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상인들에게 ‘행정대집행’ 비용 5900만원 청구

[기고] 법이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는 노량진구수산시장 상인들

2020년 5월 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구)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노량진구수산시장 상인들은 노량진 육교와 광장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냈고, 이제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비난 농성뿐 아니라, 노량진현대화 사업이 시작된 후 투쟁해온 세월만 벌써 5년이다. 상인들은 아마 수협의 ‘명도집행’과 동작구청의 ‘행정대집행’을 동시에 당한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인들의 생계 터전은 팬스에 둘러싸인 채 굴삭기로 헐려 나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어떤 곳인가?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헌주 노량진구수산시장 지역장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노량진구수산시장은 생산지로부터 생선, 어패류 등의 식료품을 모아 소매업자에게 판매하는 공영도매 시장이다. 시민의 먹을거리에 속하는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도매시장 이 되면 결국 서울시가 시장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협은 얼마 전에도 서울시로부터 300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아 시장 현대화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5년 가까이 갈등과 분쟁 상태에 놓여 있는 노량진구수산시장에 대한 대책과 해법 마련에서 서울시 책임은 막중하다.

[출처: 최인기]

이날 기자회견은 동작구청이 노량진구수산시장 상인들의 노량진역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행정대집행 비용 약 58,595,280원을 청구한 것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호영 정의당 동작구위위원회 위원장은 “구청이 무리하게 진행한 철거임에도 그 비용을 철거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건 과도하다” 는 주장을 펼쳤다. 동작구가 사실상 사문화된 법인 행정대집행법 제6조 비용징수 1항인 ‘대집행에 요한 비용은 국세징수법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상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동작구청이 주도한 행정대집행 남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수역 근처 메가박스’ 앞 노점상에게는 대형 쓰레기차를 옮겨놔 장사를 방해했다. 게다가 야간에 행정대집행에 나섰으며, 여러 차례 단속을 진행하면서 폭력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동작구청을 상대로 ‘주민감사 청구’를 신청했다. 결국 ‘행정대집행 4조’에 따르면 “대집행을 하기 위하여 현장에 파견되는 집행책임자는 증표를 휴대하여 대집행 시 이해관계자에게 제시해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와 요구 등이 대부분 무시 되었다”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1일 새벽 3시 30분, 노량진구수산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한 행정대집행은 겨울철 해가 뜨기 전 어둠속에서 폭력을 동원한 강제 집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원 파악이 안 되거나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용역들이 현장에 대거 투입되기도 했다. 세상이 평화롭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고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법이 누구에겐 맞고 누구에게 틀리다면 과연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처: 최인기]

박건주 노량진수산시장 예술해방전선 활동가는 “동작구청은 노량진구수산시장 상인들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도 “서울시는 갈등 중재의 책임이 있음에도 수협의 독주를 뒷짐 지고 바라보기만 한다. 개발과 이윤을 위한 폭력에는 침묵하면서 한편으론 연일 안전을 당부하는 것이 너무나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규탄했다.

행정대집행은 1954년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인권침해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빈곤사회연대는 오랫동안 강제집행수단을 동원하는 ‘행정대집행’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함부로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상인들은 “행정대집행법을 위반할 시 벌칙 및 과태료를 부과하여 실질적으로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