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시장도 팔 걷어붙인 ‘의료관광’, 그게 뭔데?

[워커스 이슈①] 난립하는 의료관광 기관

은수미 성남시장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9월. 성남시 청사 안팎으로 꽤 규모 있는 행사가 열렸다. 120개 이상의 부스가 설치됐고, 개막식 행사와 전시회, 체험관, 오찬 등의 행사 일정이 이어졌다. 양일간 진행된 그날 행사의 명칭은 ‘2018 성남시 국제의료관광컨벤션’이었다. 은수미 시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성남시가 그 어느 곳보다 의료의 첨단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시는 올해 9월에도 같은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3일 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의 예산으로 약 6억 원을 책정해 놨다. 성남시는 ‘국제의료관광컨벤션’이 성남시 의료관광산업 발전의 장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2018 성남시 국제의료관광컨벤션 개막식 [출처: 성남시]

의료관광, ‘의료영리화’의 우회로

은 시장은 취임 후, 의료관광 사업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제 의료관광컨벤션을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지난 9월에 개최했다. 앞으로 관내 협력 의료기관과 함께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을 돌면서 특히 중증질환자 의료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성남시가 대만 이란현을 방문해 의료관광 홍보센터를 개소하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의료관광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몽골과 중국 청도에 이어 성남시가 해외에 설치한 세 번째 의료관광 홍보센터다.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와 ‘관광산업’을 연계해 외국인 환자를 국내에 유치하는 산업이다. 비용도 높고 체류기간도 길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정부는 ‘미래 성장 동력’ 내지는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의료관광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의료관광이 정부 주요 경제 활성화 사업으로 등장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영리병원 허용,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 의료산업의 규제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국민적 반대 여론에 휩싸이면서, ‘의료관광’을 의료 상업화를 위한 차선책으로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2009년, 의료법을 개정해 외국인 환자 유치행위를 허용했다. 의료법 상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당시 법 개정으로 외국인 환자를 상대로 병원의 알선 및 유인 행위가 가능해졌다.

박근혜 정부도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2016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사실 해당 법안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것이었다. 애초 박근혜 정부는 민간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업 허용과, 해외환자를 상대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고, 내용 수정을 거쳐 최동익 의원 발의안을 여야가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의료관광’ 산업은 보수정권 및 정당이 주도해 온 사업이었다. 국내 의료법상 영리활동에 제한을 받는 의료자본 등에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한 상업화 전략이기도 했다. 때문에 시민사회 등은 의료관광이 대형병원, 대도시 중심의 의료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과잉 경쟁에 따른 의료비 상승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도, 의료관광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경제 활성화 대책 등으로 각광 받으며 성황리에 추진 중이다. 보수 정권 시절, ‘의료민영화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웠던 민주당 역시 의료영리화를 우회하는 사업으로 알려진 의료관광 및 의료수출 정책을 별다른 비판 없이 이어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해 의료관광 서비스 사업비로 약 8억 원을 책정해, 의료관광객 공항픽업 서비스와 헬프데스크, 의료관광 코스 팸투어 사업 등을 진행했다.

난립하는 의료관광 유치기관, 실적은 양극화

정부가 적극적인 의료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료관광 업체의 난립과 양극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외국인환자 유치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에 등록된 의료기관은 1천979개소다. 그리고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로 등록된 곳은 무려 1천590개소다.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란, 의료기관과 환자의 진료계약을 알선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소개업체’다. 중간 소개업체가 의료기관 만큼 난립하고 있는 셈이다. 유치업자 등록은 보증보험증권, 자본금 증명, 사무실 임대차계약서 등 몇 가지 서류만 있으면 손쉽게 신청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나 1인 회사, 바이오의약품 기업 등이 유치업자로 몰려들었다.

성남시의 경우만 봐도, 줄기세포은행이나 행정사 사무소, 의료기기업체 등 다종다양한 업체가 유치업자로 등록돼 있다. 성남시가 ‘협력기관’으로 선정한 유치업자 3곳 중 A사는 기업의 인사와 총무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회사다. B회사와 C회사의 경우 러시아어로 된 홈페이지 이외에는 여타의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다. C사의 경우 사무실 주소가 분당 소재의 아파트로 나온다. 심지어 지난해까지 성남시 협력업체로 선정됐던 D사는 2017년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을 보고하지 않아 유치기관 등록이 취소된 곳이다. 유치업자는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매년 보건복지부에 유치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특히 D사의 대표는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의사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성남시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협력의료기관으로 선정된 기관들은 실적이 있고 문제가 없는 곳들”이라며 “D사의 경우 지난 1월 협력의료기관에서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2018 성남시 국제의료관광컨벤션 네트워크 파티 [출처: 성남시]

현재 성남시에는 약 33개의 유치업자와 11개의 유치 의료기관이 있다. 성남시 협력업체 선정은, 시에서 연 1회마다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정 이후에는 2년간 협력기관으로 위촉된다. 하지만 협력기관 지정 요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성남시 관계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유치기관으로 등록되는 것이 선행조건”이라고만 답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는 총 1천345곳. 그 중 실적을 낸 업체는 고작 481개소(35.76%) 뿐이다. 무실적 업체가 513개소(38.14%)로 더 많다.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351개소(26.09%)에 달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총 1,664개소 중 무실적 의료기관이 392개소로 23.55%에 달한다. 실적 미보고 의료기관도 34곳이다. 특히 실적을 낸 의료기관 중에서도 10명 미만의 외국인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 364개소로 23.66%에 달한다. 2016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총 3,115개의 의료기관 중 48.21%(1,502개소)가 실적이 없거나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의료관광의 진료수입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쏠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2017년 기준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 의료기관으로 등록한 상급종합병원은 95.3%, 종합병원은 38.9%, 병원은 15.4%, 의원은 2.7%다. 그리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외국인환자 52.4%를 유치한다. 단순한 유치 실적 뿐 아니라, 질환별 의료 수입에서도 격차가 생긴다. 경증질환보다는 중증질환 환자 진료비가 크기 때문에,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순천향대학병원의 경우, 2013년 외국인환자가 5천882명에서 2015년 9천967명으로 2년 만에 70%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진료비가 높은 중증환자 비중이 늘었고, 그만큼 수익도 상승했다. 2016년 열린 ‘한국의료관광포럼’에 참석한 순천향대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중 중증환자 수는 30%정도지만, 수입은 50~6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5년 순천향대병원 외국인 환자 진료수입 88억6000만 원 중 중증환자 진료비가 51억1천만 원(57.67%)이었다. 한편 2017년 기준, 외국인 환자 진료수입은 총 6천339억 원이다. 외국인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는 199만원으로 내국인보다 54만원이 높다. 2016년에는 외국인환자 평균 진료비가 내국인보다 100만원 더 높았다. [워커스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