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를 다시 해고자로 만들지 말라

[기고] “대법 판결 이행하라”는 것이 죄인가

2019년 “우리가 옳다”며 세상을 뒤흔들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2019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98일간 서울영업소 캐노피 고공농성과 145일간의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 점거농성을 통해 세상의 전면에 등장했다.

[출처: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에 불법 파견된 노동자들이었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29일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라는 판결(2017다219072)을 내렸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대법 선고를 앞두고, 꼼수로 자회사를 만들어 전국의 요금수납원 6,500명을 자회사로 밀어 넣었다. 1,500명은 자회사를 거부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들을 전부 해고했다.

해고된 1,500명의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217일간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피눈물을 참고 견디며 싸웠다. 도로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등 뒤에서 귓속말로 “시험보고 와”라며 수시로 조롱했다. 그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우리가 옳다”는 신념으로 이를 악물고 싸웠다. 한국도로공사는 그들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1,5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정부의 자회사 정책에 균열을 냈고, 자신들이 옳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본사점거로 65명을 고소했고, 추가로 69명을 더 고소했다. 134명은 경찰조사를 받았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 2단독 사건(2020고단2042)에서 검찰은 18명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길게는 2년 6개월, 짧게는 6개월의 징역형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도로공사는 8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본사 건물의 회전문, 보도블럭, 잔디, 화단 등 1억 4천만 원 상당의 물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참담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정작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정신적 물적 피해를 배상해야 할 당사자는 한국도로공사다. 검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못한다. 검찰은 기업인들이 불법파견으로 수천억 원을 챙겨먹어도 아예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해도 겨우 몇 백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한다. 반면 노동자들을 상대로 징역 1년, 2년은 당연하듯 남발한다.

[출처: 민주일반연맹]

따져보자. 검찰은 18명을 상대로 공동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공동재물손괴 등을 적용했다. 과연 공동주거침입이 맞는가? 공무집행방해가 맞는가? 이미 대법원에서 그들은 도로공사 직원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주거침입인가. 그들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면담을 요청하며 본사에 들어갔다. 이강래 사장은 면담을 거부하고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막은 경찰의 공무집행은 또 정당한가.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은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18명은 무죄다. 처음부터 한국도로공사가 법원의 판결을 이행했더라면 본사 점거농성은 없었다. 해고기간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아픔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그들에게 무슨 죗값을 더 묻는다는 말인가.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는 바닥까지 보여줬다. 법원 판결과 반대로 1,500명을 해고하며 명분 없는 싸움을 8개월이나 벌였다.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를 왜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하는가.

그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주는가. 그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공기업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경찰은 해고된 그들의 정당한 활동을 막고, 검찰은 그들을 기소했다. 정부는 그들의 217일간의 절규를 외면했다.

대법 판결 이행하라는 것이 죄인가. 법원 판결을 받아도 따르지 않고, “대법 판결을 이행하라”고 싸우면 불법으로 처벌하고, 그들은 어쩌란 말인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한국도로공사의 인사규정상 해고될 수도 있다.

가혹하다. 모든 책임은 한국도로공사에 있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1월 14일 선고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의 상식적인 판결을 바란다. 사법부는 억울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다시 해고자로 만들지 마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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