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는 60원, 탈퇴하면 2천만원

[기고] LG재벌의 특이한 셈법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지역과 업종을 넘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직접행동을 아래로부터 건설하기 위해 만든 자발적인 공동행동 모임입니다. △모든 해고 금지! 모든 노동자에게 4대 보험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노조법 2조 개정)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투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매달 발행하는 온라인 소식지 기사 중 ‘비정규직의 외침’과 ‘투쟁소식’을 2월호부터 비정규직이제그만 공식 블로그와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게재합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

현금 2천만원. 청소노동자가 LG측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노동조합만 탈퇴하면 됩니다.

2019년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생활임금을 요구하자 LG 사측에서 내놓은 인상안은 10원이었습니다. 1년의 교섭과 투쟁 끝에 최종적으로 60원이 나왔습니다. 60원이면 한 달에 12,500원, 1년에 15만원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그전까지 청소노동자들은 정확히 최저임금만큼을 받아왔습니다. 수당도 없고 상여금도 없고 ‘임금꺾기’는 있는 최저임금이었습니다. 세후 2천만 원은 그렇게 청소노동자들이 받아온 세후 최저임금으로 1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2020년 11월 용역업체를 바꾼다고 통보하면서 LG측은 아예 고용승계는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개별 면담에서 몇 백만 원의 위로금을 제시하며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회유했습니다. 그 후에도 꾸준히 문자메시지로, 지인을 통해 조합원들을 흔들고 개별적으로 매수하여 노조를 탈퇴시키고자 시도해왔습니다.

3월 30일에 교섭을 했는데, 4월 4~5일에 2천만 원으로 매수해서 조합원들을 탈퇴시켰습니다. 앞에서 원청인 에스앤아이가 공문으로 교섭을 요청하는 동안, 용역업체인 ‘고모들 회사’ 지수아이앤씨는 뒤에서 돈다발을 흔들며 탈퇴공작을 했던 겁니다.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이고 LG측 원하청이 어떻게 공모하여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해왔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부당노동행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정황은 있으나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정황증거만으로 행위자를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압수수색 등 방법으로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수사매뉴얼에는 이렇게 적혀있는데, 대놓고 저지르는 LG측의 부당노동행위는 3개월째 멈추지 않습니다. 자신들은 절대 수사도 처벌도 받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 모양입니다.

50년 전 재단사 전태일은 스스로의 몸을 연료로 하여 근로기준법을 불태웠습니다. 참담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코피를 흘려가며 밤새 공부했던 근로기준법, 그러나 평화시장에서는 단 한 조항, 한 글자도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실태조사를 하고 감독관을 찾아가고 진정서를 넣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허위와 기만으로 점철된 법을 두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전을 끌어안고 불을 붙이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서울지부]

오늘 청소노동자들은 LG트윈타워 앞에서 노동조합법 화형식을 해야 할까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인데 왜 3개월째 청소노동자들은 집단해고된 상태로 길바닥에서 살아야 합니까?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인데 가장 곤궁한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돈다발을 건네며 노조탈퇴를 시키는 일이 백주대낮에 버젓이 벌어져도 왜 아무런 수사도 제재도 없습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찾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면 권리는커녕 일터에 쫓겨나는 일이 왜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습니까?

왜 부당노동행위의 기소율은 10%에 불과하고, 21세기에도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니며 재벌의 노조파괴 브로커들은 버젓이 활개치고 다닙니까?

그래서 쫓겨나고 박탈당한 노동자가 저항을 시작하면 그제서야 노동자의 손발을 묶기 위해 작동하는 법, 이러한 법을 도대체 어떤 자들이 만들고 집행하고 있습니까?

노동조합과는 1년을 교섭해도 60원 이상은 절대 올려줄 수 없지만, 노조를 탈퇴한다면 한 사람 당 2천만 원도 줄 수 있다는 재벌이 아무런 제재 없이 설치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나이든 노동자들이 1년치 임금을 준다는 제안도 거부하고 뼈마디가 쑤셔도 흔들림 없이 파업농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2021년의 한국은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