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만도지회 사수는 산별노조 지키는 싸움

“1, 2심 판결대로 집단탈퇴 인정 말아야”...미조직 조직화, 지역투쟁, 연대 등 역할 강화해야

2010년 경주 발레오만도에서 회사 주도로 금속노조 집단 탈퇴를 결의하는 총회가 열렸다. 금속노조 탈퇴는 친회사 세력을 중심으로 만든 기업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6년, 발레오만도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노동권,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임금 차별, 노조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는 친회사 노조 설립과 현장탄압의 시작점인 총회 무효를 다투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1, 2심 법원은 당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한 총회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회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규약을 인정한 것. 3월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도 “산별노조 하부 단위 조직형태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결과임에도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에 항고했다.

발레오 회사의 주장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15년을 유지해 온 노조규약과 질서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한 사업장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윤욱동 노조 사무처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모두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본 역시 다르지 않다”며 “발레오만도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산별노조 체계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산별노조에 대한 전체 자본과 정권이 가하는 공격의 또 다른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레오 한 사업장 문제 아니다”

2001년 2월 금속노조를 창립했다. 노조 규약 제7조는 ‘금속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을 추구하고 노동조합 운동의 지속적인 발전과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을 꾀하고 더 나아가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을 철폐한다’고 산별노조 창립 목적을 밝히고 있다.

산별노조는 기업, 업종, 지역, 산업 등 일체의 제한을 뛰어넘고 취업자와 실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조건을 뛰어 넘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한다. 이전 기업별 노동조합의 연합체 형태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유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만드는 것이었다.

  정진홍 지부장 직무대행은 “경주지부는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사업 인력을 배치하고 체불임금 상담 등 조직화 사업을 벌여왔다. 다양한 업종, 소수인 사업장에서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연대와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7월22일 경주지부가 1차 파업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신동준]

정진홍 노조 경주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은 “기업을 넘어 지역의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일은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정진홍 직무대행은 “기업별 노조는 기업 내부의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중소,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경주지부는 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사업 인력을 배치하고 체불임금 상담 등 조직화 사업을 벌여왔다. 다양한 업종, 소수인 사업장에서도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연대와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주지부는 지부집단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과 노동조건 개선을 합의했다. 집단교섭 이후 사업장별 합의로 확대해왔다. 2004년 지부집단교섭에서 ‘사내하청을 확대 운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합의를 했다.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지역 차원으로 집단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6년 지부집단교섭에서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5일제 시행을 합의했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 등 지역사업 산별노조 역할

경주지부는 매년 경주지역 관련사용자가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해 지역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 지부집단교섭 합의 이후 201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매 년 6천 여 만원의 기금을 지역 단체에 전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 쟁취에서 나아가 지역 차원의 활동 토대를 만들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역할 또한 산별노조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이 정진홍 직무대행의 설명이다.

개별 사업장 현안이 발생할 경우 지역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것도 산별노조의 장점으로 꼽았다. 정진홍 직무대행은 “2006년 광진상공 자본의 해고에 맞서 지역 노동자들이 네 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사업장의 벽을 넘어 금속노조는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파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산별노조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윤욱동 사무처장은 “갈수록 노동자들의 조건은 열악해지고 항시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말살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며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의 힘만으로 임금 인상, 근로조건 개선, 고용 안정을 이루기 어렵다. 더 크게 뭉치고 더 크게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레오만도의 집단탈퇴 총회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유지해 온 산별노조의 규약과 체계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회사의 주장대로라면 금속노조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업주들은 언제든지 친회사 세력을 앞세워 노조탈퇴를 종용할 수 있다. 발레오만도 집단탈퇴 소송이 금속노조 전체 사업장, 나아가 또 다른 산별노조의 질서를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근거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이유다.

윤욱동 사무처장은 “한국 산별노조 운동을 후퇴시키느냐 진전시키느냐의 중요한 지표를 만드는 판결이다”라며 “산별노조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적 역할을 더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산별노조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산별노조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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