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기사의 눈물, “근로기준법 준수”

SK브로드밴드 기사와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기사의 만남

“몇 개월 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기사들이 겪었던 것을 우리가 지금 똑같이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조를 시작한 지 이제 반년밖에 안 됐습니다. 법도 잘 모르고 정치도 잘 모릅니다. 단 하나 아는 것. 저는 SK 직원으로 일을 하고, SK에서 업무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당장 급여 올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복지 혜택 더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지켜라, 제발 집에 좀 돌아가자, 저녁밥은 가족들이랑 먹고 싶다 그거 요청한 것뿐인데, 저 더러운 자본은 저희를 길바닥으로 내몰았습니다. 저는 SK 직원이고 싶고, SK에서 업무 받으면서 일하고 싶을 뿐인데 저들은 제가 직원이 아니라고 합니다”


SK브로드밴드 남대구행복센터에 노조(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남대구지회)가 설립된 지 6개월. 그동안 이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센터장이 바뀌고, 4대보험이 해지되고, 기본급 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통업무로 바뀌고, 센터에서 먼 달서구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3~4일에 한번 꼴로 들어오는 업무로 지난달 임금은 평균 50만 원대였다.

22일 오후, SK브로드밴드 대구경북지사(대구시 중구 대봉동) 앞에서 정동철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남대구지회장은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하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매일매일 전주를 타는 대도 회사에서는 일방적으로 4대보험을 빼버렸습니다. 제가 죽으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제가 죽으며 누가 제 처자식 먹여 살릴 겁니까? 저는 다른 거 바라는 거 없습니다. 제 처자식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임금과 최소한의 근로기준법 준수. 그거 요구하는 겁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에서 전화, 인터넷, TV를 설치하는 비정규직 기사다. SK브로드밴드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SK브로드밴드 제품을 수리·설치하며, SK브로드밴드에 접수된 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조합원들은 바뀐 센터장에게 “너희는 SK브로드밴드 직원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노조를 탈퇴하면 급여를 3~400만 원까지 맞춰 주겠다”는 말도 들었지만, 회유에 넘어갈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자성 인정 △노동자 직접고용이라는 너무나 기본적인 요구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익숙하다. 삼성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삼성전자 제품을 수리·설치하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접수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지난해 “너희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직원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수개월 간 파업을 벌였다.

임종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분회장은 “지금 여기 집회하는 모습이... 우리가 먼저 해봤지만 많이 가슴이 아프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종헌 분회장은 “저들은 분명히 우리의 목숨 줄이 돈이라는 것을 안다. 정동철 지회장 역시 일감을 뺏기고 지역을 옮기게 됐다고 했다. 결국 돈이 없으면 우리가 싸우지 못할 것이다, 힘이 없으면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며 지난해 처음 노조를 결성했을 때를 떠올렸다.

지난해 7월 노동자성 인정과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분회를 결성한 뒤, 이들 역시 일감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그는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처음 우리가 노조를 만들 때 외근 기사들만 있었는데 그 이후로 바지사장들이 내·외근을 같이 만나지 못하게 자택에서 바로 일하러 가라고 하더라. 여기서 14년 일 했는데 그런 거 처음 봤다”며 “저들에게는 우리가 뭉치는 게 두렵고 아마 많이 겁이 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노동자는, 우리는 뭉쳐야 산다. 우리가 뭉치게 된다면 끝끝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 남대구, 동구, 북대구 지회 조합원 40여 명은 오후 파업을 벌이고, 대구지역비정규직철폐대행진에 참가했다. 이들은 오후 2시 대구시청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선포식을 열고, 대구시청에서부터 경북대병원, 북구청, 신남역을 거쳐 SK브로드밴드 대구경북지사까지 행진했다.

행진에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민들레분회, 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등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비정규직 사업장 조합원 120여 명이 참가하여, 대구지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했다.

덧붙이는 말

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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