강사 채용공고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학교에 지원하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결실이 있어 처음으로 타 대학에 출강을 하게 됐다. 모교의 강의경력 밖에 없던 나를 채용한 대학은, 부산에서 2시간 이상의 거리에 있던 전남 순천의 모 전문대학이었다. 2학점 1과목에 강의료는 30,000원. 한 달에 24만 원 정도인데 강의료는 차비로 다 써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 하나가 절실했으며, 이것이 나의 경력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출처: 비정규교수노조]

해도 뜨지 않은 아침에 목포행 경전선에 몸을 실고 북천역의 아름다운 양귀비 꽃밭의 경치를 감상하며 매번 순천역에 내려서 강의를 했다. 대학 앞에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이 있지만 그 경치를 감상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첫 출강의 기억은 새로웠고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금은 젊은 강사 치고는 꽤 여러 대학의 출강 경험을 갖게 됐다.

‘학문후속세대’와 학술생태계

누구에게는 대학이 취업을 위해 잠시 지나가는 곳이지만, 학문과 연구에 뜻을 품은 사람에게는 평생의 터전이 된다. 학부생은 학문과 연구에 뜻을 두어 대학원생이 되고, 대학원생은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대학에서 학부생을 가르치는 강사의 꿈을 꾼다.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강의경력이 필요하며 그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대학 강사경력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연구자에게는 학부생-대학원생-강사-교수의 학문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08월 01일자로 시행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학문후속세대’를 대표하는 대학원생은 위기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강사법은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대학원생-신규 박사학위취득자에는 강의경력이나 실적에서 시작부터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강의를 할 수 없다고 하면 과연 누가 대학원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려고 하겠는가?

교육부는 강사법 통과 전 강사 공개채용의 상세내용을 정하는 강사법 매뉴얼 TF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대학원생노조는 학문후속세대 강사대표 1인으로 참여해, 강사 공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학문후속세대 임용할당제’를 주장했고 이를 강사법 매뉴얼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권고사항으로만 합의됐다. 강제성이 없다면 대학이 학력 있고 강의경력 많은 사람을 쓰지, 학위가 없고 강의경력 없는 대학원생을 쓰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젊은 강사들의 절규

비박사 계열의 강사는 대부분 젊은 대학원생(박사수료) 강사이다. 대학원생노조에서 전체 조합원 중 강사 조합원 비율은 10~20%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의외로 강사 조합원은 서울보다 지방이 훨씬 많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며, 한국의 인구 절반은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이는 곧 대학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대학원생을 배출하는 곳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박사학위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대학들은 굳이 박사수료생 강사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은 강사 공채에서 자격요건이 ‘박사학위자’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수도권 대학원생들은 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으며, 이는 곧 교수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문생태계 한 축의 붕괴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문후속세대 강사들은 차선책으로 수도권 전문대에서 더 눈높이를 낮춰 지방 사립대나 전문대까지도 지원을 하며 출강을 한다. 전문대의 강의료는 2만 원~3만 원 수준이다. 차비 값도 나오지 않는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도대체 이들의 지식을 누가 빼앗고 훔치고 있는 것인가?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내가 또 다른 전문대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과 함께 김민섭 씨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책을 읽으면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한 학생이 “그러면 교수님은 강의료 얼마 받으세요?”라고 하길래 “2만9,000원 받는답니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해주니, 학생들이 너무 놀라며 나에게 “왜 대학에서는 그것 밖에 안줘요?”, “저희가 내는 등록금으로 주면 되지 않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날 수업은 참 비참하기도 했지만, 학생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도 됐다.

2020년 1학기 전국 사립대학의 평균 강사료는 5만5,900원이다. 최대 학점 6학점을 받았다고 가정하고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연봉 1,100만 원 정도가 된다. 대학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연구노동자인 대학강사가 받은 임금은 우리가 살아갈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학문후속세대 강사는 이와 같은 기회조차 받기가 어렵다. 이것이 대학원 박사수료생 젊은 강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대학 강사

대학원생은 학생연구원, 조교, 학회 간사 등 대학 여러 분야에서 노동을 하며 대학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학 강사 직군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우리가 그렇게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강사법에서 풀지 못한 과제는 노동자라면 당연히 보장받는 퇴직금과 건강보험 문제다. 현행 퇴직금과 건강보험은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강사의 주 당 강의시간은 6시간이니 15시간을 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퇴직강사가 대학에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대학교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에는 주당 강의시간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 평가나 학사행정업무 처리 등의 준비시간도 포함’된다는 판단으로 강사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의 퇴직금 소송에서 이와 같은 판례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건강보험 가입문제도 이와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9월, 각 대학에 1년 간 주 5시간 이상 근무한 강사들에게 퇴직금 지급준비를 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동안의 법원의 판례를 인용하며 ‘주 5시간 강의한 강사들은 그의 2배인 10시간을 강의 준비와 평가에 할애한다고 보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 ‘이에 따라 총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이 되므로 주 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생각하며 3년간 퇴직금의 70%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대학이 사용자로서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우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용감축의 대상으로 강사를 소비해왔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계약관계이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사용자는 노동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자본을 지급한다.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맺는 계약인데 실제로는 자본을 쥐고 있는 사용자의 논리에 따라 모든 것이 좌지우지된다. 사용자는 너 말고도 뽑을 사람 많거든? 아쉬우면 네가 눈을 낮추든지? 라고 말한다. 대학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학원생-강사 개인이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와 인격을 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노동조합인 것이다.

대학원생노조는 대학원생의 4대 직군을 대표해 10월 초순부터 국회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원생 조교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코로나 방역(출입 발열체크 등)에 투입되고, 학생연구원은 대학에서 실험을 하다가 다쳐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학회간사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보수 노동에 시달리며, 대학 강사는 정당한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생노조는 앞으로도 대학원생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며, 대학 학문후속세대 강사를 보호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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