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지원 없으면 퇴학 조치” 황당한 차별 계속되는 특수교육 현장

장애학생 학부모 496명, 장애학생 교육권 침해 인권위 집단 진정

2015년에 서울 시내에 처음으로 단 두 곳의 특수학교에서 전공과가 개설되었다. 그런데 학교 관리자들은 전공과를 개설해주면서 마치 아이들에게 떡 하나 떼 주듯이, “학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라”라는 식이다.

특수교육보조원, 사회복무요원이 다 배치되었음에도 학칙이나 모집요강에 버젓이 ‘학부모의 교내, 교외활동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입학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셔틀버스도 탈 수 없는 상황이고, 오직 자가 통학이 가능한 자, 보호자가 모든 교내외 활동 지원 가능한 자만 전공과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게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있는 지금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벌써 10년. 그러나 이정욱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읽어 내려간 학교 내 장애인 학생에 대한 차별 실태는 10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공과 입학 시 보호자 지원이 없으면 퇴학 조치할 수 있다는 규정이 학칙에 명시된 사례는 장애학생에게 무상·의무교육을 제공한다는 특수교육법의 취지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었지만, 이 또한 수많은 차별 사례 중 한 조각에 불과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4개 단체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학교에서 벌어지는 장애학생 교육권 침해 사례에 대한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차별 사례는 무려 496건에 달했다. 이마저도 단 5개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차별 사례만을 수집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전공과 과정 입학 전형 시 교육권 침해 20건, 개별화교육지원팀 운영 과정에서 학부모 참여 제한 또는 배제 100건, 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급식활동 등에 학부모참여 강요 129건, 특수교육 현장에 교육 기자재 미비 196건 등이었다.

그 중에서도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급식활동 등에 학부모 참여를 강요하는 실태는 발언에 나선 장애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성토한 것이었다. 적지 않은 특수학교에서 이런 교내외 활동에 학부모가 동반하지 않을 경우 참여를 제한하고 있었다. 특히 A특수학교의 교장은 수련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대체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자리에서 “위험요소가 있는 아이들은 집에서 쉬면서 가정교육을 받는 것이 안전에 더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교육활동 참여를 촉진해야 할 의무가 있는 학교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장애학생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오히려 학부모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B특수학교에는 호흡기에 기관을 삽관하여 숨을 쉬는 장애학생이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 교사가 이 학생에게 1-2차례 정도 가래를 뽑는 석션행위를 진행한 바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장애학생에게 삽관된 튜브가 빠져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급하게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그 때 학교장이 학부모에게 찾아와 “교사에게 의료처치를 하게 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오히려 학부모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었다. 긴급한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장애학생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학교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긴급한 의료적 지원 서비스를 방기하면서 그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특수교육법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특수교육 현장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복순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도 “장애부모들은 아이들 제 시각에 통학시키려다보니 모두가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어가고 있다. 학교가 교육적 지원을 방치하고 부모들에게 전가하는 이런 모습은 공립, 사립 할 것 없이 모든 특수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부모들의 피눈물로 만든 특수교육법이 있음에도 이런 기자회견을 해야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라고 토로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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