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탈퇴하면 2천만원’…LG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수사 촉구

3월부터 8명 노조 탈퇴…노조 “모두 금품과 함께 탈퇴 회유 받은 것으로 파악”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LG측이 농성 중인 조합원들을 접촉해 노조 탈퇴를 대가로 2천만 원의 금품을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는 LG측 원·하청이 공모해 전면적인 노조파괴 행위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또 노동부와 검찰의 부당노동행위 수사가 지연되면서 노조 피해가 커지는 것이라며 빠르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는 8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LG측 부당노동행위 수사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업 농성 114일째 되는 날이었다.

엘지트윈타워분회는 “지수아이앤씨는 개별 조합원과 만나 일체의 노조활동과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회사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그 즉시 계좌이체로 2천만 원을 지급했다”라며 “원청인 에스앤아이가 공문으로 교섭을 요청하는 동안, 용역업체가 뒤에서 돈다발을 흔들며 조합원들을 회유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엘지트윈타워분회에 따르면 LG측은 최근까지 교섭을 요청하면서, 뒤로는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대가로 2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 3월 30일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와의 첫 교섭이 열렸는데,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는 교섭 앞뒤로 조합원들을 접촉해 합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거액의 금품을 제공했다. 노조가 조합원을 통해 입수해 공개한 합의서 내용에는 사측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어떤 행위나 지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수아이앤씨가 개별 조합원에게 2천만 원 계좌이체한 내역 [출처: 엘지트윈타워분회]

기자회견에서 서 모 조합원은 “4월 4일 저녁, 3월에 말없이 탈퇴했던 조합원으로부터 연락 한 통을 받았다. 본인은 노조 탈퇴하고 2천만 원을 받았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나더러 노조에서 탈퇴하라고 했다. 또 지수아이앤씨가 곧 매각되면 고용보장이 어려우니 지금이라도 노조에 탈퇴하는 게 이득이고 했다”라며 “이 전화를 받고 다음날과 다다음날 조합원 일부가 사라졌다”라고 증언했다. 서 조합원은 “돈 앞에서 누구나 흔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 LG가 아무리 돈을 갖고 장난쳐도 우리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지수아이앤씨가 실제로 2천만 원을 지급했다는 사실은 한 조합원의 폭로 때문에 알려질 수 있었다. 합의서에 서명하고 2천만 원을 받았지만 평생 창피하게 살고 싶지 않다며 그 돈을 돌려줬고 이 과정을 노조에 이야기했다”라고 밝혔다. 김 부지부장은 “연봉만한 액수를 위로금으로 들이미는 탓에 조합원들도 갈등을 많이 하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삼성이 노동자들에게 했던 부당노동행위보다 더 치졸한 행위를 지금 LG그룹이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엘지트윈타워분회는 3월 1일, 4월 5~6일에 탈퇴한 8명이 모두 동일한 경로를 밟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원청 에스앤아이 모 임원이 ‘탈퇴한 조합원들에게 사측이 상당액의 금품을 지급했다’는 이야기를 실수로 흘린 바 있다.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지난해 말부터 청소노동자들을 불러 사직서에 도장을 찍으면 300~500만 원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회유했는데, 탈퇴 조합원들에게 2천만 원의 금품이 제공된 것으로 확인된다.

김형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에스앤아이와 지수 측의 노조탈퇴 회유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는 에스앤아이와 지수의 이러한 행위, 즉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행위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90조는 그러한 행위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지난 1월 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에스앤아이와 지수, 백상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라며 “그 사이에 에스앤아이와 지수 등이 공모하여 한 부당노동행위의 증거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노동부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신속히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그 증거들을 확보하고, 에스앤아이와 지수 등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낱낱이 밝혀, 죄가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한다”라고 수사를 촉구했다.

에스앤아이 “노조탈퇴 유도 주장, 사실 아냐”

한편 이날 에스앤아이는 노조에 공문을 보내 기자회견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에스앤아이 측은 해당 조합원들은 전원 모두 스스로 본인들이 먼저 지수아이앤씨에 요청하여 합의를 하였고 이에 대한 모든 과정과 증거들이 있다”라며 “명확한 증빙들이 모두 있는 상황에서 전혀 다른 허위사실 유포와 사실관계 왜곡은 당사와 LG그룹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수아이앤씨가 지난해 말부터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 통화를 시도한 증거들 [출처: 엘지트윈타워분회]

또한 에스앤아이 대외협력팀은 조합원에게 지속적으로 문자와 전화 등을 시도한 것에 대해선 “회사가 제시한 고용유지 방안과 개인이 원하는 근무 장소 등에 대해 개인 의사를 듣고 상담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것들에 대한 답변 등 노조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노조탈퇴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수아이앤씨가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합의서’는 이에 서명한 이들에게 사실상 노조 탈퇴를 지시하고 있다. 제3조 업무방해, 비방 등의 금지 항목을 살펴보면 “기타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일체의 행위나 해당 행위들을 위한 행위들에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법적인 문제를 의식해 직접 노조 탈퇴, 쟁의행위 중단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포괄적으로 이를 규정해 일체의 쟁의행위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라며 “노조 활동에 단순 참여하거나, 가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도록 규정해, 사실상 노조를 탈퇴해야만 충족되는 조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에스앤아이의 소송 대응 발표에 “LG측의 주장대로라면 노조 탈퇴자가 전화해 2천만 원을 제안하고, 개별 면담으로 합의서를 작성해 서명하고, 서명하기 무섭게 즉각 2천만 원이 입금된 것이 모두 조합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수사해 이 모두가 허위사실’인지 규명하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