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 넘으면 도둑놈, 23개월까지는 괜찮다는 판결”

현대차 사내하청 대법 판결 반쪽 논란...옛 파견법 2년 초과 조항 못 넘어

26일 대법원 1부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7명에 대한 불법파견을 확정하고도 근무 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수정 씨 등 3인에겐 끝내 현대차 직원이 아니었다고 판결해 반쪽 판결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현대차 원청이 이들과 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을 한 것도 아니라고 판결했다.

묵시적 근로계약이란, 사내하청업체가 독립성과 독자성이 없는 원청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내하청노동자와 원청회사는 묵시적으로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두고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권리 의무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권과 징계권을 행사함에 있어 현대차가 직접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할 구체적 자료가 없다”며 “사내협력업체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옛 파견법 조항을 들어 “위법한 근로자 파견이라는 사정만으로 적법한 근로자 파견과 달리 2년의 경과 여부와 관계없이 바로 사용 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을 저질렀지만, 불법을 되돌리는 법 조항이 없어 불법의 결과를 바로잡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결을 두고 김기덕 새날 법률사무소 원장은 “현행 파견법은 하루라도 불법파견으로 근무하면 고용의무가 있어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옛 파견법에는 고용의무 조항이 없고 무조건 2년을 초과해야 정규직 고용으로 간주하는 규제가 있었다”며 “그래서 묵시적 근로관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1심에서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실체도 없는 하청업체의 독립성과 독자성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2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머지 3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은 반쪽짜리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10년 만에 우리 앞에 놓인 판결문은 허수아비 하청업체와 바지사장을 인정한 반쪽짜리 판결문”이라며 “원청의 지시 없이는 자동차 문짝 하나 달 수 없는 가짜사장을 인정하고, 가짜회사가 독립성과 독자성이 있다고 판단한 구겨진 판결문”이라고 지적했다.

패소한 3인과 함께 소송을 진행했다가 승소한 김기식 조합원은 “정몽구가 24개월 넘게 도둑질하면 도둑놈이고 23개월까지만 도둑질하면 도둑놈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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