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살겠다. 장애인 자립생활 보장하라!” 청와대로 향한 장애인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강화, 활동지원 수가 현실화 촉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중증장애인 300여 명이 자립생활센터 장애인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못살겠다'를 한 글자씩 담은 커다란 피켓을 사람들이 나눠서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25일 광화문에서 “활동지원권리와 장애인자립생활지원을 강화하라”고 외치며 결의대회를 열고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한 뒤 청와대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을 깨고 ‘탈시설’이라는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센터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지난 13년간 동결 상태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던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보장’은 기약이 없고,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활동지원 수가로 정부는 그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날 이들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확대 및 예산증액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및 자부담 전면 폐지 △활동지원사 수가 최저임금 이상 인상 및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수행하기 위해선 이러한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IL센터 자립생활권리보장 결의대회'라는 현수막을 들고 참가자들이 도로 위를 행진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종합계획’ 수립으로 중장기 로드맵 제시해야

2016년 보건복지부 추산으로 전국에는 227개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지만 이 중 62개소만 국비 지원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물가 상승률, 임금 인상률을 반영하지 않은 채 지난 13년간 정부 예산은 센터 당 6천만 원으로 동결이다. 게다가 센터 위치와 정부 지원도 광역시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한자협 등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농어촌과 군 단위로 전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9년에는 국비 지원 센터 수를 20개소 늘리고, 센터 당 지원금액 역시 6천만 원 증액한 1억 2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가 장애인복지법상 명시 됐으나 한 번도 세우지 않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종합계획’을 만들고 센터 지원과 육성에 관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장애인활동지원 제도 역시 총체적인 문제에 처해있다. 이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 제도는 턱없이 부실하다.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하나 24시간 활동지원 보장이 되지 않고, 연령 제한, 본인 부담금 등도 문제다.

현행 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 이용 대상을 만 64세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만65세 이상이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으로 자동 전환되면서 더는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노인장기요양의 경우, 서비스 시간이 최대 5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가구 소득에 따라 기본 급여액의 최소 6%에서 최대 15%를 본인부담금으로 내야해서 장애인 이용자는 30,300원부터 최대 108,8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높은 본인부담금은 활동지원서비스를 꺼리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한자협 등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보장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권을 존중해 개인 상황에 따라 활동지원제도와 노인장기요양제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본인부담금 폐지를 최종목표로 두되 “우선적으로는 가구소득이 아닌 개인소득을 기준으로 본인부담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활동지원 수가 인상으로 활동지원사들의 열악한 노동권, 개선해야

이들은 활동지원사들의 열악한 노동권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8년 기준 복지부가 책정한 활동지원수가는 시간당 10,760원이다.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는 시급은 약 8,070원(수가의 75%)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보다 540원 많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에 미달된다. 2018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지급하기 위해서 활동보조인 시급은 최소 9,470원이 돼야 하지만 한참이나 모자란 것이다. 활동지원수가 인상률 역시 최저임금에 비하면 턱없이 더디다. 심지어 09년도, 10년도, 12년도, 14년도에 활동지원 수가는 인상되지 않았다. 인상되더라도 08년도(14.2%), 18년도(16.4%)를 제외하고는 평균 약 2.5% 인상에 그쳤다.

이에 한자협 등은 “낮은 서비스 단가가 활동지원사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야기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에서는 이를 자각하고 지원사들의 노동조건 안정화 및 처우개선, 서비스 질 확대를 위해 활동지원사의 법정수당 및 단가를 현실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진정으로 탈시설 정책을 시행하려면 보건복지부가 그 정책을 지금부터 내놔야 하는데 내놓지도 않을뿐더러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다. 이는 탈시설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이다”라고 비판하면서 “현재 상황들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뭉쳐야 한다. 확실한 장애인 정책을 정부에서 내놓을 때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양영희 한자협 회장은 “자립생활센터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지 10여 년이 흘렀으나 정부는 아직도 돈과 인력을 핑계로 열악한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면서 “24시간 활동보조 쟁취, 활동지원제도 수가 현실화 등 우리가 이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정부와 이 사회에 우리의 요구와 목소리가 끝까지 들릴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기사제휴=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참세상 제휴 언론 비마이너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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